러시아에 공들인 현대차·기아,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 어떤 영향 미칠까

생산·판매법인 러시아 진출…경제 제재 본격화 ‘경영 악재’ “판매 감소, 비용 상승 우려” vs “비중 크지 않아 영향 적을 듯”

2022-02-25     서창완 기자
우크라이나

[인사이트코리아=서창완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현대차·기아의 경영 타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현대차·기아는 러시아에 생산법인과 판매법인을 갖추고 시장 확대에 공을 들여왔다. 미국을 중심으로 러시아 경제 제재가 본격화하면 차량 판매 등 경영 악재로 이어질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기아 이외에도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 그룹 내에서 18개 법인이 러시아에 진출해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각)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제재 및 대러 수출 통제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수출 통제 제재안에는 러시아의 달러·유로·파운드·엔화 거래 제한, 러시아 군대의 자금 조달과 증강을 위한 능력 차단, 러시아 2대 국영은행인 VTB 등 총 1조 달러(약 1204조원) 자산 보유 러시아 은행 제재 등이 포함됐다. 가장 강력한 제재안으로 고려됐던 국제금융결제망인 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에서 배제하는 것은 일단 보류됐다.

러시아 현지서 차량 생산·판매…장기화할 경우 타격 불가피

국내 5대 그룹 중 러시아 경제 제재 여파가 클 것으로 예측되는 곳은 현대차그룹이다. 한국CXO연구소가 2020년 집계한 ‘국내 주요 5대 그룹 러시아 해외법인 현황’ 자료를 보면 현대차그룹(18곳)은 삼성그룹(9곳)보다 2배 많은 법인을 러시아에 두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에 미칠 영향은 꽤 클 전망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러시아 생산공장에서만 35만4464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현대차는 내수·수출을 포함해 23만3804대, 기아는 12만660대를 팔았다. 지난 1월에도 현대차는 1만7649대, 기아는 9482대 판매고를 올렸다. 전체 판매량에서 비중을 따져보면 현대차 10%, 기아 5% 정도다.

그룹 밸류체인 측면에서도 러시아 생산법인 비중은 적지 않다. 현대차의 지난해 3분기 보고서를 보면 러시아공장(HMMR)은 현대모비스 등으로부터 1조9000억원의 모듈·시트 등을 매입했다. 전체의 4.2% 비율이다. 현대제철과 KCC에서 강판, 페인트를 거래한 금액은 1108억원(0.2%)이다.

오일선 CXO연구소장은 “현대차그룹이 러시아에 오래 전부터 공을 들여왔는데, 수출입 통제 등 제재가 가해질 경우 판매 감소나 비용 상승 등 악재가 생길 수 있다”며 “사태가 길어질수록 곤란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악재가 맞긴 한데 현재로서는 환율 변화 등에 따른 계산 등 정확한 수치 데이터가 없어 구체적 영향을 예측하긴 어렵다”며 “러시아 루블화 가치 변동이 얼마만큼 일어나는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의 러시아 판매 비중이 크지 않아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현대차 전체 판매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고, 대부분 소형차라 영업이익 측면에서는 더 낮다”며 “1~2년 장기화하지 않는 이상 이론적으로는 경영상 큰 영향은 미치기 어려운 만큼 주가 하락 요인은 적다”고 평가했다.

현대차·기아는 국가간 전쟁이라는 초유의 상황에 섣부른 판단을 유보했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국가 간 전쟁이 일어난 상황이라 분석을 한다기보다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생산 차질 여부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