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전관예우, 청년 수험생 기회 박탈”…세무사 시험 공정성 논란 왜 불거졌나

20년 경력 세무공무원 미응시 과목서 과락률 82.13% 일반 수험생 성적 인증 랠리…산업인력공단 “절차대로 대응”

2021-12-08     서창완 기자
세무사시험제도개선연대(세시연)는

[인사이트코리아=서창완 기자] 올해 세무사 2차 시험을 본 수험생들이 거리로 나섰다. 경력자 밀어주기 의혹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면서다. 이번 세무사 시험에서는 세무 공무원 경력에 따라 응시가 면제되는 일부 과목의 과락률이 80%를 넘으면서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자신의 성적을 인증한 수험생들의 숫자도 250명을 돌파했다. 과락으로 불합격한 인증자 250여명의 성적 평균 점수는 합격 최소득점(커트라인)보다 높다.

과락률 82.13%, 세법학 1부서 3254명 탈락

세무사시험제도개선연대(세시연)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트럭 영상 시위를 펼쳤다. 일반 수험생들은 58회 세무사 2차 시험에서 공무원 전관예우로 인해 청년 수험생들의 기회가 박탈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올해 합격자 가운데 ‘경력에 따른 면제자’ 비율은 33.57%에 달한다. 세법학 1·2부 시험이 면제되는 20년 이상 경력 세무공무원 출신 비율은 21.39%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지난 1일 발표한 ‘세무사 제2차 시험 합격자 공고’에 따르면 올해 세무사 2차 시험에 응시한 인원은 4597명이다. 이 가운데 세법학 1부에서 과락해 불합격한 인원만 3254명이다. 합격자는 706명으로 합격률은 15.35%를 기록했다.

제58회

세무사 2차 시험에서는 회계학 1·2부와 세법학 1·2부 총 4개 과목을 평가한다. 합격 기준은 100점 만점인 각 과목 점수가 40점 이상이고, 전 과목 평균 점수가 60점 이상인 경우다. 다만 이 기준에 적합한 응시생 수가 최소합격 인원인 약 700명보다 부족하면 각 과목 점수가 40점 이상인 응시생 가운데 전 과목 평균 점수가 높은 순서로 합격자를 결정한다. 평균 60점 이상인 합격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는 흔치 않아 사실상 상대평가라고 여겨진다.

논란은 4개 시험 과목 중 하나인 ‘세법학 1부’ 과락률이 82.13%라는 집계가 발표되면서 불거졌다. 이 과목은 지난 5년(2016~2020년) 간 평균 과락률이 38.66%에 불과했다. 세법학 1부 과락률 상승과 함께 20년 이상 세무공무원의 합격률도 21.39%로 높아졌다. 20년 이상 세무공무원 합격 비율은 2017년 2.4%, 2018년 1.2%, 2019년 4.82%, 2020년 2.39%였다.

성적 인증 나선 일반 수험생들…전관예우 의혹도

58회

세시연이 정리해 제공한 ‘세무사 불합격자 성적인증’ 자료를 보면 지난 7일 기준 성적을 인증한 254명의 2차 시험 4과목 평균 점수는 56.7점이다. 올해 합격자 커트라인인 45.5점보다 11.2점 더 높다. 논란이 된 세법학 1부 점수를 제외한 3과목 평균은 63.98점이다. 이 인원 가운데 세법학 1부를 40점 이상 맞거나 기타 과목에서 과락한 사람은 11명에 불과하다. 인증에 참여한 응시생 대다수가 세법학 1부 과목 채점 기준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다.

수험생들은 세법학 1부 과목 중에서도 20점 배점인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 문항의 점수가 과도하게 낮다고 보고 있다. 성적 인증 자료에 따르면 254명의 상증세 평균 점수는 1.97점이다. 성적 인증자 중 45%인 116명은 이 문항에서 사실상 낙제 수준인 0점을 기록했다.

세법학은 ‘서술형 주관식’ 문항으로 채점자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 수험생들이 시험을 주관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 측에 답안의 채점 기준과 모범답안 공개를 요구하는 등 의혹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다.

세시연 관계자는 “현재 불합격 취소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데 승소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그럼에도 저희가 이렇게 움직이는 이유는 앞으로 있을 시험에서라도 제도가 개선되길 희망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내년에도 세무공무원의 전관예우를 위해 세법학 1부 난이도를 조정하는 등의 사례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갖고 있다. 지난달 23일 공표된 세무사법 일부개정법률에 따르면 5급 이상 세무 공무원은 퇴직 이후 1년간 일한 곳에서 처리하는 사무와 관련된 세무대리를 수임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법 시행에 따른 불이익은 내년 세무사 시험 합격자까지는 적용되지 않을 전망이다. 법 시행일은 내년 11월 24일부터인데, 59회 세무사 합격자 발표 일정은 하루 전인 11월 23일로 예정돼 있어서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측은 “행정소송이 진행되면 관련 절차에 따라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