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코로나19 치료제 ‘해외 선구매’…국내 기업 개발 치료제도 많은데 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공 들여온 우리 기업들 사기 떨어질 수도 있어”

2021-09-13     노철중 기자
정부는

[인사이트코리아=노철중 기자] 정부가 경구용(먹는 약) 코로나19 치료제를 해외에서 선구매 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제약업계에선 열심히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사기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약 14개 기업이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경구용, 주사제, 흡입형 등 다양한 제형의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치료제의 효능이 중요한 것이지 제형이 중요한 게 아닌데 정부가 왜 갑자기 경구용에 주목하는 이유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국산 1호 코로나19 치료제인 셀트리온의 렉키로나주는 항체치료제로 주사제다. 지난 2월부터 국내 전국 코로나19 치료의료기관에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해외에서도 긴급사용승인을 획득하는 등 러브콜을 받고 있다.

종근당은 주사제인 나파벨탄에 대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했지만 부적격 판정을 받은 바 있다.

국내 기업이 개발 중인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는 대웅제약 ‘코비블록(나파모스타트)’, 신풍제약 ‘피라맥스(피로나리딘)’, 부광약품 ‘레보비르(클레부딘)’, 진원생명과학 ‘GLS-1027(네누졸락)’ 등이다. 부광약품은 레보비르 임상 2상을 완료하고 9월 말 또는 10월 초에 탑라인을 공개할 예정이다. 진원생명과학의 GLS-1027은 지난 9일 식약처로부터 임상 2상 승인을 받았다. 대웅제약은 코비블록에 대해 지난 7월 임상 2b상에 대한 탑라인을 발표하고 현재 임상 결과를 분석 중이다.

정부는 전 세계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기업들을 대상으로 비공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머크와 화이자, 스위스 로슈 등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는 다국적 제약사 등이 협상 대상인 것으로 알려진다. 머크의 ‘몰누피라비르’는 이르면 연말쯤에 미국부터 사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화이자와 로슈도 비슷한 시기에 임상시험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기업엔 힘빠지는 결정

경구용 치료제는 복용이 간편하고 입원을 하지 않고도 치료할 수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치료 관리가 한결 수월해질 것이라는 게 경구용 치료제 도입 배경에 대한 정부의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효능이 중요하지 제형이 중요한 게 아니다”면서 “정부가 다른 가능성 있는 치료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경구용에만 주목하는 이유가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기업들에 너무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거나 충분한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가 국내외 치료제 개발 현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이 빠른 시일 내에 효과성과 안전성을 입증하는 게 중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정부와 협력해야 하는 기업들 입장에선 정부가 해외에서 경구용 치료제를 선구매 하는 것에 대해 이렇다할 입장을 내놓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 다른 업계 한 관계자는 “가장 개발 속도가 빠른 해외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다고는 하지만, 오랫동안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공을 들여온 기업들 입장에서는 사기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