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36세부터 집요한 기부...‘돈은 아름다운 꽃’ 증명하다

11년째 배당금 전액 기부...사재 털어 나눔 총 360억원 달해 “한국 최고 부자보다 최고 기부자 되겠다” 소신 지켜

2021-04-26     박지훈 기자
박현주

[인사이트코리아=박지훈 기자]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직원들의 급여는 줄이면서 오너의 급여는 늘리는 기업들이 눈총을 받았다. 거액의 배당금을 받으면서도 증여나 상속을 위해 기부를 꺼리는 오너도 더러 있다. 이런 가운데 미래에셋그룹 창업자인 박현주 미래에셋증권 홍콩 회장 겸 글로벌경영전략고문(GISO)은 11년간 배당금 전액을 기부하고 있어 주목 받고 있다.

박현주 회장은 2000년 사재 75억원을 털어 사회복지법인 미래에셋박현주재단을 설립한 뒤부터 줄곧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박 회장은 1997년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 퇴사 후 미래에셋캐피탈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설립한 지 햇수로 4년 밖에 되지 않은데다 만 36세의 젊은 CEO였다. 한창 사업 확장에 골몰할 나이지만 거액을 기부하며 자신의 경영철학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박 회장은 2010년부터 지금까지 미래에셋박현주재단에 배당금 전액(266억원)을 기부했다. 설립 비용 마련과 배당금 기부에 청년희망펀드(20억원) 조성까지 합치면 개인적으로 기부한 액수가 360억원에 달한다. 그는 평소 ‘따뜻한 자본주의’를 신조로 삼고 “한국 최고의 부자가 되기보다 최고의 기부자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해왔다.

32만명 혜택 본 미래에셋의 사회복지

미래에셋박현주재단이 진행하는 사회복지사업은 ▲해외교환 장학생 ▲글로벌 문화체험 ▲희망듬뿍 도서지원 ▲경제교실 등 교육 중심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상속이 아닌 개인 능력으로 국내 대표 투자금융그룹을 일군 박 회장으로서는 능력 있는 인재를 키우는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박 회장은 2007년 출간한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라는 에세이에서도 “돈이 아닌 사람에 투자해야 한다”는 지론을 설파했다.

해외교환 장학생 프로그램은 미래에셋그룹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사업으로 꼽힌다. 한국의 인재들이 넓은 세계의 지식을 함양하고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해외 교환학생 가운데 우수한 인재를 매년 700명씩 선발해 학비와 체재비를 지원하는 국내 최대 규모 교환학생 장학사업이다.

한국의 경쟁우위는 젊은 인재들이 세계에서 다양한 가치를 공유·경험하면서 성장할 때 확립될 수 있다는 박 회장의 믿음이 반영돼 있다. 또 한국의 인재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세계 속에서 큰 꿈을 꾸고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도 담겨 있다.

이 프로그램은 ‘젊은이들의 희망이 되겠습니다’란 기치 아래 2007년 1기 선발을 시작으로 50개국에 5817명의 학생들을 파견했다. 지난해는 전대미문의 감염병인 코로나19가 창궐했고, 올해는 백신 접종과 치료제 보급에도 불확실성이 높은 탓에 장학생을 선발하지 못했으나 해외 상황이 호전된다면 2022년 봄학기 파견될 장학생 모집이 이뤄질 전망이다.

미래에셋박현주재단은 해외교환 장학생을 선발할 때 기회를 갖지 못한 학생에 대한 배려를 중시하고 있다. 외국국적 보유자나 해외교환 학생 유경험자, 해외대학 재학생은 장학 프로그램에 지원할 수 없으며 오직 국내 대학생들만 가능하다. 일부 회사나 재단은 향후 장학생의 기여를 고려해 선발 전공에 제한을 두는 경우가 있으나 미래에셋박현주재단은 이 같은 차별 선발을 하지 않는다.

글로벌 문화체험단은 해외교환 장학생보다 연령대가 낮은 학생을 대상으로 지원되는 해외문화탐방 프로그램이다. 해외문화 경험이 다소 부족할 수 있는 지역아동센터, 아동양육시설, 공동생활가정 소속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해외문화탐방을 기회로 자신감을 높이고 높은 꿈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목적이 있다. 2017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문화체험단의 첫 참여기관과 참여자 수는 각각 26개소 99명이었으나 2018년 46개소 197명, 2019년 56개소 231명으로 확대되고 있다.

아동복지시설 아이들에게 독서를 지도하고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에게 맞춤식 독서를 전달하는 희망듬뿍 독서지원, 시설 이용 초등학생에게 꿈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청소년 비전프로젝트, 북한이탈청소년에게 합리적인 경제생활을 알려주는 청소년 금융진로교육 등도 있다. 이렇게 미래에셋박현주재단이 지원하는 프로그램의 수혜를 본 학생은 32만명이 넘는다.

창업 직후부터 ESG 경영 고민

금융권 최대 회두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은 박현주 회장이 10여년 전부터 관심을 가져왔다. 미래에셋증권은 2006년 국내 증권사 최초로 비재무적 경영성과를 담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며 증권업계 ESG 경영을 선도하고 있다. 사회적책임투자(SRI)라는 개념을 마련해 재무적 요소뿐만 아니라 비재무적 요소까지 고려해 투자대상을 선정해왔다.

미래에셋의 ‘환경(E)’ 경영은 투자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지속가능한 사회 환경을 지향하는 사회적 기업, 기후변화 대응 목적의 친환경 금융상품을 선별해 시장에 공급 중이다. 신재생에너지 개발사업과 나노신소재 등 중소·벤처기업에 투자해 한국의 미래 신성장 동력 창출에 기여하고 있으며 청년주택 개발사업을 지원해 사회적 책임을 실천 중이다.

미래에셋은 사회책임투자를 지향하는 금융상품 선별·판매와 함께 친환경 프로젝트에 대한 직접 투자, 금융자문·주선 서비스도 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진행한 칠레의 105㎿ 태양광 에너지발전소 프로젝트와 한국 거금도의 25㎿ 태양광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 2019년 호주 퀸즐랜드 주의 아다니 럭비 런 솔라팜(Adani Rugby Run Solar Farm) 발전소 등 친환경 프로젝트금융자문·주선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ESG 경영 심도화 및 내재화를 위해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이사회 안에 ESG위원회를 두고 중장기 전략 방향 내용을 담은 ‘ESG정책 프레임워크’와 사회적 리스크 관리에 대한 기준과 이행 프로세스를 제시하는 ‘사회 환경 정책 선언문’ 등 2개 안건을 결의했다. 이로써 미래에셋증권은 ESG 경영 과제를 추진하기 위해 ESG위원회·ESG임원협의회·ESG실무협의회·ESG추진팀 등 총 4단계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고 향후 석탄화력발전 건설과 석탄 채광에 관련된 직접적인 투자를 배제할 방침이다.

미래에셋의 ESG 경영 성과는 해외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기업의 재무적 성과와 함께 ESG 측면의 성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위 10% 기업을 선별해 발표하는 다우존스 지속가능 경영(DJSI) 월드 지수에 9년 연속 선정된 바 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전사적인 ESG 정책을 수립해 건전한 지배구조를 확립하고 주주가치 제고, 사회·환경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ESG 경영을 더욱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며 “이해관계자의 경제적 가치를 제고해 어떠한 외부 변화에도 안정적이고 균형 있는 비즈니스를 지속할 수 있는 경영환경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