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 ‘고립’?...총리 직속 안전안심위원회 ‘멤버’들이 수상하다

이낙연 총리 때 만든 안심위원회 위원 18명 중 5명 탈원전 반대파 청와대만 탈원전 공허한 구호...친원전파 공세에 정부·여당 의지 꺾여

2021-02-19     서창완 기자
문재인

[인사이트코리아=서창완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탈원전, 에너지전환 정책이 정부·여당 내부에서도 혼선을 빚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친원전 성향 인사들이 정책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치에 포진해 탈원전 정책의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무총리로 부임할 때 설치했던 국민안전안심위원회조차도 위원 18명 가운데 5명은 탈원전 반대 의사를 명확히 표시한 인사라는 게 확인됐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대전환’이라는 목표 아래 시작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원 구성부터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셈이다.

안전안심위원회는 2017년 11월 15일 국무총리 자문위원회로 출범했다. 당시 총리였던 이낙연 대표는 출범식에 참석해 18명의 위원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1차 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이 대표는 이듬해 2월과 4월, 6월에 열린 3~5차 국민안전안심위원회에도 참석해 안전 인프라 구축 등의 문제를 논의했다.

친 정부 비판 받던 안전안심위원회, '탈원전 반대' 위원 28%

안전안심위원회가 활발히 활동하던 2018년 당시 야당 의원들은 친 정부 성향 인사들로 위원회를 꾸렸다고 거세게 공격했다.

성일종 국민의힘(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은 2018년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당시 국무조정실장)를 상대로 “친 정부 성향 인사들로 위원회를 꾸려놓고, 신세졌으니까 회의 한 번 하고 수당 주고 이렇게 운영해서 되겠느냐"고 질타했다.

당시 성 의원이 언급한 친 정부 인사들은 김우식 창의공학연구원 이사장,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 회장 등이다. 김우식 이사장은 노무현 정부 때 과학기술부 장관, 김명자 회장은 김대중 정부에서 환경부 장관을 역임했다. 이밖에 김수삼 한양대학교 석좌교수와 공지영 작가 등이 거론됐다.

하지만 야당 의원으로부터 친 정부 인사로 분류된 김우식 이사장과 김명자 회장은 2019년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 전면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과학계 원료 13인과 함께 발표하는 등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낙연

안전안심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한 김우식 이사장은 2017년 이낙연 총리를 직접 만나 "탈원전을 성급히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고 알려져 있다. 김 이사장은 "탈원전 정책을 선언하기보다는 단계적 에너지전환을 말했어야 한다"며 "우리 원전 기술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해왔다.

김 이사장과 김 회장이 '탈원전 정책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정도의 소극적 반대론자라면 적극적 원전 찬성론자들도 3명이 배정됐다.

장순흥 한동대 총장은 원자력 업계를 대표하는 학자 중 한명이다. 장 총장은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핵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2년 카이스트 교수에 부임해 37년 만인 2019년 8월 정년 퇴임하고 명예교수가 됐다. 그는 원자력안전자문위원장, 한국원자력학회장, 일본 후쿠시마원전 사고조사위원회 국제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장 총장은 여러 언론과 인터뷰에서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이 한국 원자력 산업뿐만 아니라 한국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정부 탈원전 정책을 강하게 비판해 왔다. 장 총장은 학계, 경제계에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이른바 '원전 마피아'의 이론적 제공자로 꼽힌다.

이명철 한국한림과학기술한림원장 역시 국내 핵의학 연구 분야를 발전시킨 주역으로 세계핵의학회장에 선출되는 등 원자력계 원로다.

곽재원 가천대 교수(전 경기과학기술진흥원장)는 2017년 3월 <전자신문>에 게재한 칼럼에서 "나라 밖에서는 칭송을 받는 원전이 나라 안에서는 마치 공공의 적처럼 푸대접 받고 있다"며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다른 나라들은 시간에 비례해 관심이 엷어지고 있는데 반해 우리는 반원전, 탈원전 움직임이 가속되고 있다"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당시 유력 대통령 선거 주자들이 대부분 탈원전과 함께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주장하고 있는 이유를 원자력의 정치 이념화라고 설명했다.

정부 '탈원전' 정책, 대통령 혼자만 하고 있나

발전

지난해 발표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국가에너지원에서 원전 비중을 2020년 18.2% 수준에서 2034년 10.1%까지 줄일 계획이다. 원자력발전용량은 신한울 1·2호기가 준공되는 2022년 26기(26.1GW)로 정점을 찍은 후 2034년까지 17기(19.4GW)로 줄어든다. 2017년 탈원전 정책 발표 당시 내세운 기간은 60년으로 원전제로 시점은 2079년이었다.

정부 탈원전 정책이 '선언'에만 그쳤다는 비판을 하는 전문가들은 원전과 관련한 정부 주요 인사들만 봐도 분위기를 알 수 있다고 지적한다. 총리 직속 안전안심위원회 역시 그런 점에서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이들이 정책 결정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지만, 위원회 인원을 구성하는 선에서부터 원자력계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원자력 안전 전문가는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이 고립돼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정부·여당 내 탈원전 정책에 대한 의지가 낮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60년 내 점진적 폐지라는 탈원전 정책이 거센 저항을 받고 있다는 게 한심한 노릇"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