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해상, ‘뇌사 상태’ 보험계약자 동의 없이 수익자 바꿔치기 해줬다

유족 “동거인과 설계사가 조작된 서류로 수익자 변경” 회사측, 고객 내방 없이 변경 못 한다더니 “대리 변경 가능” 말 바꿔

2021-01-21     박지훈 기자
현대해상과

[인사이트코리아=박지훈 기자] 뇌사 상태인 보험계약자의 동의 없이 동거인 요청으로 보험 수익자 변경이 이뤄져 논란이 일고 있다. 보험사는 조작된 서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고, 행정당국은 손쉽게 혼인신고를 해줘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인사이트코리아> 취재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자사 보험계약자이자 피보험자인 남 아무개 씨(60·여성)가 뇌사 상태에 있음에도 동거인의 수익자 변경 요청을 들어준 것으로 드러났다.

남씨의 동거인 이 아무개 씨에 따르면, 현대해상 보험계약자인 남씨는 지난 7일 화장실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뇌출혈로 인한 뇌사판정을 받았다. 남씨는 미혼이었던 탓에 수익자를 자신의 친동생으로 지정해뒀다.

이씨는 다음날인 8일 경기도 광주시청을 방문해 뇌사 상태인 남씨와의 혼인신고서를 제출했다. 혼인이 승인된 11일 그는 현대해상 설계사 전 아무개 씨에게 요청해 수익자를 남씨 동생에서 자신으로 변경했다. 결국 남씨는 12일 밤 11시 40분경 사망했다.

통상 보험 수익자 변경은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동일한 경우 계약자가 보험사에 내방해 진행해야 한다.

현대해상은 해당 사건을 인지하기 전까지는 <인사이트코리아>와 통화에서 “수익자 변경은 계약자가 본인을 증명하기 위해 보험사 지점에 방문해야 하지만 계약자가 뇌사 상태라면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계약자가 (시간적 제약, 물리적 거리 등으로) 방문하기 어려워 설계사를 통해 진행하더라도 전자서명 등의 절차를 밟아야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대해상은 남씨 유가족의 민원이 제기되자 대리인을 통한 수익자 변경 진행은 ‘행정상의 문제’가 없다고 말을 바꿨다.

“제출 서류에 문제 있는데도 수익자 변경해줘”

현대해상 관계자는 “직접 내방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대리인이 계약자의 위임장, 인감증명서 등을 지참해 처리할 수 있다”며 “어떠한 절차를 걸쳐 수익자 변경이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회사의 소비자보호부가 조사하고 있어 책임 소재를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남씨 유가족은 “이씨가 수익자 변경을 위해 필요한 제반 서류들을 조작한 것으로 파악되고 현대해상 설계사는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심이 든다”며 “현대해상 본사도 제출 서류에 문제가 있는데도 수익자를 변경해줬다”고 토로했다.

사건이 불거지자 이씨와 설계사 전씨는 유가족을 찾아 사과했다. 전씨는 자신의 ‘업무상 실수’라고 해명했지만, 남씨 유가족은 이씨와 전씨에 대해 사문서 위조 및 사기 혐의로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