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숙집에서 두바이 랜드마크까지…반도건설 50년 이끈 권홍사 회장

권 회장, 전문경영인 체제 조기 안착과 경영실적 호전에 퇴임 결단 “새 시대에는 새 인물이 조직 이끌어야…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도태”

2020-11-10     도다솔 기자
권홍사

 

[인사이트코리아=도다솔 기자]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올해 50주년을 맞은 반도건설은 권 회장의 퇴임으로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맞게 됐다.

반도건설은 50년간 회사를 이끌어 온 권 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난다고 10일 밝혔다. 이는 조직 개편에 따른 전문경영인 체제의 조기 안착과 경영실적 호전에 따른 권 회장의 결단으로 알려졌다.

권 회장은 지난 9일 진행된 50주년 사사 발간 기념 사내행사에서 “사사를 통해 지난 50년을 돌아보니 감회가 새롭다. 함께 고생해준 임직원과 관계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며 “새로운 시대에는 전문성을 갖춘 새 인물이 조직을 이끌어야 한다.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라고 경영혁신을 강조했다.

이어 권 회장은 “지난 6월 조직개편 후 사업부문별 전문경영인 중심의 책임경영으로 조직이 안착되고 경영실적도 호전되고 있다”며 “100년 기업, 세계 속의 반도를 위해 전문성을 갖춘 유능한 각 대표가 책임감을 가지고 회사를 잘 이끌어 주길 바란다. 각 대표의 역량을 믿고 경영일선에서 퇴임하겠다”라는 의사를 밝혔다.

앞서 지난 7월 권 회장은 계열사인 반도홀딩스, 반도건설, 반도종합건설, 반도의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퇴임 후 권 회장은 반도문화재단 이사장으로서 재단을 통해 지역 문화사업과 장학사업, 소외계층 돕기 지원사업 등에 나설 계획이다. 반도문화재단은 반도건설이 설립한 비영리 공익법인으로 전시회·문화강좌 등을 통한 문화 대중화에 힘쓰고 있으며 장애인 등 소외계층을 위한 지원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전문경영인 체제의 안착으로 각 사업부문별 전문경영인 체제가 더욱 힘을 받을 것”이라며 “권 회장은 앞으로 반도문화재단을 통해 소외계층 돕기 등 사회공헌 사업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건설 50년, 권홍사 회장이 걸어온 길

권홍사 회장은 부산의 작은 하숙집으로 시작한 반도건설을 올해 시공능력평가 14위의 메이저 건설사로 성장시킨 주역으로 꼽힌다. 권 회장은 1944년 경북 의성에서 8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나 어려운 유년시절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야간 고등학교를 다니며 낮에는 학비를 벌고 밤에는 학업에 매진한 끝에 부산 동아대 건축학과에 입학한 권 회장은 낮에는 건축사무소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설계 일을 배우고 밤에는 대학 강의를 들으며 이론과 실무를 동시에 쌓아갔다.

1970년 5월 권 회장은 30실 규모의 하숙집 건축을 시작으로 건설업에 뛰어들었다. 현장에서 직접 자재를 옮기며 ‘권 기사’라고 불렸던 권 회장은 반도건설을 부산·경남지역 대표 건설사로 성장시켰다.

알짜 지방건설사에서 전국구 건설사로 거듭난 데에는 위기를 기회로 만든 권 회장의 과감한 결단이 밑받침이 됐다.

1999년 외환위기 당시 사업을 축소하던 건설업 분위기와는 반대로 권 회장은 수도권으로 사업 지역을 확장해 나갔다. 의왕 내손택지지구를 시작으로 동탄신도시, 김포한강, 인천 청라지구, 세종, 평택, 의정부, 남양주 다산 등 수도권 신도시에서 연이은 분양성공 신화를 기록하며 ‘유보라’ 브랜드의 명성을 이어갔다.

이와 함께 23~24대 건설협회장을 역임하는 등 국내 건설업 발전에도 공헌했다. 아파트 발코니 개조 합법화 등 업계 제도 개선에 앞장섰으며 국내 건설업체의 해외 진출을 위해 베트남·이집트·아랍에미리트 등에 직접 가서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아랍에미리트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와 미국 LA에서도 권 회장의 추진력이 빛을 발했다. 2011년 국내 건설업계 최초의 중동 자체개발사업인 ‘두바이 유보라타워’를 준공하며 중동지역 대한민국 소유 건축물 1호를 기록했다. 토지매입부터 시행, 시공에 이르기까지 기술력을 총동원해 사업을 이끌었다.

권 회장은 두바이 유보라타워 프로젝트 성공을 이을 해외개발 프로젝트를 찾기 위해 해외 여러 나라를 방문하고 건설 인프라와 정부 건설정책 등 시장환경을 살펴보며 새로운 해외개발 사업지를 물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올해 1월 미국 건설시장에 진출해 LA 중심가에 ‘The BORA 3170’ 주상복합 프로젝트를 착공했다.

미국 건설시장은 까다로운 인허가와 행정절차로 진입장벽이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권 회장은 2028년 올림픽 개최 등 대형 개발호재로 제2의 건설붐이 조성되고 있는 미국 건설시장을 눈여겨 보고 LA를 비롯해 샌프란시스코, 뉴욕 등 여러 지역을 직접 방문해 시장 인프라, 인허가, 행정절차, 사업성 등을 면밀히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회장이 물러난 반도건설은 건설부문과 투자운용부문 양축으로 그룹을 운영하면서 전문경영인 중심 책임경영체제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건설부문은 박현일 대표와 김용철 대표가 ,투자운용부문은 김호균 대표가 총괄한다. 사업분야 별 전문경영인 중심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주택사업 외에 공공토목(SOC), 해외개발, 레저, 신사업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등 ‘100년 기업’으로 제2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