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업은행, 자회사와 ‘엉터리 수의계약’ 맺었다

2020년 IBK서비스와 도급계약 문서 총 42건 중 30건 계약문서인 ‘산출내역서’ 누락

2020-10-16     강민경 기자
IBK기업은행이

[인사이트코리아=강민경 기자] IBK기업은행이 자회사와 도급계약·수의계약을 하면서 필수문서인 ‘산출내역서’를 누락해 모회사이자 발주기관으로서 관리·감독 부실이 지적되고 있다.

<인사이트코리아>가 단독입수한 기업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업은행과 자회사 IBK서비스의 도급계약 문서 총 42건 가운데 30건에서 산출내역서가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다.

IBK서비스는 기존 용역업체 소속 노동자 2000여명(경비·시설·미화·사무보조·조리)에 대한 정규직 전환 차원에서 2018년 12월 설립된 기업은행의 인력 전문 자회사로, 설립 이후 기업은행과 도급계약을 매년 수의계약으로 체결하고 있다.

계약 시 누락된 것으로 확인된 ‘산출내역서’는 기획재정부 계약예규 내 용역계약 일반조건에 따른 계약문서다. 특히 물가변동 혹은 설계변경 시에는 필수적으로 작성해 계약문서로 첨부해야 한다. 따라서 기업은행의  IBK서비스와의 도급계약은 ‘엉터리 계약’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기재부 계약예규 제4조(계약문서)

①계약문서는 계약서, 유의서, 일반조건, 용역계약특수조건, 과업내용서 및 산출내역서로 구성되며 상호보완의 효력을 가진다. 다만, 이 경우 산출내역서는 이 조건에서 규정하는 계약금액의 조정 및 기성부분에 대한 대가의 지급시에 적용할 기준으로서 계약문서로서의 효력을 갖는다.


특히 IBK서비스 소속 노동자 2000여명은 중소기업중앙회가 매년 발표하는 시중노임단가를 적용 받는데 이는 물가변동에 속하며, 이 때문에 ‘산출내역서’는 계약문서에 해당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7조와 기획재정부 계약예규 예정가격 작성기준 제10조에 따라 제조부문 직종별 임금을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두차례 조사·공표하고 있다.

또 2019년 9월 정부가 발표한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 안에 ‘공공기관 등의 자회사가 경비·시설·미화 등 용역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최저임금이 아닌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하라’는 문구가 적시돼 있다.

기재부 계약예규 등에 따르면, 공공기관(발주기관) 용역 체결 절차는 <발주기관이 ‘예정가격(원가) 작성’→낙찰 완료 후 발주기관은 예정가격을 포함한 낙찰결과 공개→물가변동 혹은 설계변경 시 낙찰업체는 발주기관으로부터 받은 총액을 어떻게 대략적으로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산출내역서’ 작성→산출내역서 등을 포함한 계약문서에 따라 발주기관과 낙찰업체는 계약서 서명 후 체결>로 이뤄진다.

기재부 관계자는 <인사이트코리아>와의 전화통화에서 “물가변동이 있을 시 낙찰업체가 작성한 산출내역서는 계약문서로 첨부돼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당시 수의계약으로 낙찰된 자회사 IBK서비스가 물가변동에 따라 작성 후 첨부해야 할 산출내역서가 계약문서에서 누락됐음에도, 계약당사자이자 모회사이며 발주기관인 기업은행이 계약을 체결한 것은 문제가 크다는 지적이다.

계약문서 누락에도 계약 진행...기업은행 ’묵묵부답’

기업은행은 앞서 도급계약을 맺고 있는 자회사 직원들에 대한 부당업무 직접 지시 등으로 불법파견 문제가 불거진데 이어 계약문서까지 누락해 관리·감독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산출내역서 누락으로 인해 자회사 직원들 임금에 시중노임단가가 올바르게 적용됐는지, 기본급과 수당 등 세부항목에 대한 산출내역을 계약 당시 기업은행이 어떻게 파악해 관리·감독할 계획이었는지 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김웅 전국시설노동조합 IBK서비스 지부장은 “현재 사측과 임금협상 기간 중인데 산출내역서를 비롯한 임금에 대해 기초적인 자료 공개가 되지 않고 있다”며 “산출내역서가 있어야 인건비에 대한 세부 항목이 어떻게 설계됐는지 알 수 있는데 그 부분조차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IBK서비스 측은 “산출내역서 없이 도급계약을 맺지 않았고 모든 계약에 산출내역서가 있다”면서도 계약문서에 산출내역서가 누락된 이유와 배경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다.

<인사이트코리아>는 기업은행에 메일과 전화로 관련 입장을 요청했지만, 16일 오전 11시 현재까지 어떤 답변도 오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