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는 10년 공공임대로 돈벌이 하려는가

2019-07-01     윤길주 발행인

LH 한국토지주택공사는 ‘국민 주거안정 실현’을 미션으로 제시하고 있다. 변창흠 사장은 홈페이지 인사말에서 “주택공급 확대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과 취약계층 주거복지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LH의 행태를 보면 이것이 허언(虛言)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취약계층 주거복지는커녕 이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아 약탈적 횡포를 부리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요즘 경기도 판교에서는 10년 공공임대주택 분양전환을 둘러싸고 입주민이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이 거리로 뛰쳐나온 것은 10년 동안 살았던 아파트를 LH가 감정평가액, 즉 시세로 분양전환 하려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시세 분양을 하면 입주민 대다수가 살던 집에서 쫓겨 날 것이란 게 이들의 주장이다.

올해 분양전환 판교 10년 공공임대는 2652가구다. 이 아파트 값은 10년 전에 비해 턱없이 올랐다. 세입자들이 입주할 당시 85㎡ 기준 3억5000만원 대이던 게 지금은 8억5000만원에 달한다. 10년 전 가격에 5억원을 더 내고 아파트를 가져가라는 것은 방 빼고 나가라는 거나 다름없다. 그것도 10년이나 지난 낡은 집을 말이다. 세입자들의 등골을 뽑아 배를 채우려 한다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 없게 됐다.

LH는 세입자들이 입주할 당시 감정평가금액으로 분양전환 한다고 계약서에 명시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법대로 하자는 얘기다. 원칙적으로 맞는 말처럼 들리지만 공기업으로서 책무를 망각한 억지다. 세입자들은 10년 후 내 집이 된다는 꿈에 부풀어 계약 내용을 일일 이 따져보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와 LH를 믿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살던 집을 시세대로 분양받으라니 입주민들로선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판교 분양전환이 중요한 것은 10년 공공임대 분양전환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서다. 전국 12만여 가구 10년 공공임대 중 LH만 6만6000호에 달한다. LH는 전국 모든 10년 공공임대를 감정평가액으로 분양전환 하겠다는 입장이다. LH는 판교에서 이를 관철하지 못하면 다른 곳까지 도미노가 일어날까봐 앞뒤 안 보고 밀어붙이고 있는 것 같다.

10년 공공임대 분양전환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도덕성과도 관계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약으로 ‘10년 공공임대 분양전환 방식 개선’을 내세웠다. 반면 국토교통부는 임차인들이 요구하는 분양가상한제 방식의 분양전환은 곤란하다며 발을 빼고 있다. 그러면서 분양전환을 원치 않는 입주민에 대해선 4년을 더 거주할 수 있게 하겠다고 선심을 쓰는 척 했다. 대신 ‘우선분양전환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분양받을 날만 손꼽아 기다린 세입자들에게 분양권 포기는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란 걸 국토부는 모른단 말인가.

정부는 원칙론만 되풀이할 게 아니라 적극 나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법을 고쳐서라도 입주민들이 적정한 가격에 살던 집을 분양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맞다. 문재인 정부는 서민을 위한 정부라고 하지 않았나. 정부는 10년 공공임대 6만6000호에 사는 사람들에게 절망이 아닌 희망을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