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1조 투입된 KDB생명, 시장에서 '찬밥' 대접 까닭은?

산업은행이 인수한 첫 단추부터 잘못...낙하산 인사에 지배구조도 불안정

2018-11-09     이일호 기자

[인사이트코리아=이일호 기자] KDB생명보험 매각이 올해도 요원해 보인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1조원 넘게 세금을 투입하면서 재무 상태는 나아졌지만, 시장에선 들인 돈보다 낮은 몸값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히려 산업은행 체제에서 낙하산 논란이 번지며 지배구조마저 불안정해졌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에서 KDB생명은 올해 매각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산업은행이 자본 확충을 통해 연내 매각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KDB생명이 M&A 시장에서 외면받는 이유는 새 회계처리기준인 IFRS17 때문이다. 보험사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가 2021년 예정대로 시행되면 보험사들이 의무적으로 쌓아야 할 돈이 늘어난다.

KDB생명은 산업은행의 수천억원 대 자본 투입에 힘입어 재무 상황은 괜찮은 편이다. 2017년 4분기 리스크 기준 지급여력(RBC)비율이 106.5로 위험수준까지 내려갔던 것을 지난 2분기 194.5%까지 끌어올렸다. 생보사 평균인 263.3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런대로 건전성이 회복됐다. 최근 수익성도 개선되며 6분기만에 처음으로 지난 1, 2분기 연속 흑자를 내기도 했다.

문제는 차입금에 매겨진 높은 금리다. 올해 들어 4400억원에 달하는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권을 발행했지만 금리가 각각 7.5%, 5.5%에 달한다. 당장의 재무 상황은 개선했지만 중장기적인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자구적 차원에서 구조조정도 이어가고 있다. 생보업계에 따르면 KDB생명은 올해 들어 200여명의 인원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냈다. 전체 임직원의 약 25%에 달하는 숫자다. KDB생명타워의 우선매수권을 매각한 것도 RBC비율을 높이려는 목적에서다. 전속 설계사지점 90여개도 폐쇄하는 한편 독립보험대리점(GA) 시책을 전면 중단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에도 매각은 여의치 않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IFRS17 도입을 앞두고 중소형 생보사들이 M&A 시장에 다수 등장했기 때문이다. ‘대어급’으로 평가받다 최근 신한금융에 인수된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자산규모 31조원)를 비롯해 중국 안방보험의 자회사인 동양생명(31조원), ABL생명(18조원) 등 '거구'들이 매물로 나와 있다.

생보 M&A시장에선 안방보험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패키지로 묶어 매각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두 생보사를 합친 자산 규모가 49조원에 달한다. 지주사 변신을 앞둔 우리은행이나 KB금융지주가 리딩뱅크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눈독을 들일 법하다. 반면 KDB생명은 그 자체만으로는 자산 규모가 작아 매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KDB생명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노골적으로 매각이 지연돼 골치 아프다고 밝히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지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인수 직전 KDB생명의 3년간 누적 적자가 7500억원에 이르는 데 대해 큰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애초에 인수하지 말아야 할 회사를 인수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영 불안을 인정하는 듯한 맥락으로 읽혀 결과적으로  KDB생명의 몸값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배구조 불안정하고 불완전판매율 높아

낙하산 논란을 비롯해 불안한 지배구조 문제도 걸려 있다. 2010년 산업은행 인수 후 최익종 전 사장(2010~2011)과 안양수 전 사장(2013~2018)을 비롯해 안동명·권영민 전 부사장과 임해진 현 수석부사장은 모두 산업은행 출신이다.

특히 현직인 임 부사장은 산업은행이 ‘낙하산 금지’를 선언한 2016년 이후 KDB생명 임원으로 내정돼며 ‘자리 만들기 관행이 여전하다’는 비판이 회사 안팎에서 터져나오기도 했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경영진이 임원을 맡으면서 노조의 반발과 임직원 사기 저하로 이어지고, 자연스럽게 지배구조가 불안정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영진의 전문성이 떨어지다보니 불완전판매율도 높다. 지난 상반기 KDB생명의 불완전판매율은 0.98%로 ABL생명(1.07%)의 뒤를 이었다. 특히 변액보험 불완전판매율은 1.65%에 달해 2위인 ABL생명(1.05%)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수익을 끌어올리기 위해 소비자에게 ‘묻지마 판매’를 했다는 의심을 받을만 하다.

보험설계사 업계 관계자는 “KDB생명의 경우 설계사 뿐만 아니라 지점장도 계약직인 경우가 있어 단기적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측면이 있다”며 “불완전판매율이 높은 이유도 이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