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종식 CJ바사 대표, ‘세상에 없는 치료제’로 암·치매 극복한다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 이끄는 '미생물 사냥꾼' CJ바이오사이언스 출범 1년...글로벌 넘버원 기업 도약 야심

2023-05-18     김민주 기자

[인사이트코리아=김민주 기자] 바이오산업 분야에서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치료제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건강한 삶에 대한 욕구와 함께 최근 두 개의 신약이 FDA 허가를 받으면서 저변 확대 토대가 마련됐다. 특히 세계 최초 ‘먹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탄생으로 기존 치료제(대변에서 정산균을 추출해 항문으로 이식하는 방식)의 한계가 극복돼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시장 성장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의 합성어로 몸속에 사는 세균, 바이러스 등 각종 미생물과 유전자을 말한다. 이들 미생물 중 대부분은 위장관에 존재하며 뇌, 간, 폐 등 주요 장기에 발생하는 질환과도 상호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질병과 밀접한 연관성이 밝혀지면서 유익한 미생물을 활용한 치료제 개발 및 여러 분야의 응용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대표적으로 CJ바이오사이언스가 마이크로바이옴 면역항암제 CJRB-101에 대해 올해 초 미국 FDA에서 1·2상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받았다. 최근에는 영국, 아일랜드 소재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4D파마’가 보유중인 유망 신약후보(고형암·소화기질환·뇌질환·면역질환 등 9건)와 플랫폼 기술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마이크로바이옴 전도사’ 천종식, CJ바사 수장으로

CJ바이오사이언스에서 CEO를 맡아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을 이끄는 인물은 천종식 전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다.

그는 5년 연속 세계 상위 0.1% 연구자 ‘HCR(Highly Cited Researchers)’에 선정된 미생물학 분야 석학으로 서울대에 재직 중이던 2009년 바이오벤처 ‘천랩’을 설립하고 2019년 코스닥에 상장시켰다.

CJ제일제당은 2021년 10월 천랩을 인수해 2022년 초 CJ바이오사이언스를 출범했다. CJ제일제당이 약 3년만에 바이오 사업에 재진출하면서 선택한 기업 천랩은 마이크로바이옴 빅데이터 기반 정밀 플랫폼을 세계 최초로 구축한 이 분야 국내 선도 기업이었다.

천 대표는 지난해 1월 CJ바이오사이언스 출범식에서 "오늘은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 인류에 기여할 수 있는 난치병 치료와 예방 분야의 위대한 시작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2025년까지 후보물질 10건, 기술수출 2건을 보유해 글로벌 넘버원 마이크로바이옴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신약개발에 자신감을 드러낸 셈이다.

‘넘버원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달성을 위한 3대 혁신성장 전략은 ▲글로벌 인체 마이크로바이옴 빅데이터 확보▲바이오-디지털 플랫폼 기반 신약 연구개발 기간 단축 및 임상 성공률 제고▲신사업의 글로벌 확장 등이다.

​그의 이러한 자신감은 미생물학을 오랜 기간 연구한 학자로서 세계적으로 드높인 명성에서 비롯된다.

2021년 11월 미국 학술정보데이터 분석기업 클래리베이트애널리틱스는 ‘2021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최근 11년간 논문 피인용 횟수 상위 1% 기준)를 선정했다. 당시 세계에서 6602명이 선정됐으며 국내 연구자 47명 중 한명인 천 대표는 2007년 펴낸 세균 분류학 논문 등 230여 편을 발표해 총 3만 회 이상의 피인용 횟수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서울대 생명과학부 조교수로 부임해 2021년까지 교수로 일하면서 새로운 데이터가 필요할 때는 강화도 갯벌, 독도까지 가서 직접 발로 뛰거나 학생들을 파견했다. ‘미생물 사냥꾼’ 천 대표 연구팀이 2004년 남극 세종기지 인근 펭귄 서식지에서 새로운 세균 2종을 발견해 국제학회의 공인을 받은 일화는 유명하다. 

학자로서 연구개발을 하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만 만족할 수 없었던 것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도 상용화가 더뎠던 까닭이다. 때문에 천 대표는 미생물 연구를 통해 사회에 공헌하기 위해서는 연구자가 직접 창업에 나서야 한다고 봤다.

업계에서 천 대표는 마이크로바이옴을 사랑하는 석학·기업인·유투버 겸 저술가로 통한다. 그는 방송과 저술을 통해 마이크로바이옴을 어린이를 비롯한 대중에게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려 힘썼다. 그는 스스로를 미생물학의 ‘덕후’ ‘박애주의자’라 칭한다. 그의 인생 마지막 덕질의 목표는 ‘세상에 없는 치료제’로 암과 치매를 극복하는 것이다.

그의 능력과 진정성을 일찌감치 알아본 CJ그룹은 CJ바이오사이언스에 기대를 걸고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2021년 마이크로바이옴 등 웰니스(웰빙·행복·건강)를 포함한 4대 성장엔진에 향후 3년 동안 10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CJ바이오사이언스 출범 1년 그 후

신뢰와 지지는 최근 잇단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달 세계 3대암학회로 꼽히는 ‘미국암연구학회(AACR) 2023’에서 CJRB-101에 대한 전임상 시험 연구결과를 포스터 발표하면서 차별화된 마이크로바이옴 기술력을 알렸다.

또 지난달 4D 파마의 물질과 기술 전체를 인수하며 본격적인 도약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새롭게 확보한 신약후보물질과 기존 보유하고 있는 바이오인포매틱스 기술 기반 이지엠 플랫폼(Ez-Mx Platform)이 접목되면 큰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된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각 파이프라인의 상세 데이터 분석 등을 거친 후 연구개발(R&D) 전략에 반영할 계획이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조만간 CJRB-101 이외에도 다양한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을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장질환, 뇌신경계질환 등에 대한 치료제를 연구하고 있다. 외부와 협업도 이뤄지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월 미국 하버드대학교와 염증성 장질환(IBD), 근위축성측색경화증(ALS), 알츠하이머 치매(AD) 등 작용기전(MoA) 연구 및 신약 후보물질 발굴 목적의 공동연구 계약을 맺었다.

CJ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신규 파이프라인 도입으로 글로벌 최고 수준의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 개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며 “올해 진행을 앞두고 있는 기존 파이프라인의 FDA 임상 외에도 후속 연구를 통해 신약후보를 계속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천 대표는 2021년 말, 개인 SNS을 통해 20년간 몸담은 서울대를 떠나며 "앞으로 인류의 질병 문제 해결에 일조할 수도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겨서 좋다"며 "과학을 통한 질병 극복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위해 모인 120명의 CJ바이오사이언스 멤버들과 새롭게 떠나는 여정을 응원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