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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3-19 16:38 (화) 기사제보 구독신청
대통령·CEO의 이미지 관리 ‘President Identity’
대통령·CEO의 이미지 관리 ‘President Identity’
  • 문기환 전문위원 겸 새턴PR컨설팅 대표
  • 승인 2022.09.01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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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걸 왜 언론에 발표하려는 거지?”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지 벌써 100여일이 지났다. 그런데 대통령의 지지율이 당초 예상과 달리 30% 안팎으로 급격히 하락해 우려라고 한다. 보통 임기 초반에 가장 높은 지지도를 보이는 것과는 달리 매우 이례적이다. 그 이유로 여러 가지가 지적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대통령의 이미지 관리가 미흡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최근 대통령실 홍보조직이 보강됐다.

대통령의 이미지 관리를 홍보 분야에서는 PI(President Identity)라고 한다. 기업에서 PI는 최고경영자(CEO) 홍보를 말한다. CI(Corporate Identity) 즉, 기업 홍보와 구분할 정도로 기업 측에는 매우 중요한 양대 홍보 중 하나다. 아무리 기업 홍보를 잘 수행해 기업 이미지가 좋다고 해도 CEO 홍보에 실패해 회장이나 사장의 이미지가 나빠지면 곧바로 기업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CEO가 전달하는 말이나 글은 누가 작성하는가. 사내 언론이나 사외 언론은 물론 사내외 크고 작은 행사를 포함한 모두의 경우에 말이다. 예외는 있겠지만 대부분 홍보실에서 작성한다. 그것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조직내 경력이 풍부한 책임자급이 작성한다. 그 이유는 본사뿐만 아니라 국내외 모든 조직과의 원활한 연결을 통해 CEO의 말과 글 작성에 필요한 생생한 데이터를 제공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보다 큰 이유가 있다. CEO의 말과 글을 CEO 입장에서 대신 쓰기 위해서는 CEO와의 소통, 즉 둘만의 공감대를 형성해야하기 때문이다.

“홍보예산이 부족한 것 같으니 증액하도록 하게”

그래서 홍보맨으로 소위 CEO의 Speech Writer(연설문 작성자) 혹은 Spokesman(기업의 대변인)이라 불리려면 무엇보다 먼저 CEO의 경영철학, 신념, 소신을 포함해 현재 무엇을 생각하는지 무엇을 고민하는지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언론을 포함해 조직 대내외에 공표하는 공식적인 말과 글에 한해서는 심지어 CEO의 분신이 될 각오를 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본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CEO와 자주 만나야 하고, 언제나 만날 수 있는 최측근이 되어야만 한다. 그래서 CEO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홍보맨은 평소 CEO와 오랜 친분이 있고 신뢰가 깊은 홍보실 직원 중에서 선발하게 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다. 조직의 새로운 CEO가 외부에서 등장할 때다. 다음은 필자가 대기업 홍보팀장으로 재직할 때 겪은 일이다.

때는 1990년대 중반의 어느 추운 겨울날이었다. 얼마 전부터 그룹 사장단 이동 소문이 모락모락 나더니 이윽고 대규모 사장단 인사가 발표됐다. 명단에는 필자가 소속된 회사의 대표이사도 포함되었다. 그런데 새로 취임할 CEO에 대한 내부 평이 녹록하지 않았다. 사내 정보망을 통해 들은 얘기로는 금융기관 출신으로 매사 철저하고 깐깐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한다. 앞으로 모시기가 수월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심심찮게 들려왔다.

당시 홍보팀장이던 필자 또한 신경이 쓰이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제까지와 같이 내가 맡은 일을 충실히 수행하면 무엇인 문제인가?’하며 애써 태연한 척 하고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보도자료를 언론에 발표해야 하는 일이 발생했다. ‘새 부대에 새 술’이라고 신임 사장이 취임하면 제일 먼저 발표하는 것이 내부 조직개편 사항이었다. 회사 내규상 중요한 보도자료의 경우, 사장까지 결재를 받게 되어 있어 필자는 결재판을 옆에 끼고 보무도 당당하게 사장실로 향했다. 사장실에는 이미 몇몇 임원들이 들어가 있다고 비서가 전한다. 그렇지만 다음 날 조간신문에 보도되기 위해서는 언론 배포 시점을 늦출 수는 없었다. 해서 필자는 비서에게 “급한 결재 사항이라고 여쭈어 달라”고 요청했다. 이윽고 들어가라는 비서의 신호가 보인다.

노크를 한 후 사장실로 들어가 보니 응접 테이블에 사장과 임원들이 커피를 마시며 대화 중이었다. 중간간부 직원 한 명의 출현을 아무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렇지만 모름지기 대기업 홍보팀장이라면 어느 정도의 내공을 보유하고 있다. 거의 매일 막강한 언론을 상대로 홍보전쟁(?)을 치르느라 산전수전 다 경험한 사람이란 말이다. 그래서 필자는 예의상 대화의 중단을 잠시 기다렸다가 말문을 열었다.

“사장님! 결재사항이 있습니다”라고 결재판을 불쑥 들이밀었다. 임원들의 눈길이 일제히 내게 쏟아졌고 일순 사장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이게 뭔가?”하며 결재판에 꽂혀 있는 보도자료를 들여다 본다. 이윽고 나온 한마디. “아니, 도대체 이걸 왜 언론에 발표하려 하는 거지?” “회사 내부의 조직개편도 언론에 발표해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야 하나?” 일순 당혹감이 밀려왔다. 임원들의 ‘참 안됐다’는 표정이 언뜻 보인다. 필자는 어차피 통과해야 할 첫 관문이라고 생각하고 호흡을 가다듬고 답변했다.

“사장님, 우리 회사는 매출액이 수십 조원에 달하는 주식회사입니다. 따라서 회사 조직 내부의 중요한 사항이 발생하면 반드시 주주들과 국민들에게 알려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습니다.” 필자의 고군분투가 안되어 보였던지 그제서야 한 임원이 한 마디 거든다. “사장님, 조직개편에 관련한 언론 발표는 과거에도 있어 왔던 사항입니다. 어서 결재해 주시지요~” 아직도 못 마땅한 표정의 신임 사장은 마지못해 결재 서류 위 사장란에 일필휘지로 싸인을 한다.

이후 필자는 몇 달 동안을 신임 사장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무척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러는 과정에서 각종 대내외 행사의 연설문, 신문이나 잡지에 연재되는 CEO 칼럼, 회사 관련 중요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시행되는 언론 인터뷰 및 기자회견, 그리고 종종 실시되는 출입 기자들과의 간담회 등을 준비하면서 사장의 말과 글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를 통해 자연히 사장과 많은 시간을 대화하며 사장의 평소 생각과 경영철학을 공유하게 되었다.

사장 취임 후 반년쯤 지난 때라 기억된다. 결재 사항이 있어 사장실로 갔다. 결재 서류를 한 눈에 훑어보더니 그날도 예의 일필휘지로 싸인을 한다.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인다. “문 팀장, 내가 보기에 홍보팀 예산이 부족한 것 같은데 다음 달부터 증액하도록 하게.” 비로소 CEO로부터 홍보맨이자 대변인으로 인정을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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