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회 발의 몰카 근절 법안서 지목된 변형 카메라 종류
[인사이트코리아=한민철 기자] 여성들과 성관계 한 장면을 불법촬영한 혐의로 지난달 15일 법원으로부터 징역형을 선고받은 한 골프리조트 회장 아들 A씨가 범행에 사용한 촬영기기가 과거 몰래카메라 사건에서 수차례 사용된 종류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기는 지난해 국회에서 몰래카메라를 근절하겠다며 발의한 법안에서 주요 제재 품목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현재 이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상태다.
<인사이트코리아> 취재에 따르면, A씨는 39차례나 성관계 장면을 불법촬영하면서 2종의 위장용 전자기기를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이 사건 공범인 B씨에게 몰래 촬영이 가능한 기기를 구해달라고 요청했고, C씨는 동영상 촬영 기능이 있는 탁상시계 모양과 차량 키 모양의 촬영기기를 구매해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기기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위장용 촬영기’ ‘탁상시계 캠코터’ 등의 검색으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고, 특히 가격과 성능별로 다양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도 인터넷을 통해 해당 기기를 손쉽게 구매해 범죄에 사용할 수 있었다.
A씨 등은 2021년 6월부터 11월 사이 39명의 여성과 성관계 한 장면을 몰래 촬영했다. 검찰 조사결과 피해 여성들은 해당 기기들에 촬영 기능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탁상시계와 차량 키의 기능과 외관을 갖추고 있어 여성들이 알 수 없었던 것이다.
탁상시계와 차량 키 모양의 촬영기기는 그동안 다른 불법촬영 사건에서도 이용된 적 있다. 지난 2017년 10월 서울지방경찰청은 온라인을 통해 탁상시계형 몰래카메라를 구입해 모텔에 설치해둔 채 투숙객의 성관계 장면을 촬영한 혐의로 종업원을 체포해 구속했다.
또 지난해 6월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 여성 직장인이 같은 직장 상사로부터 선물 받은 탁상시계가 알고보니 몰래카메라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해당 시계를 자신의 방 안에 놓아뒀고, 한 달 반 동안 영상이 상사의 휴대전화에 생중계되는 끔찍한 사건이었다.
이에 지난해 9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성남중원)은 탁상시계와 차 키로 위장한 몰래카메라가 범죄에 악용되는 점을 방지하기 위해 몰래카메라의 제조·수입·유통에 이르는 전 단계를 정부가 관리하고, 촬영과 동시에 무선송출이 가능한 변형카메라를 별도로 관리하도록 하는 ‘변형 카메라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방치돼 있고, A씨 등은 이 기기를 이용해 39명의 여성들을 불법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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