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코리아=장진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유럽 출장에서 네덜란드 반도체 핵심장비 제조사 ASML과 벨기에 종합반도체 연구소 imec를 잇따라 방문하며 ‘반도체 초격차’ 확대를 위한 광폭 행보를 펼치고 있다.

1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14일(현지시각)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방문해 피터 베닝크(Peter Wennink) 최고경영자(CEO), 마틴 반 덴 브링크(Martin van den Brink) 최고기술경영자(CTO) 등 주요 경영진을 만나 양사 간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과 ASML 경영진은 ▲미래 반도체 기술 트렌드 ▲반도체 시장 전망 ▲차세대 반도체 생산을 위한 미세공정 구현에 필수적인 EUV 노광장비의 원활한 수급 방안 ▲양사 중장기 사업 방향 등에 대해 폭넓게 협의했다.

이 부회장이 네덜란드 ASML 본사를 찾은 것은 지난 2020년 10월 이후 20개월 만이다. 이번 미팅에는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장이 배석했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반도체 구현을 위해 EUV 기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2000년대부터 ASML과 초미세 반도체 공정 기술 및 장비 개발을 위해 협력해왔으며, 2012년에는 ASML에 대한 전략적 지분 투자를 통해 파트너십을 강화했다. 특히 파운드리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두 회사 간 협력 관계도 확대되고 있다.

EUV 노광기술은 극자외선 광원을 사용해 웨이퍼에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기술로, 기존 기술보다 세밀한 회로 구현이 가능해 인공지능(AI)·5세대(5G) 이동통신·자율주행 등에 필요한 최첨단 고성능·저전력·초소형 반도체를 만드는데 필수적인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연구개발 및 투자 확대 ▲ASML과의 기술 협력 강화 등을 통해 EUV를 비롯한 차세대 반도체 생산 기술을 고도화시켜 파운드리 분야의 경쟁력을 키우고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초격차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 부회장은 다음날인 15일(현지시각)에는 벨기에 루벤에 위치한 유럽 최대 규모의 종합반도체 연구소 imec를 방문했다.

이 부회장은 루크 반 덴 호브(Luc Van den hove) CEO와 만나 반도체 분야 최신 기술, 연구개발 방향 등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imec에서 최첨단 반도체 공정기술 이외에 인공지능, 생명과학, 미래 에너지 등 imec에서 진행 중인 첨단 분야 연구과제에 대한 소개를 받고 연구개발 현장을 살펴보기도 했다.

최근 삼성은 반도체·바이오·신성장IT 등 미래 신사업을 중심으로 향후 5년간 45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삼성이 지난 5년간 투자한 330조원 대비 120조원이 증가한 것으로, 최근 대외경제 불확실성 속에서도 미래 신산업 혁신을 선도하기 위해 연평균 투자 규모를 30% 이상 늘렸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 부회장은 대규모 투자 계획과 관련해 “목숨 걸고 하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여기서 이 부회장의 절박한 인식이 묻어난다. 이번 출장은 이 부회장이 구상하는 ‘뉴삼성’을 향해 본격적인 닻을 올린 신호로 해석된다. 지난 7일 유럽 출장길에 오른 이 부회장은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등을 돌며 전략적 파트너들을 만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 뒤 오는 18일 귀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