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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2-09-30 19:26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인터뷰] 오형나 교수 “탄소중립, 국가가 전면에 나서야”
[인터뷰] 오형나 교수 “탄소중립, 국가가 전면에 나서야”
  • 박지훈 기자
  • 승인 2022.06.03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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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까지 정부 대규모 투자 있어야”
오형나 경희대 국제학부 교수.<오형나>

[인사이트코리아=박지훈 기자] 우리나라 금융사의 지속가능성 수준에 대한 국내외 기관의 평가가 엇갈린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에 따르면 주요 금융지주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종합평가등급은 다른 업종에 비해 높다. KB·신한금융지주는 ‘A+’등급, 하나·우리금융지주는 ‘A’등급이다.

반면 글로벌 기관인 서스테이널리틱스(Sustainalytics)가 전 세계 996개 금융사를 대상으로 집계한 ESG 리스크 점수(낮을수록 양호)는 신한금융(22.3점, 270위), 하나금융(25.8점, 381위), KB금융(27.2점, 435위)이 중위권이었으며, 우리금융(38.5점, 913위)은 하위권에 머물렀다. 세계 10위 경제규모에 비해 국내 민간금융사의 ESG 경영 성적은 아쉬운 수준이다. 오히려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17.0점, 135위)이 중상위권으로 더 우수했다.

기후변화와 환경경제학을 연구해온 오형나 경희대 국제학부 교수는 국내 금융사의 ESG 경영에 대한 글로벌 기관의 저평가와 관련해 “국내기업들이 사회적 책임 활동과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국내기관이 이를 높게 평가하는 관행과 달리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친환경 경영의 평가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럽·미국에서는 녹색금융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나.

“ESG 평가에서 환경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60%라고 보면 된다. 목표가 뚜렷하고 결과를 검증받아야 하기 때문에 성과를 내기도 어렵다. 내버려두면 사회적 책임과 지배구조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해외와 비슷하게 가야한다. 국내에서 평가가 좋은데 해외로 나가면 부족하다. 국내에 ESG 평가 기관이 많은 것도 문제다. 금융사들은 자신들이 유리하게 평가받은 기관의 자료만 가져다 쓴다. 홍보할 때 유리한 자료를 인용한 제조 기업도 수출할 때에는 또 다른 자료로 인증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객관적인 기준과 평가방법,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지 않으면 결국 기업의 지속가능보고서 페이지 수만 늘어나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모범적인 녹색금융 사례로 어떤 게 있나.

“싱가포르 최대은행인 DBS그룹이 계란생산업체에게 인도적 동물복지 농장(humane farm animalcare) 운영을 조건으로 가장 낮은 금리에 2700만 싱가폴달러(245억원)를 빌려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낮은 금리, 높은 한도로 금융을 제공한 점도 바람직하고 무엇보다 탄소배출량이 많으면서도 금융권 문턱이 높았던 축산업을 대상으로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금융사의 획기적인 친환경 경영 활동에는 무엇이 있나.

“앞서 언급한 DBS그룹이 슈퍼마켓과 제휴해 저탄소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에게 쿠폰을 제공하거나 비자카드가 저탄소 옵션을 선택하는 고객에게 혜택을 제공한 사례를 들 만하다. 탄소배출 감소에 큰 효과가 있지는 않지만 소비자의 탄소배출에 대한 인식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녹색채권으로 이익만 취하는 금융사의 그린워싱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금융사의 녹색금융 대표 상품은 역시 녹색채권일 수밖에 없다. 그린워싱 논란이 나오는 이유는 결국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녹색 프로젝트의 질에 대해 범용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기준이 부족하고 발행기관과 투자자간 정보 비대칭성으로 인해 녹색채권 시장에서 투자자와 발행기관간 매칭이 이뤄지지 않는다. 제대로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회계기준이나 크레딧 레이팅과 유사하게 범용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녹색의 기준과 평가방법, 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민간 금융사의 녹색금융 참여를 이끌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금융사의 높은 ESG 등급은 사회적 책임과 지배구조 활동에 기인한 바가 크다. 환경 부문에 노력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줘야 한다. 예컨대 녹색금융을 열심히 한 금융사에 인센티브를 주는 식이다. 세금 감면을 해주자 금융사의 녹색금융이 크게 증가했다는 영국 학계의 연구 결과가 있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말 국내 친환경 녹색금융 투자의 기준이 될 K-택소노미(한국형 녹색산업 분류체계)를 발표하면서 원자력 발전을 제외했다. 또한 유엔에 오는 2030년까지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NDC)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 는 목표를 제출했다. 지난달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에너지 정책에서 문재인 정부와 생각이 다르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2030년 NDC 40% 감축은 국내 여건을 감안 할 때 매우 도전적인 목표로서 국제사회와의 약속은 준수하되 실행 가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는 올해 2월 EU-택소노미에 원전을 넣은 유럽연합 (UN) 사례대로 K-택소노미에 원전을 추가할 계획이다.

K-택소노미에 손을 볼 여지가 있나.

“K-택소노미는 EU를 준용해 마련했다. 오히려 현재 EU 목표보다 상향 조정했다고 볼 수 있다. 후발주자인 우리나라가 이를 바로 가져오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고 본다. EU에는 독일을 제외하면 제조업이 강한 국가가 없다. 반대로 우리는 제조업 강국이다. EU 기준에 맞추면 우리 산업이 받을 타격이 크다. 한 번 정한 택소노미를 영원히 못 고친다면 그대로 따라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 그리고 EU도 에너지 대란이 없었다면 원전을 택소노미에 넣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시대 상황을 반영해 손질할 수밖에 없다.”

어느 정도 수준이 적정한가.

“산업계에서 요구하는 수준보다 높게 EU 수준보다는 낮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액화천연가스(LNG)가 K-택소노미에 한시적으로 포함된 것처럼 석탄산업에 대해서도 다른 생각을 해볼 여지가 있다. 석탄 발전 과정에서 나오는 암모니아는 비록 탄소 배출을 야기하지만 현재 비료산업에 필수적이다. 대체 비료 품목이 있지만 암모니아에 기반한 비료에 효과 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다. 식량문제 때문에라도 석탄산업이 유지될 필요가 있을 수 있다.”

‘기후악당’으로 불리던 중국의 탄소중립 움직임이 발 빠르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2020년 9월 제75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중국이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 정점을 찍고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할 것이라고 대외적으로 선언했다. 저탄소 산업 육성과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가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이다. 중국은 탄소중립을 경제·외교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을 육상과 해상으로 잇는 경제 벨트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조성해 해당 지역 국가에 투자하는 동시에 자국 저탄소 상품을 판매하는 시장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중국·유럽 등 기후변화 행동에 먼저 나선 국가들은 단순히 탄소배출과 같은 친환경적 노력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다. 기후변화를 고탄소 국가 상품의 자국시장 진입을 막고 저탄소 자국 상품의 해외 진출 기회로 삼고 있다.

정부는 녹색금융과 탄소중립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넷제로(Net-Zero) 이행까지 두 시기로 나눠볼 수 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이는 것이 1기,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0(제로) 수준으로 만드는 것이 2기다. 1기는 우리가 선진국보다 늦었다. 그래도 괜찮다. 1기 기술들은 이미 개발된 상태다. 문제는 아직 기술이 개발되지 않았거나 시범단계인 2기다. 2기 목표는 산업의 기술 개발이 없으면 달성하기 어렵다. 정부가 무엇을 도울까가 아니라 어떻게 주도할까가 핵심이다.”

국가의 역할이 민간보다 중요하다는 의미인가.

“우리나라는 1970년대까지 국가 주도의 경제를 지나 이후 지금까지 시장이 이끄는 경제를 유지하고 있다. 국가 주도 만큼은 아니지만 국가가 탄소중립의 전면에 서야 하는 때가 2기다. 중국은 국영기업, 국영은행의 규모가 매우 크고 공산당이 지시하는 바에 따라 속도감 있게 탄소 중립을 추진할 수 있다. 심지어 희토류 같은 희귀광물은 저탄소 산업에 핵심적인데 이마저도 중국이 많이 가지고 있다. 결국 저탄소 기술을 개발해 앞서가야 하는데 기업에만 맡기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국가의 역할에는 구체적으로 무엇이 있나.

“2045년쯤 저탄소 상품·서비스 시장이 엄청나게 확장될 예정이다. 여기에 참여하려면 철강 분야의 수소환원철과 같은 기업의 저탄소 기술 개발이 필수적이다. 과거에는 정부가 기업에 돈을 주고 기술을 개발하게 하는 선금제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기업이 기술을 개발하면 정부가 돈을 주는 후불제 방식도 함께 도입할 필요가 있다. 지금 이 시점, 늦어도 2030년까지 정부의 대규모 투자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2045년쯤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출 수 있게 된다. 유럽처럼 공공부문과 민간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PPP(Public-Private Partnership·민관협력사업)도 해볼 만하다. 함께 기술을 개발해 공유하는 이 방식은 기술 유출 우려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민간기업의 리스크를 줄여 적극적인 친환경 기술 개발을 유도할 수 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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