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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2-08-12 19:34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인터뷰] 조명래 전 환경부 장관이 바라본 ‘환경경영’
[인터뷰] 조명래 전 환경부 장관이 바라본 ‘환경경영’
  • 김동수 기자
  • 승인 2022.06.03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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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업 환경인식 안 낮아…선진국 금방 따라잡을 것”
제18대 환경부 장관을 역임한 조명래 단국대 석좌교수.<이종수>

[인사이트코리아=김동수 기자]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메가트렌드로 자리 잡은 가운데, 그 중요성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기관들이 기업의 재무적 정보를 넘어 비재무적 정보까지 투자 결정 요소로 삼자 오랜 기간 기업의 지상과제였던 ‘이윤 추구’는 이제 옛말이 됐다. 이러한 ESG 바람은 기업의 환경경영에도 새로운 전환점으로 작용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를 우려하면서 기업들이 ESG 중 환경 부문에 얼마나 대응하고 노력하는지가 주요 평가 요소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도 저마다 환경경영에 사활을 걸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탄소중립이나 자원순환 기치를 경영전략 전면에 내걸고 관련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앞다퉈 RE100에 가입하는가 하면, 제조공정에서 온실가스와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인사이트코리아>는 지난 5월 10일 제18대 환경부 장관을 역임한 조명래 단국대 석좌교수를 만나 환경경영의 필요성과 현황, 바람직한 정책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ESG는 기업에 선택이 아닌 필수요소가 됐다. ESG가 반향을 일으킨 이유는 무엇인가.

“ESG 논의 자체는 UN(국제연합)에서 코피 아난(Kofi Annan) 전 사무총장의 요청으로 시작됐다. 당시 전 세계적으로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 상황이었다. 코피 아난 사무총장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선 경제만 지속가능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기업들에게 책임투자를 요청했고 이것이 ESG의 출발점이 됐다. ESG가 갑자기 부상한 이유로는 기후위기를 꼽을 수 있다. 투자업계에서 기업들에게 기후위기 같은 문제를 책임지는 방식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낸 게 대표적이다. 이러한 서한을 시작으로 전 세계 투자 흐름이 ESG를 고려하게 됐다. 기업들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비재무적인 것까지 고려해야 금융사들이 돈을 빌려주겠다고 하니 주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에게도 ESG는 선택의 대상이 아닌 필수 사항이다. 대부분의 기업이 수출 중심의 사업을 하는 만큼, 글로벌 트렌드를 좇아가지 않을 수 없어서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은 특히 대기업을 중심으로 ESG 논의가 지난 2~3년간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했다.”

환경에 대한 국민 인식이 많이 개선되고 ESG에 관한 관심도 높은데 어떻게 보고 있나.

“우리나라는 경제개발을 우선했다. 국가체계라든가 행정체계 역시 마찬가지다. 국민들도 개발주의 시대를 살았기 때문에 환경을 부차적인 것으로 봤다. 그런데도 국내 환경운동이 약한 것은 아니었다. 강한 개발주의만큼 강한 환경주의도 있었다. 5~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민들은 환경문제를 주로 개발문제로 봤지만 최근에는 인식에 변화가 찾아왔다. 환경문제를 수용자 중심에서 바라보고 있어서다. 예컨대 최근까지는 환경을 외부에 있는 매체 개념으로 봤다면 이제는 환경피해를 받는 당사자 입장 즉, 수용체 중심으로 환경의식이 바뀌고 있다. 아울러 ESG에 관한 국민적 관심도 높다. 일종의 과잉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이것이 꼭 나쁘다고 보진 않는다. 다만 걱정하는 것은 ESG에 관한 관심이 일시적 유행이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국내 산업에서 환경경영이 특히 중요한 이유가 있나.

“우리나라는 산업화가 뒤늦게 시작됐다. 산업화가 1960~1970년대부터 본격화됐는데, 우리나라 산업구조는 다른 나라보다 탄소 집약도가 상당히 높다. 즉, 제품 생산에 투입되는 탄소량이 많다는 얘기다. 예컨대 다른 나라가 8%라고 한다면 우리나라의 경우 16%쯤 된다. 철강, 전자, 석유화학 등 우리나라 경제 주력 산업 모두 고탄소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탄소국경세 같은 탄소 글로벌 체제가 들어서면 우리나라 주력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급격히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문제가 연쇄적으로 발생한다.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수출을 못 하게 되고 해당 산업 시설들은 좌초자산화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7~2022년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든 가치 사슬(Value chain)에서 온실가스를 44% 줄였다. 반대로 삼성은 같은 기간 24%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히 대비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포스코, LG화학, 에쓰오일 등 국내 5대 주력 기업은 국내총생산의 15%를 차지한다. 온실가스 배출은 전체의 17%를 차지한다. 이들 기업이 현 상태를 유지한다면 2030년까지 매출이 30조원가량 줄 것으로 예측된다. 다른 나라는 지속적인 투자로 저탄소 제품을 만드는 반면, 우리나라는 고탄소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판매가 힘들어지게 된다. 관세도 치러야해 매출액과 영업이익률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것이 우리나라 경제가 처한 현실이다.”

국내 기업의 환경경영 인식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기업들의 인식이 나쁘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에 있으면서 기업들과 다양한 대화를 굉장히 많이 했다. 물론 여러 가지 규제 완화 건의 때문에 만나긴 했지만 기업들이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의식은 가지고 있었다. 다만 종래 생산방식이나 경영방식에 환경가치를 포함한다는 건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일이다. 이 때문에 규제완화를 요구하거나 탄소중립 시기에 부담감을 느낀 것같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들 특히, 대기업이나 선두 기업은 이제 탄소중립을 해야 한다는 의식을 가지고 있다. 다만 지금 시기를 표현하자면 기업들이 전환기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전환기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우리나라 산업구조는 탄소 집약도가 높다. 때문에 기업들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다. 기업들은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 이제 녹색경영이라든가 탈(脫)탄소 같은 생산체제로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것을 하려면 투자를 해야 한다. 생산방식을 바꿔야 하고 피고용인들도 재기술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런 면에서 전환기라고 부른 것이다. 다만 우리나라 기업들은 산업구조도 그렇고 중공업화에 의존해 아직 관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전환도 빨리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예컨대 우리나라 미래 탈탄소 기술은 선진국의 80% 수준인데, 정부가 선도하고 기업들이 함께 한다면 선진국 수준을 금방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기업은 재원과 인력이 상대적으로 충분하다. 반면 중소기업은 ESG 활성화를 위해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

“대기업은 투자를 위해 자발적으로 ESG 관련 공시를 하지만 중소기업은 다르다. 중소기업의 ESG는 투자보단 사회적 책임 경영을 끌어내기 위한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본다. 때문에 중소기업형 ESG 평가 기준은 따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ESG는 평가가 주된 내용이지만 사실 중요한 건 ESG를 실행하는 것이다. 평가를 넘어 실행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 중소기업중앙회라든가 중소벤처기업부 같은 곳에서 하나의 공적 기준을 만들고 다양한 지원을 해주는 게 현재로선 중소기업에 적합한 ESG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반민·반관 구조로 ESG진흥원 같은 기구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평가 방법의 객관화뿐 아니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ESG 관련 노하우, 기술, 재원, 상담 등을 지원해 주는 정부출연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환경경영을 추구한다는 기업들이 자칫 ‘그린워싱’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이런 문제점에 대한 해결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제는 ESG 평가 항목에 그린워싱이나 ESG워싱 같은 항목도 포함될 것이다. 최근 법조계에서는 그린워싱이나ESG워싱을 할 경우 어떻게 법적 또는 도덕적 책임을 지울지에 관한 논의를 하기도 했다. 물론 당분간 그린워싱, ESG 워싱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아니 불가피하다기보다는 상당히 비일비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미 올바른 ESG를 위해선 이러한 문제점을 걸러내야 한다는 시선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 다양한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될 것으로 생각한다.”

국내 기업 전반에 환경경영을 정착하고 발전시킬 정부 역할을 무엇이라고 보나.

“앞서 이야기 했지만 우리나라는 고탄소 산업구조에 기반을 두고 있다. 관성도 있고 매몰비용 때문에 저탄소 산업구조로 전환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환의 편익을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중요하다. 투자개념으로 보면 나중에 편익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판단을 기업에게 맡기긴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정부가 편익을 예상할 수 있는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예컨대 어떤 산업 분야가 탈탄소를 하기 위해선 얼마만큼 비용이 발생하는지, 또 어떤 기술 분야에 얼마를 투자하면 어느 정도 편익이 생길지를 말이다. 기업이라든가 금융사와 함께 분담해서 장기적으로 전환 사업을 해가는 굉장히 정교한 전환 로드맵이 필요하다. 그래야 기업들도 이해를 바탕으로 희생과 협력을 통해 산업구조를 전환할 수 있다. 또 코로나 팬데믹으로부터 벗어나 이른바 복원의 시대가 본격 도래한다. 이제 화두는 생태환경, 그 다음에는 탄소중립, 기후위기 같은 것이다. 세계 경제도 ‘탄소통상(Carbon Trade) 시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들은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기술, 재정, 교육 분야를 선점하려 들 것이며, 이러한 상황 때문에 글로벌 탄소중립 레짐 같은 시스템도 등장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것과 견준다면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던져진 여러 가지 주된 화두는 굉장히 시대에 역행하는 것들이 많다. 새 정부가 세계적 흐름을 잘 파악하고 이런 기회를 활용해 우리나라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본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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