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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2-08-12 19:34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만나지 않고 통할 수 있나?
만나지 않고 통할 수 있나?
  • 이원섭 IMS Korea 대표 컨설턴트
  • 승인 2022.05.02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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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시대의 대면 소통 인간관계
글쓴이가 매월 진행하고 있는 한국IMC연구회 줌 회의 모습. 이원섭
글쓴이가 매월 진행하고 있는 한국IMC연구회 줌 회의 모습. <이원섭>

드디어 팬데믹의 그늘에서 나와 대면의 세상을 맞았다. 칠백 몇 십일 무심의 세월이 끝나고 얼굴 맞대고 대화하는 사람 맛 나는 세상이 다시 온 것이다. 글쓴이는 사실 지난 몇 년 동안 줌(ZOOM)이나 구글미트(Google Meet) 등의 화상회의 시스템을 이용해 소통을 하기는 했지만 영 익숙하지도 않았고 무엇보다도 내가 로봇 같아서 싫었다. 작은 화면을 통해 나뉘어 조그맣게 보이는 참가자들 모습이 마치 아바타 같았고 화면에는 상대방의 얼굴과 상체만 보일 뿐 직접 회의할 때의 인간적인 느낌이나 온도는 없었다.

초기에는 직접 회의 장소에 가지 않아도 되고 편안한 개인 공간에서 진행할 수 있어 신기하기도 했고 편리해 좋았다. 또한 핸드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일을 보다가 시간되면 참여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회의 장소로 가야 하는 불필요한 이동과 시간 절약이 최고였다. 그러나 회의가 끝나고 나면 직접 대면 회의에 참석했을 때 보다 더 지치고 피곤함을 느끼곤 했다. 개인적인 감정일 수도 있지만 화상회의가 싫고 참가해야 하는 시간이 스트레스다.

나중에 안일이지만 나같이 느끼는 이런 현상을 ‘줌 스트레스’라고 글쓴이만 느끼고 있다고 알고 있던 이 스트레스 현상은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던 공통적 현상으로 과학적 근거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화상회의 시 불안정한 시스템(네트워크, 마이크, 카메라 문제 등)으로 인해 회의 시간 내내 눈과 뇌가 긴장하고 피로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사실은 그동안 대면 회의 시 상대의 목소리나 말투, 말의 빠르기 등 표정 변화나 제스처, 자세, 몸짓 등 비언어적 소통 요소가 사라져 원활한 소통도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화상회의는 작은 화면만으로 여러 참가 상대를 대해야 해서 대면 시의 중요한 소통 요소 파악은 불가능해 내용만 수용되고 의도나 속뜻 파악은 매우 어렵다. 그래서 별도로 알아야 하는 노력을 더 해야 제대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메라비언의 법칙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충분히 오래 살다 보면 내게 이런 일(죽음) 생길 줄 알았지).”

95세에 죽음을 맞이한, 이런 묘비명으로 유명하고 192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아일랜드의 극작가 겸 소설가, 비평가, 웅변가인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 1856년~1950년)는 “의사소통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서로 의사소통이 잘 됐다고 착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상호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말이다. 대면 소통도 어려운데 온라인 비대면 의사소통은 더더욱 어렵다. 왜 이럴까. 심리학자 앨버트 메라비언(Albert Mehrabian, 캘리포니아대학 심리학 교수) 박사의 유명한 ‘메라비언의 법칙’에 따르면 상대방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직접 대면하면서 하는 ‘내용’이 7%, ‘목소리’가 38%, ‘표정’이 35% 그리고 ‘태도’가 20%를 차지한다.

이 말의 의미는 소통하고자 하는 내용보다는 귀로 듣는 실제 청각적인 육성 그리고 태도나 표정 등 눈으로 느끼는 시각적 전달이 커뮤니케이션에서 훨씬 중요하다는 의미다. 정확한 뜻은 내용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고(소통의 목적은 당연히 내용의 전달) 전달하려는 뜻이 내용 외에 감성적 오감을 활용해야 더 정확하게 전달된다는 의미다. 버나드 쇼나 메라비언 박사의 말이 바로 이런 의미다. 따라서 팬데믹 시대의 비대면 화상회의는 이 중요한 요소가 모자라 소통의 어려움과 불편이 있었던 것이다.

이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바뀐다니 다시 대면 커뮤니케이션 시대의 도래는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고 제대로 된 소통의 시간을 다시 갖는다는 의미에서 소중하다. 줌 스트레스 극복을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되고 시청각, 오감의 온전한 커뮤니케이션 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또 다른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 메타버스 시대의 본격화로 나의 분신인 가상 아바타를 통한 회의 진행도 발전할 것으로 보여 슬프지만 대면, 비대면 양립의 커뮤니케이션을 계속해야 할 것 같다. 이제 컴퓨터나 스마트폰 소통은 일반화되어 거의 24시간 ‘네트워크 소통 온(on) 세상’에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과거 싸이월드나 세컨드 라이프 때 아바타 꾸미기를 이미 경험한 것에 더해 메타버스의 더 나 같은 아바타를 통한 네트워크상의 커뮤니케이션은 어쩌면 아바타의 연기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적 커뮤니케이션의 진정성은 사라지고 인간적인 나는 없는 온라인 삶에 빠지지 않을까 심히 염려가 된다. “아, 그거 이메일을 보내줘! 카톡으로 보내줘!”가 일반화되는 요즘 인간적 접촉(대면)이 점점 줄어들고 네트워크가 관계를 규정하고 좌우하는 허상의 삶을 살지도 모른다.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는 이런 비문이 쓰여 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마찬가지로 점점 앞선 테크놀로지를 개발한다면 그 테크놀로지가 사람을, 인간들의 세상과 삶을 어떻게 만들까? 앞뒤 대화의 문맥으로 이해할 수는 있지만, 비대면의 ‘네’는 대면의 ‘네’와 소통의 차이가 엄청나다. 얼굴을 마주 보는(face to face) 경우 말투나 억양, 제스처, 표정 등 감성적 커뮤니케이션에서 바로 느끼는 ‘네~ 네! 네? 네’의 의미를 비대면 소통에서는 쉽게 이해하기가 어려울뿐더러 제대로 된 ‘화자(話者)의 네’의 뜻을 파악할 수도 없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외로워지는 사람들

사실 근쓴이가 가장 좋아하는 소통은 넌버벌(nonverbal) 커뮤니케이션이다. ‘눈빛만 봐도 안다’는 말하지 않는 소통이야말로 최고의 소통이다. 물론 이렇게 되는 상호 경지에 이르는 노력과 시간이 걸린다. 배려, 경청, 눈높이 대화 등의 소통 방법론이 그것이다. 비대면 소통은 눈빛을 볼 수도 없고 대면 소통의 표정, 말투, 태도 등은 더욱 볼 수 없어 내 뜻은 물론 상대방의 의사와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해 제대로 된 소통이 불가능함은 자명하다. 사실 대면 소통을 경험하고 비대면 시대를 맞은 세대는 엔데믹 시대가 문제가 안 될 수 도 있다. 이제 말을 배우거나 소통의 의미를 알기 시작한 어린 세대, 특히 비대면 소통을 먼저 배운 아이들은 시청각 오감 의사소통에 대한 경험 부재로 단체나 사회생활에서 심각한 문제를 겪을 수도 있다.

메사추세츠 공대(MIT)에서 테크놀로지 영역에서의 인간의 삶을 지난 30년간 연구해 온 셰리 터클 교수는 저서 ‘외로워지는 사람들’에서 비대면 온라인 소통을 지적했다. 스마트기기의 메신저나 SNS 앱을 통해 언제든 대화상대와 즉각적으로 연결되는 데 익숙해진 사람은 언제든 메시지가 오면 응답해야 하는 끊임없는 대기 상태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계속되는 소통 대기 상태는 결국 피로감이 쌓여 메시지 등의 소통량은 대폭 늘어났지만 정작 제대로 된 온전한 소통은 점점 줄어든다고 한다. 자기가 듣고 싶어 하고 전달하고 싶은 내용만 교환한 뒤 상대방의 반응은 제대로 파악하지 않는 버나드 쇼의 ‘의사소통이 잘 되었다고 착각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네트워크화 소통 상태에서 함께 있을 때조차도 서로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져 외롭다고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또 상대를 자기가 재미있거나 유용하다고 여기는 부분에 대해서만 소통의 대상으로 보게 될 위험이 커진다고 터클 교수는 분석한다. 책 제목처럼 상대와 항상 소통의 상태에 있지만 사람들은 점점 외로워질 수밖에 없다.

터클 교수는 책에서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접촉하는 행위의 대체물을 테크놀로지가 제공할 때 우리가 어떻게 변하느냐를 오랜 세월 분석했는데 네트워크화 된 공간에서는 사람을 사물 취급하면서 기계에 지나지 않은 로봇을 생명체로 여기고 있다. 사람과의 관계는 약해지면서 로봇과의 관계는 끈끈해지는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인간이 편리하고 자유로워지기 위해 테크놀로지를 창조했지만 테크놀로지로 인해 가능해진 무엇에도 제한되거나 구속받지 않은 생활로 인해 역설적이게도 어디에서나, 언제나 소통이 가능해져 어디를 가든지 일할 수 있는 환경으로 외로운 존재가 되었다고 한다. 네트워크가 연결돼 있지 않은 고립과 단절을 견딜 수 없는 취약한 존재가 된 것이다.

테크놀로지는 확대되고 발전하는 반면 우리의 감성적 삶은 붕괴되고 매몰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터클 교수는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테크놀로지를 거부하지 않고 인간을 소중히 하는 방식으로 테크놀로지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한다. 매우 어려운 숙제다. 그럼 어떻게 하라는 말일까? AI가 지금 보다 더 진보해 인간을 넘어서는 단계가 되면 테크놀로지가 인간의 이런 고민도 해결해 줄까? 불가능할 것이다.

아무리 테크놀로지가 발전하고 로봇이 AI화 된다고 한들 인간처럼 눈빛만 보고, 목소리 상태만 듣고, 상대의 표정을 보고 온전히 소통하는 인간적 감성은 영원히 만들어 낼 수는 없다. 따라서 대면 소통은 인간적 대면 방식으로, 비대면 소통은 진보한 테크놀러지 비대면 방식으로 발전해 가면 된다.

인간적 최고의 소통 방식은?

주지해야 할 것은 비대면 테크놀로지도 대면의 인간이 만든다는 사실이다. 인간 최고의 소통 방식은 말이 필요없는 넌버벌 인간적 감성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해 나를 상대에게 보여주고 그 평가는 상대가 하도록 하는 배려의 커뮤니케이션이다. 내가 무엇이고, 무엇을 말하고, 상대는 이렇게 느끼라는 내 주입의 말보다는 내 행동을 통해 상대가 나의 진심을 느끼도록 하는 최선의 커뮤니케이션이다. 또한 내가 말을 하기 위해 상대의 말을 듣는 자세보다는 상대가 되어 온전히 상대의 말과 행동에 귀를 기울이는 경청의 자세도 최선이다. 이런 진정성이 오랜 관계 속에서 쌓여야 상호 간 말이 필요 없는 눈빛 소통 같은 넌버벌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진다.

서로 간의 관계(Relationship)는 상호간 경험, 체험이나 경험(Experience)이 모여진 상대에 대한 학습 결과로 이루어진다. 기계적 빅데이터가 쌓여 분석과 인사이트로만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감각과 지각에 의해 직접적으로 주어지는 인식을 뜻하는 경험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해야 한다. 인간이 냄새만 맡고 ‘아! 이건 누구의 요리 같아’라고 하는 경험적 판단은 테크놀로지가 도저히 할 수 없는 영역이다.

상대와의 감성적 경험(Emotional Experience)이 차곡차곡 쌓인 경험을 관리한다면 상호간에 통하는 소통 코드가 만들어 지고 이렇게 되면 만족스런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기업 고객관리에 적용되는 CEM(Customer Experience Management·고객 경험관리)이다.

콜롬비아 비즈니스스쿨의 번트 슈미트 교수가 개발한 CEM은 고객들이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실제 접한(체험) 경험을 통해 느끼는 요소들을 관리하는 것인데 이성적 요소(가격·품질·경쟁 제품 우위 등)보다 감성적 요소들이 더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비슷한 UX(User Experience)라는 것이 있는데 UX는 사용자가 어떤 시스템, 제품, 서비스를 직·간접적으로 이용하면서 느끼고 생각하게 되는 총체적 경험으로 디자이너들은 사용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용자를 위한 ‘최적의 디자인’을 창조한다.

이런 개념에서 결국 인간의 소통은 상호간의 인간적 체험을 해 가는 과정이며 이를 알기 위해 상대의 생각과 행동을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받아 주려는 인간 본연의 마음이다. ‘감성’을 적극 활용해 커뮤니케이션 하는 ‘감성표현의 사회’에서는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사실만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보다는 인간의 감성과 사회적 감성 코드를 파악해 대인관계와 마케팅 등에 감성을 살려 커뮤니케이션하는 ‘감성 커뮤니케이션’이 핵심개념이 된다.

내용에 충실했던 비대면적 소통에 오감 커뮤니케이션 목소리, 얼굴 표정, 상대를 존중하는 공손한 자세나 태도의 대면 소통이 되면 세상 통하지 않는 관계는 없을 것이다. 한편으론 대면 소통을 배우지 못한 젊은 세대에게는 어른들의 소통교육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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