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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19 19:07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원주민 잔혹사㊦] 쫓겨나는 원주민…‘용산 참사’ 잊었나
[원주민 잔혹사㊦] 쫓겨나는 원주민…‘용산 참사’ 잊었나
  • 이하영 기자
  • 승인 2022.04.01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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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가치 수년전 수준으로 평가…집 팔고 떠나려는 주민 다수

‘춘분 꽃샘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는 속담이 있다. 3월 이른 봄에 찾아오는 추위를 일컫는 말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멈춰있던 서울 도시정비사업 시곗바늘을 돌리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힘을 싣기로 약속했다. 춥고 낡은 주택을 허물고 깨끗한 새집을 지어준다는데, 당장 앞날이 걱정인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재개발 지역에 사는 원주민들이다. 그동안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면 정작 원주민은 떠나고 돈 많은 외지인이 들어와 터를 잡는 게 일반화 됐다. 과연 이번에도 그럴까. <인사이트코리아>는 원주민이 소외되지 않는 재개발 사업을 고민해본다.

2009년 1월 20일 새벽 서울 용산4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재개발에 따른 적절한 보상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던 망루가 경찰특공대의 강제 진압으로 불타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이하영 기자] ‘용산 참사’로 불리는 2009년 서울 용산4구역 철거 현장 화재 사건은 재개발의 잔혹성을 드러내는 우리 사회의 단면이다. 보상금에 반발하던 상가 세입자 100여명은 재개발조합과 공권력의 강제철거로 토끼몰이를 당했다. 이 과정에서 상가 세입자 2명과 전국철거민연합회 회원 2명, 경찰특공대 1명이 사망했다. 부상자는 경찰 16명, 농성자 7명 등 총 23명이다. 용산 참사를 다룬 연상호 감독의 영화 ‘염력’에는 코미디가 있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비극은 반복되고 있다. 2018년 2월 성북구 장위4구역에서 니트 공장을 운영하던 공장 세입자 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턱없이 적은 보상금에 갈 곳을 잃은 그는 ‘재개발 날강도’라는 유서를 남겼다. 2019년 강북구 미아3구역 재개발 현장에서도 보상 문제로 상인과 조합의 싸움이 벌어졌다. 지난해 서대문구 영천재개발구역에서는 상인들과 일부 시민들이 보상 문제로 조합과 다툼을 벌였다.

조합과 세입자 간 다툼은 재개발 사업비 배분과 밀접히 관계돼 있다. 재개발 사업의 근거법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 제48조 제1항 제4호에 따르면 조합원의 토지 및 건축물 등 종전자산 평가를 ‘사업시행인가 고시한 날’로 규정하고 있다

재개발 사업은 빠르면 10년 내 진행된다. 이 중 사업시행인가는 조합승인 이후 비교적 초기 단계에 속하는 순서로 이후 시공사를 선정하고 종전자산을 평가하게 된다. 시공사 선정이 지연되면 길게는 10년 가까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재개발 사업은 공공사업으로 개발이익이 배제된 상태에서 종전자산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물가가 오르며 자산가치도 동반상승하는데 보유한 건물이나 토지가 사업시행인가 시점인 10여년 전으로 평가받게 되면 조합원 입장에서는 자산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종전자산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니 자연히 추가 분담금 부담도 늘어나게 된다. 원주민들이 재개발 지역에 남는 것보다 떠나는 것을 선택하게 되는 이유다. 주택업계에서는 서울시 재개발 사업 시 원주민 재정착률을 20%가량으로 추산한다.

지난 3월 24일은 서울시 신규 재개발 사업인 모아타운 공모 마지막날이었다. 접수 마감 결과 중랑구와 송파구, 성동구, 도봉구, 마포구, 양천구 등 14개 자치구에서 30곳이 신청했다. ‘미니 재개발’로 불리는 모아타운은 10만㎡ 이내 지역으로 범위를 좁게 설정해 신축과 구축이 뒤섞여 재개발이 어려운 지역에 도입된다.

(반시계 방향으로) 모아타운 시범사업지로 지정된 강북구 번동 일대에 마을버스가 좁은 도로에서 곡예운전을 하고 있다. 공공재개발 2차 후보지로 선정된 미아동 일대에 지난해 8월 25일 건축 허가를 받은 건물이 건축 중이다. 강남의 마지막 판자촌으로 불리는 구룡마을 입구에 임대주택 대신 특별분양을 원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구룡마을 뒤로 강남구 대치동의 고급 아파트가 늘어서 있다.<이하영>

떠날 준비 하는 사람, 떠나지 못하는 사람

모아타운 공모 마감 다음날 <인사이트코리아>는 시범사업지로 선정된 강북구 번동 427~430번지 일대를 찾았다. 번동 일대는 낮은 빌라가 즐비했다. 마을버스가 골목 안 도로 1차선에 주차된 차를 피해 곡예운전을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번동에서 20년을 살았다는 주민 A씨는 자신이 사는 지역이 아직 모아타운 시범지역으로 지정된 것을 모르고 있었다. 인근 빌라 한 채를 소유하고 있다는 A씨는 “올해 초 구청에서 나온 사람이 심사를 하고 갔다. 부동산에서 3억원을 준다고 했는데 그 뒤로 연락이 없다”며 “아랫마을처럼 10층 이상 아파트를 지어야 한다. 다른 건 돈이 안 된다”고 말했다.

A씨 말에 따르면 인근 주민들은 분양권을 전매하고 나갈 심사다. 그러나 A씨에게 “추가 분담금이 들지 않고 새집을 주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자 “당연히 (여기서) 산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발소를 운영하는 B씨는 상황을 봐서 남거나 아니면 가장 마지막에 동네를 떠날 예정이라고 했다.

공공재개발 예정구역으로 선정된 옆 동네 미아258구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미아동에서만 30년을 살았다는 C씨는 콘크리트가 한창 굳어가는 신축 건물을 지켜보고 있었다. C씨는 “30평쯤 되는 집이 최근 5억8000만원에 팔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잘 팔았다”며 “이웃 주민들 다 (집을) 팔고 나간다고 한다. 원주민들은 다시 못 들어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편과 둘이 살아 추가 분담금이 부담이라는 C씨에 “임대 아파트를 주면 떠나지 않아도 되지 않겠냐”고 물었다. C씨는 한참 고민한 끝에 “우리한테 돌아올 것이 있겠느냐”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유치원 때부터 키워온 초등학교 4학년 손녀가 ‘할머니 절대로 이사 가면 안 된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비교적 최근 재개발을 진행하는 사업지에서 원주민들이 떠나기로 했다면, 떠날 수 없어 남는 사람들도 있다. 30여년째 재개발을 기다리는 강남의 마지막 판자촌 구룡마을 원주민들이 그렇다.

지난 3월 28일 찾은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입구에는 임대주택 대신 특별공급을 원한다는 주거대책추진위원회의 ‘임대 반대’ 현수막이 가장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구룡마을에서 22년간 살았다는 최순자 주거대책추진위원회장은 “하다못해 빌딩 청소라도 하려면 강남에 있어야 한다”며 “우리가 억지 부리는 것이 아니라 (구룡마을은) 오세훈 시장 전에 분양 딱지가 있던 곳”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임대는 불안하다. 청년들에게 반값주택 지어주듯 우리에게 특별분양을 달라는 것”이라며 “이전에 1100여세대가 있었다면 이제 600여세대 밖에 없다”고 밝혔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1989년 1월 24일 이전 지어진 무허가건축물 소유자는 ‘이주대책 대상자’ 즉 분양권 부여 대상자로 취급한다.

구룡마을은 1980년대 중후반 88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내쫓긴 철거민들이 모여살기 시작하면서 마을이 형성됐다. 2011년 서울시 도시개발구역 지정 이후 개발 방식을 놓고 수차례 논의를 이어왔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2014년 서울주택공사(SH)가 토지를 수용해 공영개발 방식으로 확정됐으나 임대와 특별분양권을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재개발 원주민이 내쫓기지 않는 재개발과 관련해 9인의 전문가는 용적률 상향과 금융 지원 등을 조언했다.<각사>

원주민 내쫓지 않는 재개발, 전문가 9인에게 묻다

재개발 과정에서 원주민이 쫓겨나는 현상을 막기 위해 부동산업계를 비롯해 학계와 법조계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재개발 사업에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둥지내몰림)’은 어려운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도 용적률 상향 등 사업성을 높이는 방법과 금융 지원 등이 어느 정도 보완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먼저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인포 권일 리서치팀장은 “많은 원주민을 수용하려면 용적율을 높여 주택을 많이 짓는 수밖에 없다”면서도 “이 경우 주거의 질이 떨어져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성호 법률사무소 자산 대표변호사는 “재개발 사업은 서민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한 공익의 목적이 큰 만큼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사회적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며 “갈 곳 없는 원주민이나 세입자를 위해 임대동을 늘리고 이주대책용 아파트를 만들어 순환재개발사업을 진행해 집값 폭등을 미연에 방지하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도 “자금 여력이 부족한 원주민들에게 금융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세입자의 경우 용적율을 높여준 만큼 기부채납을 받아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주민이 새집을 받기 위해 과도한 추가 분담금을 부담하게 하는 것보다 이주비를 현실적으로 책정하거나, 분양권 전매를 활성화할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재개발 사업의 원주민 재정착 문제는 이전부터 계속 고민돼왔던 부분으로 임대아파트 의무 비율이 있다”면서도 “지원되는 부분이 종전 임차인을 다 수용할 능력은 되지 않으므로 이주비를 합리적으로 책정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 김인만 소장은 “원주민 보호는 세금이 투입돼야 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것이다. 조합원 분양가가 시세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라며 “현금청산도 시세보다 너무 낮게 책정돼 새집을 얻는데 고생할 수 있으므로 오히려 분양권 전매를 통해 원주민들이 프리미엄을 얻어 이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김예림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재개발은 공익성을 따져 개발이익 배제 금액으로 현금청산금을 책정하는데 이는 시세의 절반 수준”이라며 “사업 수익성을 높이려고 토지 수용을 빠르게 할 목적이지만 결국 (사업이 속도감 있게 추진돼도) 이익은 시공사나 조합으로 귀속되며 세입자는 이사비 수준의 보상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입주 시까지 금융 문제를 강조한 전문가도 있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책임연구원은 “결국 자금 문제와 연계돼 있다. (추가 분담금을 낼) 여력이 안 돼 어쩔 수 없이 새집을 포기하는 원주민을 줄이기 위해서는 대출 중계밖에 없다”며 “정책금리 수준의 저리 대출을 알선해서 분납해 대출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원주민 입주를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추가 분담금 문제”라며 “조합원 분양가를 낮춰 일반 분양가를 높이거나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방법 이외에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도시 슬럼화 방지와 서민 주거 안정 측면에서 국가가 종합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개발 사업은 기본이 민간이라 추가 분담금 등이 너무 높아지면 사업 시행이 어려울 수 있다. 그럼 도시는 계속 슬럼화하고 노후화 돼 치안, 보안, 소방 등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주택 공급 문제 해결을 위해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보다 재개발 사업에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 본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에 재개발 원주민 보호 대책에 대한 질의를 했으나 답변은 오지 않았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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