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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2-09-27 19:59 (화) 기사제보 구독신청
[인터뷰] 성악가 김동규 “음악 천재? 정말 죽을 만큼 노력했다”
[인터뷰] 성악가 김동규 “음악 천재? 정말 죽을 만큼 노력했다”
  • 한민철 기자
  • 승인 2022.03.29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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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노력을 배신하지 않는다…클래식으로 소통하는 인생 친구 되고파”
바리톤 김동규 성악가. 김동규
바리톤 김동규 성악가. <김동규>

[인사이트코리아=한민철 기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성악가, 소프라노라면 조수미 그리고 바리톤에는 단연 김동규가 있다. 조수미는 ‘신이 내린 목소리’라 불리며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음악 천재 이미지가 강하다. 반면 김동규는 성악가뿐만 아니라 ‘프레디머큐리 수염 아저씨’ ‘노래 잘하는 예능인’ 등 친근한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물론 성악가로서 김동규의 명성은 이런 수식어를 낯설게 한다. 그는 이탈리아 밀라노 베르디 음악원을 수석 졸업했고, 한국인 최초로 라스칼라 극장 주역 가수로 활약했다. 베르디 국제성악콩쿠르와 나폴리 살레르노 성악 콩쿠르 1위 등의 이력으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유럽 각지의 오페라에 출연했고, 국내외 100회 이상의 공연으로 세계적인 천재 성악가로 인정받아 왔다.

김동규는 국내에서 음악방송 라디오와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통해 대중과 소통해왔다. 그의 편하고 수수한 목소리와 훈훈한 이미지는 친근감을 줬고, 이 때문에 예능인과 아저씨라는 수식어가 붙었는지 모른다. 김동규는 이 수식어를 “대중들과 소통한 노력의 결실”이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동안 쌓아온 대중적 기반을 토대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클래식의 감동을 선사하며, 인재 양성과 국내 음악계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인사이트코리아>는 한국의 대표 성악가 김동규와 만나 근황과 가치관, 앞으로 행보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방송이나 공연에서 얼굴을 본지 오래된 듯 하다.
“그렇다. 코로나 시국에 관객들을 만나는 음악 활동을 할 수 없다보니 마치 숨어 살고 있는 사람처럼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코로나19로 인해 타격이 매우 컸을 것 같은데.
“물론이다. 지난해 이맘까지만 하더라도 공연을 하는 것은 꿈도 못 꿨고 음악 촬영이나 제작, 심지어는 대학 강의도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전업 연주자들이 생계 유지를 할 수 없어, 그들의 고민과 좌절 섞인 얼굴을 볼 때마다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마련한 자구책이 있었나.
“공연 업계에서 발 빠르게 온라인 공연을 기획하기도 했지만 역시 한계가 있었다. 연습을 위해서는 모여야 하고, 특히 클래식 공연은 직접 현장에서 관객들과 소통하며 나누는 감동의 깊이가 온라인에서의 그것과 차원이 다르다. 하루 빨리 사태가 진정되길 원하면서 연습과 제작에 집중했다. 그 과정에서 따가운 시선에 또 다른 상처를 받기도 했다.”

김동규 성악가는 코로나 시국에 한동안 공연을 못했지만, 최근 문경에서 멋진 공연을 해냈다. 김동규
김동규 성악가는 코로나 시국에 한동안 공연을 못했지만, 최근 문경에서 멋진 공연을 펼쳤다. <김동규>

따가운 시선은 무엇인가. 
“클래식 공연이라면 보통 비싼 티켓값을 주고 보러 가거나 소위 있는 집 자식들이 전공한 음악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그러다보니 경제적으로 별로 타격도 없으면서 죽는 소리 하느냐는 말을 듣기도 했다. 사실 코로나 시국 이전에도 클래식 연주자 대부분은 경제적 상황이 녹록치 않았다. 클래식에는 관객들이 그다지 돈을 쓰려하지 않는 경향이 있고, 기업체 후원이 없거나 공공기관 연주도 계약직이 고작인 경우가 많다. 그래도 비록 입에 풀칠하더라도 자신이 신나고 행복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감동을 주는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는 일념에 노력해온 이들이다.”

분위기를 좀 바꿔서 이야기를 해보자. 최근 멋진 공연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3월 24일 경북 문경의 문경문화예술회관에서 제가 연출과 편곡, 음악감독까지 맡고 DK 앙상블 단원과 함께 한 ‘3월의 어느 멋진 날’이라는 공연을 열었다. 모두가 지난 2년 간 손에 꼽을 정도로 밖에 공연을 하지 못한 설움과 음악에 대한 열정을 담아 최고의 무대를 선사했다. 관객들과 오랜만에 소통하면서 즐거움이 가득했고, 관객분들도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얼마나 지치셨을까 하는 생각에 전원이 ‘보러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도록 최선을 다했다.”

2022년 첫 공연이었던 만큼 좀 더 큰 곳에서 했으면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크고 작은 공연이 어디 있는가. 지금까지 겪은 어느 공연이든 규모에 상관없이 소중했고 전부 기억에 남는다. 공연을 일을 한다거나 의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부터 음악을 내려놓을 때가 된 것이다. 그런 생각이 전혀 없으니 아직 음악을 내려놓을 때는 아닌 게 분명하다.(웃음) 공연을 관객들과 한바탕 즐기고 논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다른 무대에서 그분들과 또 만나기 위해 모든 열정을 쏟을 뿐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겠다. 김동규는 음악 천재인가.
“굳이 천재라고 부르고 싶다면 타고난 게 아닌 죽을 듯 노력해서 만든 천재라고 말할 수 있다. 사람들이 제가 기타, 건반, 색소폰, 드럼 등 대부분의 악기를 연주하는 것을 보며 ‘저건 타고 난 것’이라고 말해주지만, 뒤에서 남들 다 쉬고 자는 시간에 엄청 연습했다. 음악은 노력을 배신하지 않는다. 많이 듣고 연습하다보니 몸의 일부처럼 센스도 생기기 시작했고, 응용력과 감정이 풍부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젊었을 때 그렇게 천재로 불리기 위해 노력하면서 익힌 음악적 센스와 능력 덕분에 오늘날 공연 때마다 악기 연주자 한명 한명의 얼굴과 소리, 감정이 떠오르고 모두 제 머리 속으로 들어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정말 죽을 만큼 노력했다.”  

김동규 성악가는 연주자들과의 소통이 없다면 관객들에 좋은 무대를 보여 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동규
김동규 성악가는 연주자들과의 소통이 없다면 관객들에 좋은 무대를 보여 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동규>

음악가로서 평소에 갖춰야 할 습관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제 평상시의 모습을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우선 매사에 꼼꼼해야 한다. 보일러 수리 기사님이 집에 방문했을 때 대부분은 그냥 수리를 맡기고 잘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끝나겠지만, 저는 기사님이 귀찮다는 표정을 지을 정도로 옆에 붙어서 고치는 방법을 상세히 보고 익혔다. 또 그동안 궁금했던 보일러 절약 방법이나 자가진단 등 여러 가지를 물어보고 배우기도 한다. 이런 습관 덕분에 본인 옷은 직접 재봉틀로 수선하거나 도배, 페인트, 바닥 시공까지도 다 직접 가능하다. 누군가에게는 귀찮은 인간형일 수 있지만, 어느 한 가지 내가 모르는 것을 끝까지 배우려 하고 향후 혼자서도 직접 해볼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집념과 꼼꼼함은 음악을 공부하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됐다. 또 의외라고 볼 수도 있지만 지리에 능한 것도 음악가로 성장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 과거 유럽에 있을 때 에이전트가 종이에 달랑 주소 하나 적어주고 내일 여기에서 공연이 있으니 가라고 말해줬다. 당시에는 스마트폰이나 네비게이션도 없었고 택시비도 비쌌기 때문에 지도 하나 들고 미리 나가 이곳저곳을 헤매다 겨우 공연장에 도착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 경험이 수차례 있었고, 나중에는 지도 없이 길을 외워 공연장에 찾아갈 수 있었다. 아날로그식 지리 찾기를 하면서 더욱 부지런해 졌고, 지휘를 할 때도 누가 어디에 위치해 어떤 소리를 내는지 금방 파악해 낼 수 있게 됐다. 마지막으로 자신감이다. 사실 무대에 서면 많은 관객들의 시선이 집중되기 때문에 긴장을 안 하겠다고 마음 먹어도 매번 떨릴 수밖에 없다. 나 하나의 사소한 실수가 공연 전체를 망칠 수 있기 때문에 공연 시간에는 모든 것을 집중하고 무대 뒤에서 다리가 풀려버린다. 자신감을 갖자는 마인드 컨트롤을 항상 하면서 이제는 공연장의 전체 분위기를 휘어잡을 수 있게 됐다.” 
 
관객들에 좋은 무대를 보여주기 위한 자신만의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가.
“우선 연주자들과의 소통을 중요시한다. 연주자들과 사이가 좋고 호흡이 맞아야 좋은 무대가 나오기 때문이다. 사실 저는 연주자들이 잘 차려 놓은 밥상에 잘 떠먹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과분한 위치에 있으면서 찡그리고 권위주의를 내세우면 되겠는가. 연주자들에게 항상 웃으며 격려하고, 이 소중한 시간을 한시라도 헛되이 쓰지 말자고 매번 다짐한다. 그리고 같은 곡이라도 편곡을 새롭게 하는데, 그것이 연주자들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동시에 관객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연주자들이나 관객들로부터 ‘김동규 무대는 언제나 싱싱하다’는 말을 듣는 게 최고의 찬사다. 이런 부분이 좋은 무대를 선사하기 위한 저만의 철칙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향후 계획은.
“특별한 계획은 아직 세우지 않았다. 공연 준비하고 관객들과 소통하고 많은 사람들과 좋은 인연을 만들며 음악적으로 더 성장하고 싶다. 실패하거나 절망에 빠질 때면 클래식 음악을 듣고 힘을 얻었다. 여기서 포기하면 이런 음악의 감동을 두 번 다시 경험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더 노력하고 좋은 무대를 만들기 위해 달려왔다. 거창한 계획보다도 때로는 라디오 사연을 읽어주며 같이 웃고 눈물을 흘려주는 아저씨, 클래식으로 소통하고 격려해주는 인생 친구 그리고 ‘김동규 음악에 귀가 호강하고 산다’고 칭찬해주시는 관객들과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싶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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