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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2-10-05 18:14 (수) 기사제보 구독신청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97% 달성?…외거노비가 솔거노비로 바뀐 것 뿐”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97% 달성?…외거노비가 솔거노비로 바뀐 것 뿐”
  • 김동수 기자
  • 승인 2022.03.21 1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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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 시행 5년…자회사 통한 정규직 전환, 근로자 처우는 제자리걸음
공공운수노조, 자회사 21곳 처우 실태 조사…경비·미화·시설관리 근로자 임금 대부분 시중노임단가 못 미쳐
공공운수노조가 21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다리에서 자회사 근로자의 저임금 원인인 ‘낙착률 폐지’ 등을 주장하며 행진에 나섰다.<김동수>

[인사이트코리아=김동수 기자]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자회사 정규직으로 고용된 근로자들이 용역회사 시절 처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모회사 대비 낮은 임금은 물론 최저시급을 간신히 넘기는 일도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외주화의 활용 방식이 용역업체에서 자회사로 이름만 바뀐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사회 양극화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 비정규직 문제를 공공부문부터 해결하고자 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불안과 저임금 문제를 개선해 변화된 사회 분위기를 민간 영역으로 확산하겠다는 복안이었다. 정부는 해당 정책을 추진하는 방안으로 파견·용역과 같은 간접고용 근로자를 공공기관이 자회사를 신설해 직접 고용하는 방식까지 폭넓게 인정했다.

문제는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이 시행된 지 5년가량 지났지만 자회사를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된 근로자들의 처우가 제자리걸음이라는 점이다. 자회사 정규직이란 이름표를 달았지만 시중노임단가보다 적은 임금을 받는 등 근로조건 개선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자회사 17곳 중 13곳 시중노임단가에 못 미쳐

21일 공공운수 노조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으로 전환된 근로자는 총 19만2698명이다. 이 중 파견·용역에서 고용 형태가 전환된 근로자는 12만99명으로 62.32%에 달한다. 공공기관이 파견·용역 근로자를 직접 고용한 경우는 32.5%였으며 자회사를 통해 고용한 인원은 65.6%(4만9128명)였다. 자회사로 전환을 진행한 공공기관(지방공기업 7곳 포함)은 총 83곳으로 이 중 73곳이 문재인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으로 신설된 것으로 파악된다.

공공운수노조가 지난해 소속 노동조합이 있는 21개 자회사를 대상으로 처우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자회사로 전환된 경비·미화·시설관리직종 근로자 대부분의 임금이 시중노임단가에 미치지 못했다. 시중노임단가는 중소기업중앙회가 해마다 2차례 발표하는 건설업과 제조업 부문 노동자의 평균 임금이다.

지난해 상반기 적용된 시중노임단가와 비교하면 자회사 17곳 중 경비·미화직 근로자의 임금이 시중노임단가에 미치지 못한 경우가 13곳으로 76.5%에 달했다. 시설관리직의 경우 단순노무종사원 시중노임단가에 미치지 못한 곳이 15곳 중 9곳으로 60%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2020년 12월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자회사로 설립된 코바코파트너스의 경비(일반)·미화 근로자는 각각 182만2480원의 임금을 받았다. 이는 시중노임단가 대비 86.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시급으로 따지면 8720원으로 지난해 최저시급에 턱걸이 해 간신히 최저임금 위반을 피할 정도다.

이 밖에 ▲인천공항운영서비스 경비(월급여 183만원·시중노임단가 대비 86.8%) ▲인천국제공항보안 미화(186만원, 88.2%) ▲한국체육산업개발 경비·미화(187만5167원, 89.0%) ▲부산도시철도운영서비스 경비·미화(188만3450원, 89.4%) 등 시중노임단가에 미치지 못하는 곳이 수두룩했다.

공공기관 자회사에 근무하는 A씨는 “정부 정책에 따라 신설된 자회사로 정규직 전환이 이뤄졌지만 실제 용역업체 시절과 처우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가 21일 경복궁을 지나고 있다<김동수>

정규직 전환율 97% ‘자화자찬’…구조적 문제는 여전

공공운수노조는 열악한 근로조건의 원인으로 구조적 문제를 꼽는다. 먼저 모회사와 자회사 간 용역계약 체결 시 용역비 산출에 관한 기준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자회사 노조가 임금·단체교섭 과정에서 세부적인 정보를 파악하지 못한 채 교섭에 임해 대응 방안 마련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또 모회사와 자회사 간 용역계약 체결 시 낙찰률을 임의로 적용하는 현실도 꼬집었다. 모회사와 자회사 계약은 별도 경쟁 입찰 과정이 없는 수의계약을 통해 체결하고 있다. 공공기관 자회사에 적용되는 용역근로자 보호지침과 국가계약법 시행령에는 시중노임단가에 따라 예정가격을 작성하고 계약을 맺도록 하고 있다. 또 정부가 2020년 3월 발표한 공공기관 자회사 운영 개선대책에는 종전 관행에 따른 낙찰률을 임의 적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공공기관이 자회사와 계약을 할 때 인건비에 임의로 낙착률을 적용해 저가 낙찰 관행이 지금까지 이어졌다는 게 공공운수노조의 설명이다. 모회사가 용역계약의 예정가격을 산정할 때 시중노임단가에 과거 용역업체 시절 계약 시 사용하던 낙찰률을 적용해 근로자 임금이 감소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로 ‘공공기관 예산운용지침 총인건비 규정’을 지적했다. 낙찰률 임의 적용이 없더라도 실질적인 처우 개선까지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기획재정부의 올해 총인건비 예산은 지난해 대비 1.4% 이내에서만 증액·편성이 가능한 만큼, 낙찰률이 100% 적용돼 자회사 근로자의 인건비가 상승해도 해당 지침으로 인해 제한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들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공부문 자회사 요구안’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측에 전달했다.<김동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자회사 제도 개선’ 요구

공공운수노조는 이러한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21일 서울 종로구에서 자회사 근로자의 저임금 문제 원인인 ‘낙착률 폐지’를 촉구하는 행진을 벌였다. 이를 통해 모회사의 ‘인건비 후려치기’와 자회사의 ‘중간 착취’ 관행을 근절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밖에도 공공기관 예산운용지침 개선과 모자 회사 간 차별철폐, 원청 사용자 책임 강화 등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행진은 서울 종로구 전태일다리를 시작으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위치한 한국금융연수원 인근까지 약 1시간 40분간 진행됐다. 100여명이 참가한 이번 행진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과 관련, 자회사를 통해 정규직 전환률 97%를 달성했다는 현 정부를 비판했다. 아울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자회사 근로자와 관련된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행진에 참여한 노조 관계자는 “현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 초기에 자회사 전환 방식이 자주 언급됐다”며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구성원을 만나는 자리에서 기존 사례를 통해 자회사 전환 방식의 정규직화는 ‘외거노비를 솔거노비를 바꾸는 꼴’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사회가 불평등한 구조가 된 것은 IMF 이후 비정규직이라는 제도가 만들어지면서다”며 “윤석열 당선인이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을 해소한다고 말한 만큼 비정규직 중 간접고용과 기간제 고용 등과 같은 문제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공공운수노조는 간접고용 인건비 저가 낙찰과 중간 착취 근절, 공공기관 예산운용지침 개선 등의 내용을 담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공부문 자회사 요구안’을 인수위원회 측에 전달했다. 인수위원회 측이 해당 요구안을 당선인에게 전달하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윤석열 당선인이 향후 공공부문 자회사 문제에 대해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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