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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3-19 18:08 (화) 기사제보 구독신청
한면 꽉 채웠던 때리는 기사 자리에 그 기업 전면광고가 버젓이…
한면 꽉 채웠던 때리는 기사 자리에 그 기업 전면광고가 버젓이…
  • 문기환 전문위원 겸 새턴PR컨설팅 대표
  • 승인 2022.03.02 15: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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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가판과 다음날 아침신문 사이 ‘물밑 거래’

[인사이트코리아=문기환 전문위원 겸 새턴PR컨설팅 대표] 얼마 전부터 동네 아파트 단지 안에 달라진 풍경이 하나 있다. 중앙 건물 외벽에 14명의 인물 사진들이 일련번호 순서대로 쭉 걸려 있다. 다름 아닌 3월 9일에 있을 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의 선거벽보다. 같은 시기 거리에는 후보자들의 플래카드가 일제히 걸리기 시작했다. 사람과 자동차의 왕래가 많은 소위 목 좋은 곳에는 아래 위로 겹겹이 경쟁하듯 걸려 있다. 아무래도 여당과 제1야당인 1번과 2번 후보자의 플래카드 수가 훨씬 많아 보인다.

대선 후보자들은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부터 막대한 선거비용을 지출한다. 유세 차량 대여 및 선거 공보물 제작뿐만 아니라 신문은 물론 유명 포털의 초기 화면에도 어김없이 후보자의 기호와 얼굴이 들어간 광고가 등장한다. TV와 라디오에도 후보자 및 지지자들의 연설 시간이 잡혀 있다. 물론 이것들은 공짜가 아니다. 많은 돈을 주고 사야 하는 고가의 광고인 것이다. 투표 종료 후 득표율이 10% 미만인 후보자는 국가로부터 한 푼도 보전 받지 못한다. 그런데도 리스크를 무릅쓰고 수십억원에 달하는 광고비용을 지출하는 후보자들이 있다. 단기간에 집중해 얻어지는 광고 효과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 분야뿐 아니라 경제 분야 특히 기업의 활동에 있어서 광고의 중요성은 지대하다. 그래서 각 기업의 미디어 관련 부서에서는 홍보와 광고가 마치 마차의 두 바퀴처럼 굴러가고 있는 것이다. 다음은 광고를 둘러싸고 벌어진 에피소드 한 편이다.

가판신문 당직 경쟁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동시간대로 확인할 수 있는 요즘은 밖에서 종이신문 사기가 무척 어렵다. 얼마 전만 해도 대부분 편의점에서 신문을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주 일부 편의점과 대규모 환승 지하철역 구내 소수 가두판 매점에서만 구입할 수 있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대기업 홍보실의 주요 업무 중 하나가 퇴근 전에 가판신문을 확인하는 것이었다(가판신문·街販新聞 사전적 의미로는 거리에서 파는 신문. 일반적으로 전날 저녁에 앞당겨 배포하는 다음 날 신문을 이른다).

때는 1980년대 중반. 필자는 대우그룹 홍보실에서 해외언론 홍보팀 소속으로 신입사원 생활을 시작했다. 3개월 간의 수습기간 동안 외국 언론을 상대하는 해외홍보 업무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도 배웠는데 이것이 바로 국내 언론의 가판신문 보는 방법이었다. 홍보실에 소속된 대리 이하 직원들은 담당 업무에 상관없이 매일 돌아가며 퇴근 전에 소위 가판 당직을 서야 했다. 당직 임무는 저녁 7시경 사무실로 배달되는 가판신문을 세심히, 신속히 일독하고 그룹 관련 기사 중 잘못된 기사나 해가 되는 기사를 홍보실 대언론 담당팀의 상사 및 홍보실 임원에게 즉각 보고하는 일이었다.

당시만 해도 휴대폰, 컴퓨터는 커녕 팩시밀리 조차 없던 시절이라 사무실 전화로 기사의 제목 및 내용을 일일이 불러야 했다. 기사 전체 크기, 제목의 크기·글자체 등도 보고사항이다. 처음 전화로 가판 보고를 할 때는 쩔쩔맸다. ‘몇 단’이라는 용어가 생소해 가로, 세로 길이를 자로 재서 “부장님! 가로 몇 센티, 세로 몇 센티 기사입니다”라고 당당히 얘기했다가 무참히(?) 혼난 적도 있다. 어쨌든 회사와 한 시간 정도 시차를 두고 부장의 집으로 전달되는 가판신문 뭉치가 따로 있었기에 그 동안만 기사 형태를 마치 그림을 그리듯 설명하면 됐다.

당시 홍보 초년병인 필자에게 생소했던 일은 전날 가판신문과 다음날 아침 신문이 전혀 다른 신문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밤새 새로운 기사가 들어가 내용과 편집이 바뀌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대기업들의 불리한 기사가 다음날 지면에서 사라지거나 크기가 대폭 축소되거나 주요 면에서 기타 면으로 빠지고 제목이 진하고 큰 글자체에서 작은 글자체로 바뀌는 것이었다. 눈에 잘 띄게 편집했다가 눈에 잘 안보이게 바꾼 것이다.

“기사면 외에 광고면도 유심히 살펴라”

가판 당직을 선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로 기억된다. 모 신문에서 한 대기업의 잘못을 예리하게 지적하는 기사를 봤다.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경제면 한복판에 박스 기사로 처리돼 쉽게 눈에 들어왔다. 필자는 경쟁기업 홍보실에서 이 기사를 과연 어떻게 처리할까 궁금했다. 다음날 아침, 기사가 어떻게 바뀌었나 그 신문을 펼쳐봤다.

와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기사는 커녕, 문제의 면에 실려 있던 다른 기사들도 몽땅 사라져 버렸다. 대신 바로 그 자리에 그 기업의 제품 전면광고가 버젓이 들어가 있는 게 아닌가. 유명 여배우의 활짝 웃는 모습의 사진이 있는, 그것도 컬러 광고로.

솔직히 필자는 기업의 반론권을 추가하는 등 기사 몇 줄 바뀌거나 제목의 톤이 약화되거나 아니면 그 기사만 삭제되는 것을 예상했었다. 그런데 면 전체가 사라지다니. 그렇다면 그 면에 있던 다른 기사들은 도대체 어떻게 됐을까? 그 기업 홍보실의 막강한 파워를 체감하기에 앞서 이 같은 사실을 모른 채 신문을 보고 있을 일반 독자들이 측은하게 여겨졌다. 필자도 홍보 업무를 하지 않았다면 전혀 몰랐을 터였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그날은 사전에 국내언론 홍보팀으로부터 별로 신경 써야 할 기사가 없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지만, 혹시 몰라 여느 때처럼 긴장을 풀지 않고 꼼꼼히 가판신문을 봤다. 다행히 예측대로 별 특이 사항이 없다고 부장께 보고하고 퇴근 준비를 서두를 때였다. 요란한 사무실 전화가 야속하게 필자의 발길을 잡았다. 부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전화선을 타고 흐른다. “○○신문을 자세히 살펴봐. 우리그룹 최고경영자 부인의 기사가 실렸대.” 순간 식은땀이 흘렀다. “아이쿠, 다른 것도 아니고 최고경영자 가족 관련 기사를 못 봤다니 큰일 났구나”하며 그 신문을 샅샅이 살폈다.

그야말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필자의 눈에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정말 꼭꼭 숨었다. 결국 필자는 ‘못 찾겠다 꾀꼬리’를 외치고 말았다. 그제서야 부장은 기사 본문이 아닌 광고면을 살펴보라고 했다. 그것은 신문 전면의 3분의 1 크기의 광고였다. 어느 여성월간지의 목차 스타일로 구성된 다음달호 발간 예고 광고였다.

바로 그 목차에 최고경영자 가족 관련 기사 제목이 크고 진한 활자로 예고돼 있었다. 그 광고가 다음날 다른 광고로 대체됐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 기사가 실린 여성 월간지가 시중에 제대로 배포됐는지도 가물가물하다. 다만, 그날 이후 그룹 홍보실 가판 당직자들은 새로운 지시를 받았다. “앞으로 기사면 이외에 광고면도 함께 유심히 살피라”는….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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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2022-03-02 19:07:16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