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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25 19:18 (목) 기사제보 구독신청
‘집단 암 발병’ 충북 청주시 북이면 폐기물 소각장 르포
‘집단 암 발병’ 충북 청주시 북이면 폐기물 소각장 르포
  • 김동수 기자
  • 승인 2022.03.02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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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으로 세상 떠난 주민 60명 얼마나 더 죽어야 멈출 건가”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이슈’가 쏟아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이슈의 중심에 서 있던 사람들이 겪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있는 경우가 잦다. 과거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현재까지 해결되지 않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청주시 북이면에 위치한 클렌코는 하루 352.8톤에 달하는 쓰레기를 소각한다.<김동수>

[인사이트코리아=김동수 기자] “백혈병(혈액암)으로 돌아가신 당숙모님 생각만 하면 눈물이나. 평소 제초제 같은 것도 사용 안 하고 무농약으로 농사 지으며 건강하셨던 분인데. 소각장 이런거 때문에 그렇게 될지 누가 알았나.”

충북 청주시 최북단에 위치한 북이면은 주민 4500여명이 사는 전형적인 농촌이다. 벼농사는 물론 채소 재배, 축산업 등에 종사하는 주민들이 모여 사는 평범한 시골이다. 하지만 다른 곳과 차이가 있다. 반경 2㎞ 안에 폐기물 소각장 3곳이 삼각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곳에서 매일 500톤 이상의 쓰레기가 소각된다. 365일 24시간 쉬는 날이 없다.

조용한 농촌 주민들의 얼굴에 수심이 깃들기 시작한 건 가족과 이웃 주민들이 하나둘 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부터다. 북이면에서 암으로 사망한 주민은 모두 60명. 이중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사람이 31명이나 된다. 북이면 주민들은 집단 암 발병 원인으로 인근에서 약 20년간 운영된 소각장을 지목한다. 소각시설에서 배출하는 막대한 발암물질로 주민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다.

소각장 3곳, 전국 폐기물 6.5% 처리

북이면은 면적 47.44㎢에 51개 마을로 구성된 농촌이다. 이곳에 소각장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한 시기는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북이면 북동쪽에 위치한 우진환경개발은 1999년 하루 소각량 15톤을 허가받아 이곳에 자리 잡았다. 이후 2001년 클렌코(옛 진주산업)와 2010년 다나에너지솔루션이 차례로 들어왔다. 이렇게 생긴 소각장 3곳은 오랫동안 신·증설을 거치며 몸집을 불렸다. 1999년 북이면 일대 소각장의 하루 소각량은 15톤이었으나 2017년에는 이보다 36배 늘어난 543.84톤까지 증가하기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소각장 3곳의 설치 용량은 하루 기준 클렌코 352.8톤, 우진환경개발 99.8톤, 다나에너지솔루션 91.2톤이다. 전국 폐기물 중 6.5%를 이곳에서 처리하고 있다. 실제 소각량은 이보다 클 것으로 추측된다. 소각장은 ‘폐기물관리법’상 변경 허가를 거치지 않고도 법정 용량의
130%를 소각할 수 있어서다. 주민들과 환경단체는 3곳의 소각장에서 하루 700톤 이상의 쓰레기가 소각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소각장들이 북이면에 모이게 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소각장이 들어온 지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명확한 원인을 분석할 순 없지만 북이면의 지리적 위치와 농촌이 갖는 특성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게 주민들과 환경단체의 시각이다.

북이면은 경부·중부고속도로 IC와 차량으로 10분 정도의 거리다. 그만큼 수도권 접근성이 뛰어나다. 여기에 땅값이 저렴하고 농촌 특성상 고령자가 많아 소각장이 들어온다 해도 주민 반
발이 도시에 비해 적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또 하나의 이유는 북이면 소각장 3곳이 들어선 시점이다. 북이면은 통합 청주시 출범 이전 청원군에 속해 있어 도시에 비해 관청의 허가를 받기 쉬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북이면에 터를 잡은 소각장들이 하나 둘씩 몸집 불리기에 나서자 막대한 소각량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이 떠안게 됐다. 뿌연 연기가 마을을 덮쳤고 악취와 분진이 일상에 파고들었다.

2011년에 고향 북이면으로 귀촌한 주민 A씨는 “새벽에 소각장에서 뿌연 연기가 배출됐고 이상한 냄새도 많이 났다”며 “주민들이 감기를 달고 살았고 병원에 가도 잘 낫지 않아 의사가 이상하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전했다.결국 주민 1523명은 20년간 소각장 때문에 고통 받았다며 2019년 환경부에 건강영향조사를 실시하라는 청원을 냈다.

이에 환경부는 국내 최초로 소각시설과 집단 암 발생간의 역학관계를 밝히는 건강영향조사를 착수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2019년 12월부터 벌인 조사 결과는 사실상 역학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렇다고 주민들의 집단 암 발생 원인을 명쾌히 제시한 것도 아니었다.

충북 청주시 북이면 주민들과 암 사망자 유족 등이 지난해 7월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환경부의 책임 있는 재조사를 촉구하고 있다.<뉴시스>

석연찮은 건강영향조사…‘오염물질 기준 이하’

북이면 주민들은 환경부의 건강영향조사에 허점이 많다고 말한다. 지난해 5월 환경부가 조사 결과를 발표한 후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집단행동에 나선 이유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소각장에서 배출하는 유해물질이 정확하게 측정됐냐는 점이다.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소각시설 배출가스 중 다이옥신과 벤조피렌 등 발암물질이 배출허용기준 이하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다이옥신과 벤조피렌은 배출허용기준 대비 0.15~9.3% 수준으로 확인됐고 카드뮴은 미검출 됐다. 이를 두고 주민들은 현재까지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는 청주시와 클렌코 간의 행정소송 영향이라고 설명한다. 클렌코는 북이면 3개 소각장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으로, 이 지역에서 소각하는 전체 쓰레기양의 60%를 감당하고 있다. 특히 이 업체는 2017년 1만3000톤에 달하는 폐기물을 과다 소각해 검찰 조사와 환경부 감사에 적발된 적 있다.

이에 따라 청주시는 클렌코에게 허가처분 취소를 내렸고 서로 간에 법정 공방이 오가며 관련 행정소송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이미 폐기물을 과다 소각하다 적발되기도 했고 집단 암 발병으로 논쟁거리가 된 만큼, 클렌코를 비롯한 소각장들이 과거와는 다르게 조사 기간 적정 용량만 소각해 기준치 이하로 측정됐다는 얘기다.

유민채 북이면 주민협의체 사무국장은 “주민들을 만나면 ‘소각장이 과거보다 양반이 됐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반대로해석하면 그 이전에는 불법이 만연했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소각장에 근무했던 분들을 통해 소각량이 너무 많다 보니 완전 연소는 고사하고 그슬려서 나오는 수준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행정소송이나 북이면 마을이 이슈가 되다 보니 업체들이 처리하는 소각량을 줄였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토양 조사 역시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환경부는 건강영향조사에서 토양 다이옥신, 카드뮴 등이 대조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다이옥신은 충북과 전국보다 낮았고 카드뮴은 전국 평균은 물론 토양오염 우려 기준보다 낮은 수치를 보였다. 문제는 이러한 조사가 토양의 표층·중층·심층 등을 대상으로 한 정밀 검사가 아닌 경작하는 땅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유민채 사무국장은 “농사를 짓는 땅은 계속 객토를 하기때문에 30~50㎝ (흙)갈이가 된다”며 “비가 오면 오염물질이 씻겨 내려가기 때문에 객토 되지 않은 야산이나 나대지, 소각장 인근 빈집 등에서 토양검사가 실시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주시 북이면사무소 인근에 클렌코의 소각장을 취소하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김동수>

끝나지 않은 소각장 피해…‘암 마을’로 낙인

환경부는 지난해 7월 북이면에 대한 추가보완 조사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앞서 실시된 건강영향조사가 주민들의피해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지 못한 것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환경부의 원인 규명이 지연되다 보니 주민들의 피해가 예기치 못한 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조사 방법과 주민 피해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주민건강실태조사와 관련해 조사의 부실함을 지적하고 재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당시 강 의원은 금강유역환경청을 대상으로 3개 소각장에서 배출된 수치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적 있는지를 물으며 “각각 소각장의 배출량이 기준치 이하더라도 지역 주민들은 3개 소각장의 오염물질에 중첩적으로 노출돼 있다”고 지적한 후 “주민들이 각종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다는 것은 기존 정책들이 효과가 없다는 의미”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강 의원은 “분석 단위가 북이면으로 크게 설정돼 있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마을과 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마을이 혼재되다 보니 희석되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소각장과 집단 암 발병 간의 원인 규명과 해결책이 아직 없다보니 예상치 못한 곳에서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마을 주민들이 농작물을 판매할 때 다른 지역 주민들이 북이면에서 재배했다는 이유로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이다.

유민채 사무국장은 “해마다 서울에서 들깨를 직거래한 한 주민은 최근 ‘북이면이 암으로 많은 분이 돌아가신 곳인데 (들깨가) 괜찮은 거 맞느냐’고 문제 제기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주민 A씨도 “북이면에서 왔다고 하면 소각시설에 대해 많이들 알고 있다 보니 농작물 판매에 어려움이 있다”며 “소각시설과 암이 인과관계가 없다면 무엇 때문에 암 환자가 많은지 다른 이유라도 밝혀줘야 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주민들은 실제 소각장 피해로 암에 걸린 사람이 60명보다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18년 당시에는 총 51개 마을 중 19개 마을만 참여했기 때문에 조사 범위를 넓히면 90명가량이 더 늘 것으로 예상한다. 또 2018년 이전 이주한 주민까지 추적해 조사하면 실제 암으로 고통 받는 사람은 더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유민채 사무국장은 “당시 조사에서 19개 마을만 참여해 암으로 60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32개 마을도 참여하면 비율적으로 90명 정도가 더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각시설 피해로 암에 걸렸지만 조사 이전에 인근으로 이주한 주민들도 있다”며 “피해를 당한 많은 주민이 인근 내수읍으로 이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재보완 조사에 주민들의 의견을 어느 정도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토양오염 부분은 주민들의 요구와 같이 면밀한 조사를 펼칠 예정이며 보완조사에서 범위를 이미 이주한 주민들까지 확대할지 고심 중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결정되지 않은 만큼 세부 계획을 밝힐 수는 없으나 토양오염 조사는 주민 의견을 반영할 것”이라며 “이미 이주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이는 부분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카드뮴니나 나프톨 수치가 높은 주민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이나 건강관리사업 등 조치를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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