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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24 18:21 (수) 기사제보 구독신청
[인터뷰] 민명준 리하베스트 대표 “세상 바꾸는 기업 되고 싶다”
[인터뷰] 민명준 리하베스트 대표 “세상 바꾸는 기업 되고 싶다”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2.02.01 0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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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제조 부산물로 원료 생산...ESG 바람 타고 ‘쑥쑥’ 성장

르완다와 프랑스, 두 곳에서의 경험은 창업 원천이 됐다. 한쪽은 굶고 한쪽은 버렸다. 그는 프랑스 미슐랭 스타 식당에서 음식을 먹다 생각했다. 휘황찬란한 음식을 위해 희생되는 부산물 양이 얼마일까.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방법은 없을까. 리하베스트(RE:harvest)의 대표 식품 원료인 리너지(Re:nerge) 가루는 그렇게 탄생했다. <인사이트코리아>는 민명준 리하베스트 대표를 1월 26일 마포구 공덕동 서울창업허브 회의실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민명준 리하베스트 대표.이원근
민명준 리하베스트 대표.<이원근>

[인사이트코리아=서창완 기자] ESG 파도를 탔다. 회사가 전년 대비 3~4배 성장했다. 국내 최초로 식품 제조 부산물을 이용해 업사이클링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 리하베스트 이야기다. 리하베스트는 식품 제조 과정에서 버려지던 것들을 이용해 식품을 생산한다. ‘영양분은 많으나, 맛은 떨어진다’는 이유로 폐기되는 부산물이 리하베스트를 거치면 상품이 된다.

2019년 8월 창업한 리하베스트 대표 상품은 리너지 가루다. ‘리사이클링(Recycling)’과 ‘에너지(Energy)’의 합성어로 식품 제조 부산물로 만든 음식 재료다. 빵, 파스타 등으로 활용된다. 식혜박·맥주박(Barley Saved Grain)이라고도 부른다. 민 대표가 말하는 리하베스트는 B2B(Business to Business) 기업이지만, 회사 홍보 차원에서 만드는 리너지바나 쫀득이 등의 주문량도 폭발적이다. 지난 4분기에는 물량을 맞추기 위해 애를 먹었다.

리하베스트는 중소벤처기업부가 개최한 ‘P4G 스타트업 챌린지(P4G Entrepreneurs and SMEs Challenge)’ 협력사업을 통해 올해 해외로 진출한다. 인도네시아 빈땅 맥주와 파트너십을 맺고 리너지 가루를 수출하게 됐다. P4G는 정부 기관과 기업·시민사회 등 민간부문이 파트너로 참여해 기후 변화 대응, 지속 가능 발전 목표를 달성하려는 글로벌 협의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12개국이 참여하는 P4G 정상회의는 2년마다 개최된다.

민 대표는 빈부격차가 심한 인도네시아에서 리너지 가루가 좋은 단백질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리하베스트의 리너지 가루는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되는 밀가루보다 단백질은 3배, 식이섬유는 10배 풍부하다.

민 대표는 올해도 2배 넘는 성장을 기대했다. 성장 속도가 워낙 빨라 방어적으로 추산한 수치다. 이제 창업 4년차인 민 대표는 지금의 성장이 때로는 무섭다. 회사 몸집이 커지면서 대표에게 오는 책임감도 커졌다. 무엇보다도 첫발을 뗀 사람이 느끼는 두려움이 크다. 리하베스트가 내딛는 한 걸음이 뒤따라오는 사람들에게는 잘못된 선례가 될 수 있어서다.

“항상 고민하고 있어요. 내가 가는 방향이 맞는지.”

민 대표는 미국에서 나고 자랐다. 대학 졸업 후 다국적 컨설팅 회사에서 일했다. 서울대 MBA 과정을 거쳐 국내 4대 회계법인 중 한 곳에서 전략·컨설팅 일을 했다. 2009년부터 10년 동안 일을 하고 남은 건 아픈 몸. 민 대표는 ‘하고 싶은 일을 하자’는 생각으로 창업의 길을 택했다. 식품 쪽 컨설팅 경험이 사업을 시작하는데 도움이 됐다.

민명준 리하베스트 대표가 1월 26일 마포구 공덕동 서울창업허브회의실에서 인사이트코리아와 인터뷰하고 있다.이원근
민명준 리하베스트 대표가 1월 26일 마포구 공덕동 서울창업허브회의실에서 인사이트코리아와 인터뷰하고 있다.<이원근>

“우리나라 식혜와 맥주 생산 업체에서 연간 부산물 폐기 비용으로만 280억원 정도를 써요. 국민 1인당 572kg의 식품 부산물이 만들어지죠. 식품 제조 부산물은 인류가 발전하면서 생겨난 쓰레기입니다. 과거에는 사과 하나를 다 먹었다면 지금은 가장 맛있는 당과 탄수화물만 추출해서 주스와 잼을 만들죠. 그게 몸에는 나빠요. 인간이 자초한 거니 우리가 치우는 게 맞지 않나 싶었어요.”

지난해 1월 4명뿐이던 회사 직원 수는 1년 만에 18명으로 많아졌다. 지난해 매출은 분기별마다 3배씩 늘어났다. 올해는 대규모 공장 설립을 앞두고 있어 매출 규모를 더 키울 수 있을 전망이다. 직원 수는 36~4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푸드 업사이클이란 게 무엇인가. 일반 식품 제조 공정과 얼마나 다른지.

“기존에 저부가가치로 활용되던 식품 제조 과정의 부산물에 기술과 아이디어를 더해 새로운 식품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부산물을 100% 농가에 주고 퇴비나 사료로 쓸 수 있다면 이상적일텐데, 부산물 대비 농가 수가 매우 적어 불가능하다. 저희는 제품을 생산할 때 피드백 기반 공정을 쓴다. 식품 제조 부산물이라는 게 이미 공정을 거친 거라서 젖어있거나 뜨겁고, 상태가 고르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런 부산물 상태를 실시간 파악해 건조와 살균 방식을 달리한다. 그런 방식으로 효율성을 높이고, 미생물 관리도 한다. 온도·살균 연계 방식의 피드백 기반 공정을 운영하는 곳은 전 세계에서 저희가 유일하다.”

맥주 부산물 업사이클 양이 어느 정도인가.

“2020년에는 250톤의 맥주 부산물을 업사이클링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120톤 정도였다. ESG 열풍을 타고 시장이 커지면서 이후 부산물 활용량이 크게 늘었다. 아직 수치가 취합돼 있지는 않은데, 지난해 전년 대비 3배 정도 늘어난 것 같다. 4분기에 판매량이 터졌다.”

리사이클 분야에서 스타트업을 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투자 받는 게 정말 힘들다. 국민들의 세금이 스타트업 회사에 투자되는 거라서 투자를 결정하는 국민연금공단도 신중하다. 2019년 창업 당시만 해도 빅테크,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기업이 투자를 대부분 받아갔다. 아무래도 투자하는 입장에서는 트렌드에 맞는 스타트업을 지원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우리 같은 업사이클링 식품 기업은 ‘비목’ 투자를 받아야 하는데, 규모가 주류의 10분의 1 수준이다. 저희도 초반에는 트렌드를 타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임팩트 투자(수익 추구와 더불어 사회나 환경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곳에 돈을 투자)로 투자금을 유치했고, 최근 ESG가 각광받으면서 큰 규모의 투자를 받게 됐다.”

ESG가 사업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

“ESG 경영이란 게 유럽에서는 이미 많이 적용되고 있던 분야였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국내에 ESG 경영이 많이 알려지는 시기가 2023년 정도가 될 거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빨리 그 시기가 찾아왔고, 그 덕분에 회사가 급속히 성장했다. 푸드 업사이클링 분야에서는 국내 최초 기업인 만큼 선례를 잘 남겨야 된다는 생각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

오비맥주와 제품을 내놓고, LG소셜 펠로우에도 선정됐다. 대기업과 협업하는 비결이 뭔가.

“스타트업을 하는 사업가분들과 대화하면 가장 아쉬운 게 실무는 무척 열심히 하고 잘하는데 이를 멋지게 표현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대기업과 협력하려면 서류가 잘 갖춰져야 한다. 보고에 보고가 이어지는 체계로 스타트업과 구조 자체가 다르다. 그런데 종이로 써서 보고를 하는데 서투르다보니 진도가 안 나온다. 리하베스트 임원들은 컨설턴트 출신이 많다. 자료도 잘 만들고, 서류를 잘 갖추는 만큼 윈윈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대기업에서도 이런 점을 아쉬워한다. 좋은 기업인데 잊혀지는 곳들이 너무 많다.”

대표도 컨설턴트로서 오래 일했다. 이력이 투자 유치하는데 도움이 됐을 것 같다.

“초반에는 컨설턴트 이력이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 10년차 전략 컨설턴트가 이 사업을 왜 하지. 먹고 튀면 어쩌지. 일 안 하고 대표놀이 할 것 같은데 라는 생각들을 했던 것 같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맥주박을 직접 푸고, 원료 생산 과정 지켜보는 등 현장에서 뛰었다. 그러니까 고정관념이 깨지더라. 저희는 스타트업이 잘 해야 하는 게 제품을 내놓는 거라고 생각한다. 일단 제품을 내놓고, 시장 반응을 보고 꾸준히 업데이트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사례를 만들어서 하다 보니 투자자들이 좋아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눈에 보이는 게 없는데 성장 가능성만 보고 선뜻 투자하기가 어렵다. 10만원을 벌 줄 알아야 100만원도 벌 수 있고, 1억을 벌 수 있다. 사람 사이 관계도 투자 유치하는데 정말 중요한 포인트다. 기업이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홍보 활동을 IR(investor relations)이라고 하지 않나. 관계라는 단어가 들어 간다. 사람이 하는 활동이라는 얘기다. 스타트업 이미지는 결국 대표가 정한다. 이 사업이 망하면 다른 사업을 해서라도 우리 돈을 채워주겠구나 하는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

오비맥주와 리하베스트가 협업해 만든 업사이클링 제품 리너지바.리하베스트
오비맥주와 리하베스트가 협업해 만든 업사이클링 제품 리너지바.<리하베스트>

제품 범위를 어디까지 확대할 계획인가.

“현재 콩비지와 햇반을 만들고 남는 부산물인 쌀겨 등으로 개발을 하고 있다. 참기름과 들기름 부산물을 이용해서도 제품을 만들고 있다. 제품군을 늘려나가는 것도 시도하고 있다. 올해 연말에는 대체 우유를 출시할 계획이다. 우유 제품이 출시되면 버터나 치즈도 만들 수 있다. 요즘 대체식품을 찾는 소비자들은 건강보다는 친환경이라는 가치를 고려하는 경우가 더 많다. 저희는 친환경 니즈를 100% 충족한다.”

푸드 업사이클링 분야에서 경쟁업체가 출현하게 됐을 때 대응 전략은 무엇인가.

“스타트업들은 보통 스타트업을 경쟁자로 삼지는 않는다. 스타트업 내에서 이 분야로 들어온다면 오히려 시장이 커가고 기회가 있다는 좋은 신호로 볼 것 같다. 하지만 대기업이 돈 싸들고 이 분야에 들어오려고 하면 사실상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래서 공생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고 있다. 리하베스트는 푸드 리사이클링 하면 우리가 생각나도록 하는 브랜딩에 신경을 쓴다. 쉽게 따라올 수 없는 기술적 장벽을 세우기 위한 연구개발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다.”

푸드 업사이클링 외에 도전해보고 싶은 사업 영역이 있나.

“스타트업은 어떻게든 기존 사업과 연계하는 게 좀 더 낫다고 생각한다. 현재 친환경 비건 배달 카페를 준비 중이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이런 콘셉트의 카페가 없다. 건강보다는 친환경 가치 때문에 비건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나. 서울 강남에 1호점을 론칭한다는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다양한 메뉴들도 구상됐다.”

‘코스닥 상장’ 같은 구체적 목표가 있나.

“스타트업의 성공 기준은 ‘세상이 얼마나 바뀌었나’라고 생각한다. 쿠팡의 경우 생활을 엄청나게 바꾸지 않았나. 리하베스트도 우리가 있음으로서 세상이 얼마나 바뀌었냐가 성공의 척도가 될 것 같다.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냈다면 코스닥 상장 같은 게 없더라도 충분한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리하베스트의 비전은 무엇인가.

“추구하는 방향은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일을 하는 회사’다. 환경을 지키는 일, 후대에 길이남을 일을 하고 있는 거라는 말을 직원들에게 자주 한다. 이윤 창출과 함께 사회적인 가치를 만드는 데도 힘을 쓰고 있다. 저희가 만드는 제품의 경우 장애인 직원들이 제작도 하고 검수도 한다. 소외계층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게 쉽지 않은 사회 구조이지 않나. 이렇게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방향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 사회적으로 기여되는 게 없다면 결과적으로는 선순환하지 못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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