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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2-06-25 19:52 (토) 기사제보 구독신청
“비순정 부품 성능저하·고장유발” 현대차·기아 솜방망이 처벌 논란
“비순정 부품 성능저하·고장유발” 현대차·기아 솜방망이 처벌 논란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2.01.14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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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과징금→경고…‘앞으로 주의하라’ 계도 수준
현대차 문제 문구 뺐다지만…‘반드시 순정품 써라’ 여전
현대·기아자동차는 지난 12일 부품 관련 부당 표시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경고 조치를 받았다.뉴시스
현대차·기아는 지난 12일 부품 관련 부당 표시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경고 조치를 받았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서창완 기자] 현대차·기아가 부품 관련 부당 표시 행위로 경고 조치를 받았지만, 순정부품을 반드시 사용하라는 영업 방식은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현대차·기아 취급설명서는 문제가 된 부분만 사라졌을 뿐 ‘반드시 순정품을 써야 하고, 비순정품을 쓰면 고장날 수 있다’는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현대차·기아가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경고 처분을 내린 이유로 현대차·기아가 2018년 11월 이후 출시 차종에는 해당 표시를 삭제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지만, 해당 문구가 실린 취급설명서도 존재하는 상황이다. 현대차·기아와 공정위 모두 ‘눈 가리고 아웅’식 처벌을 했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과징금·시정명령·공표명령서 달랑 경고로

공정거래위원회
문제가 된 순정부품 표시 내용.<공정위>

14일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순정부품 관련 부당 표시행위’에 대해 당초 심사관은 과징금과 시정명령, 공표명령 처분 의견을 냈다. 다만 위원회 의결 결과 경고 처분이 내려졌다. 경고는 벌점 0.5점에 그치는 가벼운 조치다.

공정위 사무처 심사관은 현대차·기아가 비순정부품 생산업체를 비방했다고 봤다. 이에 따라 과징금과 시정명령 등이 담긴 심사보고서가 작성됐다. 법원 절차에 빗대면 검사가 현대차·기아에 과징금을 부과할 것을 구형한 셈이다.

반면 법원 격인 소회의는 경고 처분이 적당하다고 판단했다. 현대차·기아가 자사 차량 취급설명서에 사용한 “차량에 최적인 자사 순정부품을 사용해야만 안전하고, 최상의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 “비순정부품의 사용은 차량의 성능 저하와 고장을 유발할 수 있다” 등의 문구가 거짓·과장됐지만, 상대 업체를 비방하지는 않았다고 해석해서다.

공정위는 경고 처분이 내려진 경위를 크게 3가지로 정리했다. ▲2000년대 초 수입산 가짜 부품이 사회적 문제가 되자 소비자에게 비순정부품의 사용에 대한 주의를 촉구하기 위해 해당 표시를 사용한 점 ▲다른 국내 사업자들도 유사 표시를 사용하고 있는 점 ▲2018년 11월 이후 출시된 신 차종의 취급설명서에는 해당 표시를 삭제한 점 등이다.

현대모비스의 순정부품 식별법.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의 순정부품 식별법.<현대모비스>

경고 처분 대상은 2012년 9월부터 2020년 6월까지 현대 24종, 기아 17종이다. 공정위는 2000년대 이전부터 사용해 온 문구이지만 공정거래법 제49조 제4항 규정에 따른 처분시효 내(신고접수일로부터 7년) 표시만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소비자정책국 관계자는 “권고를 내리는 주심 과정에서 과징금도 빠지고 시정명령도 날라갔다”며 “시정명령이란 건 이를 받은 주체가 해당 행위를 다시 하게 되면 강력한 처벌이 가해질 수 있는 조치인데, 경고는 ‘다음부터 주의하세요’라는 계도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주심 위원은 경고 처분의 이유로 현대차·기아 취급설명서에 비순정부품 업체를 비방할 목적이 없었다는 점을 들었다. 김성삼 공정위 상임위원은 “위원회에 올라오는 모든 건에 과징금을 부과해야 하는 건 아니”라면서 “이 건에서는 차량 취급 설명서에 나온 문구에 비순정품에 대한 비방성은 없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어 “비방까지 했다고 판단했다면 좀 더 세게 처분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 위원은 “차량 취급 설명서가 500~600쪽 정도 되는 데다 문제가 된 표시들이 드문드문 떨어져 있는 상태라 차량 구매자들이 무조건 순정품만 써야 되는구나 인식을 같기 어렵다고 봤다”며 “순정품을 써야 최상의 성능을 유지한다는 표현은 과장이라고 볼 수 있으나 만약 순정품을 반드시 쓰라는 표현 정도를 한다면 제재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공정위원장 등 9명이 모이는 전원회의가 아니라 상임위원 1인을 포함한 위원 3인이 사건을 다루는 소회의에서 결정됐다. 공정 거래 사건은 1심을 법원 대신 전원회의나 소희의에서 맡는데, 사건의 경중에 따라 소관하는 곳이 다르다. 소회의는 상대적으로 경미한 사항을 다루는데, 소회의에서 만장일치가 되지 않았을 때는 전원회의에 회부된다.

2018년 11월 이후 취급설명서 얼마나 바뀌었나

현대차·기아는 여전히 순정품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현대차·기아의 2020~2021년 출시 차량들의 취급설명서를 살펴보면 순정품을 내세운 문구가 수차례 등장한다. 현대차 인기 차종인 아반떼 2020년식 취급설명서의 경우 순정부품을 쓰라거나 비순정부품을 쓰지 말라는 내용이 포함된 단락만 32곳이다. ‘점검 정비를 할 때는 반드시 자사 순정부품을 사용’하라거나 ‘비순정부품 오일의 사용은 변속기 고장 및 성능의 저하 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식이다.

2019년식 팰리세이드의 차량 취급설명서.현대차
2019년식 팰리세이드의 차량 취급설명서.<현대차>

해당 문구가 그대로 포함된 취급설명서도 있다. 현대차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팰리세이드 2019년식은 ‘차량에 최적인 자사 순정부품을 사용해야만 안전하고, 최상의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 ‘비순정 부품의 사용의 차량의 성능 저하와 고장을 유발할 수 있다’는 표현이 그대로 삽입됐다.

현대차 홈페이지 판매 모델 제원 설명란에도 순정품 강조는 여전하다. 자사 모델 제원 설명란에 ‘당사에서 지정하는 순정품(엔진오일, 변속기 오일 등)을 사용하지 않거나 불량 연료를 사용했을 경우에는 차량에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이 언급돼 있다.

현대차는 해당 문구들이 문제될 게 없다는 설명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홈페이지에 올라온 부분은 순정부품 사용을 권장하고, 불량 연료는 사용하지 말라는 의미이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해당 문구가 수정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비순정품이 품질에 있어서 더 나쁜 게 아닌데, 따로 인증된 부품을 활용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비순정품이라는 용어 사용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 역시 “완성차 입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부품을 써서 고장나면 AS를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을 수도 있지만, 순정품에 준하는 성능을 내는 인증대체부품 제도가 이미 있다”며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공공기관 인증 부품의 경우 병행 표시하는 등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는 공정위 처분이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 참여연대, 한국소비자연맹 등 3개 소비자·시민단체는 지난 13일 성명에서 “현대차·기아가 2018년 신차종부터는 ‘순정부품’ 표시를 삭제했다 하더라도 이미 장기간에 걸쳐 자사 OEM 부품을 인증부품 대비 1.5~4.1배 비싸게 판매해 폭리를 취해왔다”며 “그에 상응하는 과징금부과, 고발조치 등이 내려졌어야 한다”고 발표했다.

신동화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는 “해외 자동차 판매사들은 취급설명서에 표시할 때 자사 부품이나 그와 동등한 수준을 써라거나 불량품이나 모조품 등 인증되지 않은 부품을 쓰지 말라고 한다”며 “현대차가 앞으로 시정조치를 성실히 이행하기를 바라지만, 그간의 행위에 대한 적합한 제재가 내려졌느냐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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