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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2-01-29 18:36 (토) 기사제보 구독신청
‘따릉이 찾아 삼만리’…주말에도 달린다
‘따릉이 찾아 삼만리’…주말에도 달린다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2.01.03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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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발 된 따릉이 일꾼 배송 노동자들의 애환

초는 분이 되고, 시간이 됩니다. 시간은 쌓여 하루가 됩니다. 누군가의 하루가 지금도 어딘가에서 흐르고 있을 겁니다. 그 하루를 취재원 시점에서 보고, 기자의 관점으로 대신 기록해보려고 합니다. 하루만 제 기사의 주인공이 되어주세요.

지난달 7일 강남 공공자전거 관리소를 찾아 따릉이 배송 직원의 업무를 경험했다.<서창완>
지난달 7일 강남 공공자전거 관리소를 찾아 따릉이 배송 직원의 업무를 경험했다.<서창완>

[인사이트코리아=서창완 기자] 8982만건, 서울 자전거 따릉이가 시민을 싣고 이동한 횟수다. 2014년 첫 주행을 시작한 이후 8년 동안 따릉이는 서울 곳곳을 누볐다. 출범 당시 5600대 규모에서 4만500대로 늘었고, 회원수는 330만명을 돌파했다. 따릉이는 이제 공유경제와 탄소중립, 디지털 시대의 가치를 싣고 달린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미래 실험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숨은 공신이 바로 배송 노동자들이다.

2021년 12월 7일 화요일, 서울시설공단 공공자전거운영처 강남 공공자전거 관리소를 찾았다. 트럭 열쇠를 챙겨 업무를 시작한 김의준 배송반장과 오후 1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업무를 함께 했다. 김 반장은 2017년 3월 서울시설공단에서 자전거 공무직을 뽑을 당시 1기로 입사한 베테랑이다. 서울시 따릉이가 시민의 발이 될 수 있도록 힘쓰는 일을 맡았다. 공공자전거운영처 배송팀은 혈액 속 산소 배달 역할을 하는 적혈구 같은 존재다.

따릉이 배송팀 업무 일정은 1년 60주

배송팀 운영 방식은 3인 1조 2교대다. 3인이 7시 출근과 13시 출근, 휴식을 번갈아 가며 한다. ‘오후, 오후, 오전, 오전, 휴식, 휴식’ 6일의 시간표가 이들에게는 일주일이다. 52주의 사이클로 맞춰진 세상에서 60주의 1년을 살아가는 일은 생각보다 힘들다. 주말이라고 따릉이의 운영이 중단되지 않기 때문에 나온 근무 행태다.

“저는 반장이라 주 5일 근무입니다. 금요일은 오전만 하고 주말에는 쉬죠. 이전에는 4일 근무, 2일 휴식을 했습니다. 집안 행사나 사회생활을 할 수 없고 휴일도 요일마다 달라 피로감이 쌓이는 일이죠. 요즘은 이런 근무 조건을 좀 고쳐보자고 건의를 하고 있습니다.”

공공자전거운영처 배송팀이 따릉이를 운반할 때 쓰는 시스템에 대여소 현황이 표시되고 있다.서창완
공공자전거운영처 배송팀이 따릉이를 운반할 때 쓰는 시스템에 대여소 현황이 표시되고 있다.<서창완>

따릉이 15대를 실을 수 있는 트럭을 타고 출동한 김 반장이 근무 시간에 대한 애로사항을 이야기했다. 배송팀은 15대 또는 20대의 따릉이를 실을 수 있는 트럭을 타고 혼자 출동한다. 짐칸이 긴 트럭은 서울시가 주문 제작했다. 트럭 조수석에는 자석으로 된 바에 정비 니퍼와 육각 렌치 등 간단한 장비들이 붙어 있다. 공공자전거운영처에는 정비 직원 60명이 따로 있지만, 경정비 경우 현장에 도착한 배송 직원이 직접 하곤 한다.

배송팀의 주된 업무는 따릉이가 많이 배치된 대여소에서 조금 배치된 대여소로 옮기는 일이다. 강남의 경우 서초구나 강남구 등은 자전거가 부족하고, 강동구 천호동 등은 자전거가 많이 거치돼 양쪽으로 민원이 들어온다. 서울 곳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 출퇴근 시간이나 나들이 인파, 도로 교통 상황 등에 따라 따릉이의 이동 경로가 다르기 때문이다.

어수선한 따릉이 대여소 20분 만에 깔끔

김 반장과 강남 공공자전거 관리소에서 출발해 고속터미널역 8-1, 8-2번 출구 사이 대여소에 도착하니 30대 남짓한 따릉이가 엉켜 있었다. 도착한 배송 직원의 임무는 이들 중 15대의 따릉이를 선별해 트럭에 싣고, 무분별하게 거치된 자전거를 정리하는 일이다. 지난해부터 QR형 뉴따릉이가 본격 도입되면서 잠금장치와 배터리 등의 상태도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간단한 고장 자전거를 직접 수리하기도 한다.

김 배송 반장이 두 손으로 따릉이를 운반해 트럭에 차곡차곡 싣고 있다.<서창완>
김 배송 반장이 두 손으로 따릉이를 운반해 트럭에 차곡차곡 싣고 있다.<서창완>

김 반장을 도와 따릉이를 트럭에 실었다. 양팔에 하나씩 2대의 자전거를 한 번에 옮기는 일을 따라 해보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자전거 2대의 거치 받침대를 제친 뒤 한쪽씩 잡아야 하는데, 한 대를 잡고 나머지 한 대의 거치대를 제치는 일이 쉽지 않았다. 멋쩍게 “2대씩 옮기시네요” 라고 묻자 “버릇이 됐다, 시내 한복판이라서 빨리 끝낼 수밖에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지난달 7일 오후 고속터미널역 8-1번과 8-2번 출구 사이 대여소에서 시민들이 따릉이를 이용하고 있다.서창완
고속터미널역 8-1번과 8-2번 출구 사이 대여소에서 시민들이 따릉이를 이용하고 있다.<서창완>

작업하는 동안 대여소를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걷기는 멀고, 차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는 가까운 곳을 이동하기에 적절한 게 따릉이다. 인구 과밀화로 도심 차량 이용량이 늘어나 주차 공간 부족과 매연 등 문제를 겪는 현대 도시에 적합한 이동 수단이다.

고속터미널역 8-1번과 8-2번 출구 사이 정리되지 않은 따릉이가 엉켜 있는 대여소(왼쪽)와 정리가 된 대여소(오른쪽)의 상태.서창완
고속터미널역 8-1번과 8-2번 출구 사이 정리되지 않은 따릉이가 엉켜 있는 대여소(왼쪽)와 정리가 된 대여소(오른쪽)의 상태.<서창완>

서울시도 이런 장점이 있는 따릉이 사업을 확대해 왔다. 2017년보다 자전거와 대여소가 2배 이상 증가했고, 2018년 한해 1000만건 정도이던 이용건수는 3000만건으로 늘었다. 2017년 59만명 수준이던 회원수 역시 올해 330만명이 됐다. 배송팀의 재배치 업무가 없었다면 양적 성장은 쉽지 않았다. 자전거 분산이 없으면 따릉이 대여소는 텅 비어 있거나 적체될 수밖에 없다. 모든 시민의 이용이라는 원래 목적을 지키기 어려운 셈이다.

김 반장이 지나간 20분 사이 고속터미널역 8-1, 8-2번 출구 대여소가 깔끔히 정돈됐다. 스마트폰을 들고 QR을 찍는 따릉이 이용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136명이 2589곳 대여소 담당 “인력 부족”

하지만 이를 담당하는 인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2021년 11월 기준 따릉이 대여소 2589곳의 배송 업무 담당 인원은 136명이다. 쉬는 인원을 제외하면 하루 90명이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서울 시민의 발을 책임지는 셈이다. 차에 싣고 내리는 일을 1명당 보통 4번 정도 반복한다. 김 반장이 늘 인력의 아쉬움을 느끼는 이유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하지만 인력 부족이 심해요. 대여소 숫자에 비례해서 노동자를 뽑는다고 했는데, 예산 등 상황이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현재 인력으로는 대여소의 거치 상황에 대해 세밀하게 대응하기는 어렵죠. 그러다 보면 민원이 오고, 그걸 처리해야 합니다. 악순환인 셈이죠.”

김 반장이 신사동 가로수길 대여소에 따릉이를 채우기 전 고장 자전거를 트럭 뒤에 세워두었다.서창완
김 반장이 신사동 가로수길 대여소에 따릉이를 채우기 전 고장 자전거를 트럭 뒤에 세워두었다.<서창완>

15대의 따릉이를 트럭에 싣고 향한 곳은 신사동 가로수길 입구, 중간에 들리려 했던 대여소는 공사 현장 근처에 있어 지나쳐 왔다. 이번에 도착한 대여소는 차량 이용량이 많았다. 차를 연석에 바짝 붙여 대고 고장 난 따릉이를 길가에 세워둔 뒤 작업을 시작했다. 김 반장은 고장난 따릉이를 ‘가드’라고 불렀다.

따릉이가 1개밖에 남아 있지 않은 신사동 가로수길 대여소(왼쪽)와 배송팀이 다녀간 뒤  채워져 있는 대여소(오른쪽).서창완
따릉이가 1개밖에 남아 있지 않은 신사동 가로수길 대여소(왼쪽)와 배송팀이 다녀간 뒤 채워져 있는 대여소(오른쪽).<서창완>

신사동 가로수길은 따릉이 이용객이 많은 인기 대여소다. 가져온 자전거 15대를 모두 거치해 이전 상태로 만들었다. 대여소마다 거치 상태를 확인하고, 고장 자전거를 알 수 있는 건 디지털 기술 덕분이다. 대여소 비콘(Beacon)을 통해 근방의 따릉이 개수를 파악하고 실시간 관리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형태다. QR형으로 교체된 뒤 분실 따릉이를 찾는 일도 쉬워졌다. 김 반장의 다음 업무는 한강공원 한복판에 나 홀로 버려진 따릉이를 찾으러 가는 일이었다.

“탄소중립·시민복지 따릉이, 우리 노고 더 알려졌으면”

김 반장은 시내 운전의 달인이 됐다. 그런 베테랑들의 운전에도 한 달에 한 번 꼴로 조수석 타이어에 펑크가 난다고 했다. 통행 불편을 줄이기 위해 연석에 바짝 붙이려다 보니 생기는 일이다. 김 반장은 “그렇게 대지 않으면 운전자들이 많은 불만을 표시한다”고 말했다. 한강공원 주차장을 통과해 자전거 운전자가 라면을 먹고 있는 편의점 옆에 차를 댔다.

따릉이 대여소가 없는 서울 한강공원에 따릉이가 주차돼 있다. 분실된 따릉이를 찾아 오는 것도 김 반장의 업무다.서창완
따릉이 대여소가 없는 서울 한강공원에 따릉이가 주차돼 있다. 분실된 따릉이를 찾아 오는 것도 김 반장의 업무다.<서창완>

“집 나간 게 저기 있는 것 같네요.” 최종 대여 장소는 용산구 보광동이다. 다만 실제 누가 최종 이용자인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잠금장치를 잠그지 않고 반납했을 수도 있어서다. 김 반장이 분실로 처리된 따릉이를 회수 상태로 바꾼 뒤 트럭에 실었다. 다시 강남 공공 자전거관리소로 복귀해 20~30분 마감 작업을 하면 된다.

양천구민인 김 반장은 오전 5시 32분 버스를 타고 6시 40분쯤 출근한다. 매일 5시에는 일어나야 가능한 고된 일이지만 조기 출근 수당은 없다. 김 반장은 “쉬운 줄 알고 들어왔다가 고된 육체노동과 낮은 임금에 그만두는 사람들이 많아 이직률이 높다”며 “사람들이 일하는 만큼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설공단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자전거 관리직(안내·배송·정비) 인원의 월평균 임금은 세전 기준 약 277만원이다. 8급 평균 임금으로 연봉 기준 3200만원 정도다. 호봉과 수당에 따라 임금은 더 적을 수도 있다. 김 반장은 이런 여건 때문에 노동조합 활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입사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부터 반장을 했습니다. 자전거에 뼈를 묻을 생각으로 열심히 했는데, 사회가 좋아진다고 하면서도 우리 피부에 와 닿게 변화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반장을 하면서 노동조합 지부장도 맡고 있습니다. 임금이나 근로 조건 개선 등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선임이 이렇게 하지 않으면 비겁하다는 얘기를 들을 것 같아서죠.”

김 반장은 따릉이 이용자에게 “잘만 놓아주고 반납만 제대로 해주시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빌린 시간만큼 충분히 누리고 제대로 반납하는 것까지만 지켜주면 좋겠다는 당부였다. 서울시설공단 측에는 인력 확충과 임금 개선이 반드시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따릉이 관리 직원 복지 대책은

“공공 서비스 성공 모델 따릉이, 직원 복지 향상 노력”

따릉이는 공공서비스 성공 모델로 꼽힌다. 자전거 수는 2017년 2만대에서 2021년 4만500대로 늘었고, 대여소는 1290곳에서 2589곳으로 증가했다. 59만명이던 회원수는 330만명이 됐고, 675만건이던 누적 이용건수는 8982만건이 됐다. 2014년 첫 시작한지 8년 만에 서울 시민의 주요한 이동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운영 예산 역시 2017년 69억8500만원에서 2021년 262억8100만원으로 증가했다. 적자 규모는 같은 기간 42억원에서 100억원 수준으로 높아졌다. 적자임에도 무리한 운영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따릉이의 탄소중립·시민복지 등 순기능을 고려하면 적자가 늘었다고 무작정 비판하기는 어렵다.

전진우 서울시설공단 공공자전거운영처 총괄팀장은 “적자라는 말도 많지만 공공서비스가 흑자를 내기는 쉽지 않다”며 “이용 요금 자체가 굉장히 저렴한데, 서비스 측면에서는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직원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서는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 팀장 설명에 따르면 성수기인 3~11월 한시적으로 운영하던 배송 계약직을 일반직으로 전환하는 정책이 집행되고 있다. 근로 조건 향상이 단기간에 이뤄지기는 어려운 만큼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달라고 덧붙였다.

전 팀장은 “복지 혜택은 공단 26개 부서에 공통으로 적용되는데, 진급 등에 따른 임금 상승도 그에 맞게 실시하고 있다”며 “기간제 직원의 일반직 전환 등 근로 여건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 결과 근로 조건이 매년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 직원분들이 많이 고생하고 어려움이 있는 점을 알고 있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 서울시 차원에서 지원책을 마련하고, 힘든 만큼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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