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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2-08-10 18:45 (수) 기사제보 구독신청
[문재인 정부 정규직 전환 그늘③] “자회사로 가라”…이름만 다른 비정규직이었다
[문재인 정부 정규직 전환 그늘③] “자회사로 가라”…이름만 다른 비정규직이었다
  • 김동수 기자
  • 승인 2021.12.30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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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정규직 전환자 10명 중 5명은 자회사 방식
전환 근로자들 만족도 낮아...처우개선 시급
전문가들 "시장 질서 공정하게 해야 할 정부가 너무 깊숙이 개입"

문재인 정부는 출범과 함께 주요 국정 과제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공공부문에서 상시·지속적으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제·파견 근로자 등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이를 통해 고용불안과 차별을 없애면서 일자리 질도 개선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일 차에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방문해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한 것만 봐도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다. 임기가 몇개월 남지 않은 지금, 실상은 어떤가. 문 대통령의 의지는 얼마나 관철됐는가. <인사이트코리아>는 지난 4년 간 진행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실태를 심층취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 참석해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김동수 기자] 문재인 대통령 1호 공약인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앞서 정부가 파견·용역 같은 간접고용 근로자를 자회사 설립을 통해 직접 고용하는 방식을 인정하자 정책 과정에서 새로운 사회 문제가 나타난 것이다.

정부는 사회 양극화의 핵심 원인인 비정규직 문제를 공공부문부터 해결하고자 했다.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불안과 저임금 문제를 개선해 민간까지 확산하겠다는 의지였다. 방향은 맞았다. 그러나 정부가 2017년 7월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공공기관의 정규직 전환 가능 모델로 ‘자회사 방식’을 인정하자 상황은 예기치 않게 흘러갔다. 많은 공공기관이 비정규직 근로자의 직접 고용보다는 자회사를 신설하는 방식을 택하면서 처우개선은 뒷전인 채 또 다른 형태의 간접고용만 양산한 것이다.

지난해 공공기관 비정규직 48.8% 자회사 방식 정규직 전환

자회사 방식을 통한 정규직 전환이 불러올 부정적 효과는 이미 정책 초기부터 예견됐다.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정규직 가이드라인 발표 후 3달 만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특별 실태조사 결과 및 연차별 전환계획’을 꺼내 들었다. 당시 정부는 공공부문에서 2017년까지 7만4000명의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 전환하고 2020년까지 20만5000명을 완료한다는 구체적 로드맵을 발표했다. 특히 여수광양항만공사의 자회사 설립 방식을 통한 용역 근로자 정규직 전환 결정을 우수사례로 꼽으며 해당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을 예고했다.

정부의 이같은 발표에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우려를 표했다. 민노총은 “공공기관 파견·용역노동자들을 자회사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가 누차 밝힌 바대로 현재 용역회사와 같은 자회사 전환을 방지할 대책이 필요하다”다고 요구했다. 한국노총은 “자회사 운영 지원은 정규직화 대신 손쉬운 자회사로 비정규직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우려는 곧 현실화 됐다. 정부가 파견·용역 같은 간접 고용 근로자를 직접 고용에 한정하지 않고 자회사를 통한 전환도 가능하도록 한 결과 상당수 공공기관이 이 방식을 택한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5월 12일 발표한 ‘공공부문 자회사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공공부문에서 총 19만2698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고 이중 자회사 방식으로 전환된 근로자는 4만9709명이었다. 전체 전환자 대비 자회사 전환자 비율은 25.8%이고 공공기관 전환자만 놓고 보면 해당 비율은 48.8%에 달한다. 발전 공공기관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했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와 5대 발전 공기업 등 11개 기관은 총 1만3063명의 전환 대상자 중 1만2228명을 자회사 형식으로 고용했다. 이는 전체 대상자 중 93%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임금·근로조건 만족도 떨어져…10명 중 7명 ‘직접 고용’ 선호

문제는 공공기관들이 자회사 방식으로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 전환했지만 실제 이곳에서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만족도는 낮다는 점이다. 기존 파견·용역업체에서 전환된 근로자 상당수가 처우개선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공공기관 자회사의 운영실태 및 개선 방향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자회사 방식으로 전환된 근로자 중 절반 가량이 임금에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하락했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자회사 조합원 응답자 중 16.4%가 ‘오히려 임금이 하락했다’고 답했으며 32.4%는 ‘변화가 없다’고 대답했다. ‘임금이 추가되거나 상승했다’는 응답자는 42.1%로 채 절반도 되지 않았다. 자회사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된 근로자의 처우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환 결과에 대한 만족도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 결과 조합원들이 느끼는 임금 만족도는 5점 척도에 2.15점으로 나타나 대체로 만족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근로조건은 2.49점으로 집계돼 전반적인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때문에 자회사 방식으로 전환된 근로자 상당수가 해당 방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접 고용이 낫다’고 인식한 조합원은 71.6%에 달하는 반면, ‘자회사 방식이 낫다’라고 응답한 이들은 15.9%에 불과했다.

2019년 6월 30일 한국도로공사 정규직 전환 민주노총 투쟁본부 노조원들이 경부고속도로 서울 톨게이트에서 용역업체 소속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의 직접 고용 등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19년 6월 30일 한국도로공사 정규직 전환 민주노총 투쟁본부 노조원들이 경부고속도로 서울 톨게이트에서 용역업체 소속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의 직접 고용 등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뉴시스>

전문가들, 정책 목표·결과 평가 엇갈려…한계 노출엔 의견 일치

정부가 4년간 추진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에 대해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시장 질서를 공정하게 만들어야 할 정부가 너무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정책 목표와 취지는 옳았다는 등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이번 정책에 한계점이 있다는 점에선 공통으로 한목소리를 냈다.

김태기 일자리연대 집행위원장(전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은 “공공부문의 정규직 전환 정책은 정치적 결정이다 보니 디테일한 부분에서 혼란이 많았다”며 “기존 정규직 입장에선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반발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용 문제를 정치적으로 결정할수록 부작용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역할은 시장 질서를 공정하게 만드는 것으로 특정 부문에서만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식의 접근법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최영기 한림대 경영학부 객원교수는 “이번 정부의 정책은 반복·갱신 계약이라든가 파견·용역 인력들의 고용을 최대한 안정시킨 후 중장기적으로 처우를 개선해 나간다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며 “전체적인 목표와 취지를 보면 잘못된 정책이라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정규직 전환 시 임금체계라든가 동일 직무에 있는 공무직 간 임금 격차를 최소화하기 위한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조율·조정 기능이 부족한 한계가 있었다”며 “중앙정부가 일관된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조율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관별로 많은 갈등 요인이 발생했고 해당 문제는 차기 정부에 들어서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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