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안철수의 문재인 정부 '탈원전' 때리기...과학인가 정쟁인가
윤석열·안철수의 문재인 정부 '탈원전' 때리기...과학인가 정쟁인가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1.11.19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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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탄소중립 흐름에도 우리는 원전을 정치적 샤낭감 만들어
19대 대선 때 탈원전 찬성했던 안철수, 지금은 180도 바뀌어
윤석열(왼쪽)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뉴시스
윤석열(왼쪽)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서창완 기자] 탄소중립이 글로벌 화두로 떠오르면서 국내 탈원전 논쟁도 새 국면을 맞고 있다. 국내 원자력계는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원자력발전소가 필수라고 주장한다. 탈원전을 강조하는 쪽에서는 이런 주장이 원전 건설에 걸리는 비용과 시간, 경직성 전원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왔다고 반박한다. 국내에서 탈원전이 본격화하지 않았다는 반론도 여전하다.

세계는 원전을 선택하고 있나

유럽연합(EU) 국가 가운데 가장 원전 산업에 적극적인 국가는 프랑스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9일 대국민 연설에서 “우리는 수십년만에 처음으로 다시 원전 건설을 재개하며, 재생에너지 개발 사업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세부 원전 건설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가 6기의 원자로 건설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는 당초 현재 건설되고 있는 플라망빌 원전 3호기가 지어지기 전에는 신규 원전을 건설하지 않을 계획이었다.

프랑스는 전체 발전량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육박한다. 원전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국가다. 프랑스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탈원전을 선언하는 와중에도 2025년까지 원전 비중을 70%에서 50%로 낮추는 점진 감축안을 내놓았다. 2019년는 에너지기후법을 만들어 그 시점을 2035년으로 10년 늦추는 등 원전 친화적인 행보를 보인 대표 국가다.

하지만 친원전 국가 프랑스에서도 원전 건설에 드는 시간과 비용은 골칫거리다. 프랑스에서 건설 중인 플라망빌 원전 3호기(1650MW)는 2007년 착공해 아직도 건설 중이다. 당초 예상 건설 비용이 33억 유로(약 3조9600억원)로 2012년 완공 예정이었는데, 각종 안전 문제로 사업이 지연됐다. 현재까지 투자된 비용은 143억 유로(약 19조원)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파리 금융시장청에서 열린 연례 시장 회의 'AMF'에 참석하고 있다.AP/뉴시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각) 파리 금융시장청에서 열린 연례 시장 회의 'AMF'에 참석하고 있다.<AP/뉴시스>

원전 56기를 운영하는 프랑스 전력공사(EDF)의 올해 반기 기준 총 유동부채가 608억 유로(약 81조7900억원)에 달하는 점도 프랑스의 고민이다. 프랑스가 원전이 깨끗하다고 강조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재 EU의 그린 택소노미(녹색 분류체계)에는 원전을 포함한 원자력 관련 기술이 포함돼 있지 않다. 자국 원전의 수명연장 등을 하려면 투자가 필요한데 여기서 제외될 경우 프랑스의 전력 계획에 차질이 예상된다. 신규 원전 건설 역시 힘들 전망이다.

영국 정부가 지난달 19일 발표한 ‘넷제로 전략’ 보고서에서 17억 파운드(약 2조7000억원)를 투입해 신규 원전을 건설한다고 한 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투입하기로 한 돈의 사용처로는 사이즈웰(Sizewell) C 원전이 점쳐진다. 이곳의 예상 건설 비용은 180억 파운드(약 28조7500억원)다. 1630MW 발전용량 원자로 2기를 지을 계획인데, 프랑스 EDF가 2012년 처음 부지 제안을 제출한 뒤로 아직 착공도 되지 않았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영국 보수당 정부는 시장주의 원칙을 갖고 있어 경쟁을 통해 수익을 내라는 원칙이 기본”이라며 “예상 건설비만 180억 파운드인데, 17억 파운드를 지원한다는 것을 두고 영국이 원전으로 선회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프랑스전력공사(EDF)가 운영하고 있는 노르망디 해안의 플라망빌 원전.<AP/뉴시스>
프랑스전력공사(EDF)가 운영하고 있는 노르망디 해안의 플라망빌 원전.<AP/뉴시스>

국내 원자력계가 EU의 탄소중립 선회 근거로 꼽는 영국·프랑스의 소형모듈원자로(SMR) 투자도 새로울 게 없다. 한국도 이미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9월 사업 타당성 확보와 재원 마련을 위해 5800억원 규모의 혁신 SMR 기술 개발 사업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했다. 지난해 12월 제9차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혁신형 SMR 개발을 공식화한 뒤 일어난 움직임이다.

석광훈 전문위원은 “영국 정부가 SMR 개발에 지원하는 돈이 3300억원 정도고,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밝힌 게 1조4000억원 정도로 우리와 크게 다른 흐름이 아니다”며 “SMR은 꿈의 기술이라기보다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면서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전력망에 적응하려면 원자력계가 기술적으로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달라진 대선 공약, 안철수는 왜 바뀌었나

탈원전 논쟁은 20대 대통령 선거가 4개월 남짓 남은 시점에서 거세지고 있다. 후보들의 공약은 지난 19대 대선 때와는 사뭇 다르다.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를 제외한 4명의 후보들은 ‘신규 원전 백지화’를 내세웠는데, 올해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탈원전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 이어 올해도 대선 후보로 참여한 안철수 후보는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

안철수 후보는 지난 19대 대선 때 환경운동연합이 원전 정책을 묻는 질문에서 신규 원전 백지화(신고리 5·6/신한울 3·4, 영덕, 삼척)에 찬성했다. 노후원전 수명연장 금지와 폐쇄에도 찬성 의견을 나타냈다.

올해는 탈원전 폐지를 전면에 내세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SBS D포럼’에서 “우리 여건에서 원전 없이 신재생에너지만으로 탄소중립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고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해 값싼 전기요금으로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원전과 신재생에너지의 믹스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안 후보는 “지난 4년 반 동안 문재인 정권의 무지와 편견이 국가 에너지 전략을 무너뜨리고 탄소중립 실현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사실에 근거한 과학적 판단으로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소형모듈원전(SMR)을 개발해 원전 기술을 국가전략사업으로 키워 수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도 했다.

안 후보는 ‘사실에 근거한 과학적 판단’으로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겠다고 했으나 사실상 이는 자신의 지난 발언을 전면 부정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안 후보는 지난 대선 국면에 월성 1호기 폐쇄와 신규 원전 백지화 등을 명시했다. 원전 문제를 이성적·과학적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정쟁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로 보인다.

실제 기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내세우고도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 계획에 따르면 국내 원전은 현재 24기에서 28기까지 늘어나고, 2080년까지도 원전이 가동된다. 2030년 원전 비중을 24%로 줄이고, 2050년에는 6~7%까지 줄인다는 계획이다. 2019년 기준 미국·영국·독일의 원전 비중이 각각 19.3%, 16.4%, 12.3%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면서 원전의 경직성 전원 특성이 살아남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석광훈 연구위원은 “영국은 지난해 재생에너지의 기록적 증가와 코로나 사태가 겹쳐지며 순수요(총수요-재생에너지)가 최저 7GW까지 하락했다”며 “영국은 원전출력 감발이 더 경제적이라고 판단하고 사이즈웰 B 원전을 5개월 간 50%로 운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우리나라는 점진적 원전 감축을 하면서 재생에너지를 늘려가겠다는 계획인데, 합리적인 수준의 감축 계획”이라며 “건설 비용과 기간, 핵폐기물 처분 비용 등을 고려하면 실제 원전의 탄소 배출량은 과소평가돼 있다”고 강조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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