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키즈’를 기대한다
‘누리호 키즈’를 기대한다
  • 양재찬 경제칼럼니스트
  • 승인 2021.11.01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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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7월 20일, 미국 우주선 아폴로11호를 타고 달에 도착한 닐 암스트롱이 조심스럽게 첫 발을 내디뎠다. 역사적인 이 장면은 전 세계로 중계됐다. 당시 한국은 TV가 대중화되기 전이었다. 전파사, 다방, 다과점 등 TV가 있는 곳에 사람들이 몰렸다. 미국 공보원이 서울 남산 야외음악당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했다. 가랑비가 내리는데도 10만 인파가 광장과 언덕까지 가득 메웠다.

그로부터 52년이 지난 2021년 10월 21일, 집에 TV가 없어 달 착륙 장면을 집단 시청해야 했던 나라에서 자체 개발한 우주발사체 누리호를 쏘아 올렸다. 3단 로켓부와 위성 보호덮개인 페어링을 원활하게 분리했다. 목표 고도 700㎞까지 진입했다. 하지만 마지막 3단부 엔진이 계획한 만큼 작동하지 않아 모형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키진 못했다.

‘절반의 성공’이다. 순수 독자 기술로 1.5톤 위성을 실은 발사체를 우주로 쏘아올린 것만으로 대단한 성과다. 지금까지 다른 나라 도움 없이 발사체를 쏘아올린 나라는 러시아·미국·프랑스·중국·일본·인도·이스라엘·이란·북한 등 9개국. 이들 가운데 1톤 이상 실용급 위성 발사기술을 보유한 나라는 이스라엘·이란·북한을 제외한 6개국이다.

미국·중국 등 우주개발 강국들은 태양계 탄생의 비밀을 추적하거나 우주정거장 건설을 도모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한국이 갈 길은 멀다. 기술만 뒤진 게 아니다. 예산과 인력도 크게 차이 난다. 지난해 세계 각국의 우주개발 예산은 825억 달러. 미국이 476억 달러로 절반을 넘고 중국이 88억 달러, 프랑스가 40억 달러다. 한국은 겨우 7억 달러에 머문다.

2013년 우리나라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를 제작해준 러시아 후르니체프사의 직원만 3만명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만명,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에는 1만명이 근무한다. 중국의 우주개발 인력도 30만명 수준으로 알려진다. 우리나라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민간 기업을 더해도 누리호 개발에 참여한 인력이 1000명에 불과하다.

한국 기술자들이 똑똑하고 일당백이라지만 장기간 지속적인 기술개발로 성과를 거두려면 인력을 보강하고 예산도 늘려야 한다. 우리나라는 반도체와 통신 등 항공우주산업 기반 기술에 강점이 있다. 여기에 위성을 독자적으로 쏘아 올릴 능력이 더해지면 우주 개발과 탐사에서 새 역사를 쓸 수 있다.

누리호가 날아오른 그날 이른 아침부터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인근 고흥군 동일면 봉남등대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은 외진 작은 마을인데도 발사 장면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명당이라는 입소문이 난 곳이다. 관람객 중에는 자녀와 함께 로켓이 그려진 과학책을 보며 현장학습을 하는 학부모도 있었다.

우주산업은 고도의 기술력과 많은 비용, 실패의 축적이 요구되는 미래산업이다. 안보와 기술 차원을 넘어 민간 우주여행 시대가 열렸다. 어린이들이 장래 희망으로 건물주나 연예인 대신 과학자와 우주비행사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도록 과학교육을 바꾸고 연구개발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외환위기 때 국민을 위로한 박세리 선수의 맨발 투혼 장면을 보고 골프의 꿈을 키운 ‘세리 키즈’들이 골프 강국을 만들었듯이 ‘누리호 키즈’들이 많아야 우주강국의 길을 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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