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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1-12-09 19:42 (목) 기사제보 구독신청
해괴한 대선 판, ‘비호감’이 판친다
해괴한 대선 판, ‘비호감’이 판친다
  • 문기환 전문위원 겸 새턴PR컨설팅 대표
  • 승인 2021.11.01 11: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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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재명 등 여야 유력후보들 비호감도, 호감도의 2배
대선판에 강아지와 인도사과까지 등장하는 코미디가 연출되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인사이트코리아=문기환 전문위원 겸 새턴PR컨설팅 대표] 며칠 전 반가운 전화를 받았다. 코로나가 장기화 되면서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선배였는데 가까운 시일 내에 지인 몇몇과 점심식사 하자는 내용이었다. 원래 정식 모임 멤버는 10명 정도 되는데 3~4명만 일단 만나고 연말에 송년회 겸해서 다같이 만나자고 한다. 이제 코로나라는 긴 터널의 끝이 보이기 시작하는 듯 하다. 요즘은 여름 휴가철도 아닌데도 제주행 비행기가 주말 주중을 가리지 않고 어느새 만석이 되어 버렸고, 내년 초 해외여행을 서둘러 예약하라는 여행사의 알림 문자도 심심찮게 오고 있다. 다행히도 2년 동안 겨울잠에 빠졌던 사회가 이제서야 서서히 기지개를 펴는 양상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백신 접종률이 높아진 덕택에 단계적 일상회복 조치인 이른바 ‘위드(with) 코로나’로의 방역체계 전환 시기가 바야흐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 언론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던 코로나 관련 뉴스도 이제는 다른 아이템으로 1위 자리를 내주고 있다. 바로 내년 3월의 대통령 선거를 두고 하는 말이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여야의 유력 후보를 두고 연일 뉴스가 폭증하고 있다. 한쪽은 대장동 민관합동 개발사업 비리 관련 의혹에 이어 과거 조직 폭력배들과 어울렸다는 폭로를 두고 그 진위 여부로 다투고 있고, 다른 한쪽은 거의 매일 실언의 연속을 넘어 전두환 망언까지 이르다가 급기야 강아지와 인도사과까지 등장하는 코미디로 국민들을 망연자실하게 만들고 있다. 한 여론조사기관에 따르면 유력 후보들의 비호감도가 호감도의 거의 두배 수준에 다다른다고 하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상황이 이러하니 약 30%에 달하는 미결정자 즉, 최종 캐스팅 보트(casting vote)를 쥐고 있는 이른바 중도층 유권자들은 누구를 선택해야 할 지 아직도 갈팡질팡하고 있는 듯 하다.

북한의 NPT 탈퇴 폭탄선언

이 와중에 잠시 주목을 끌다 묻혀버린 중요한 뉴스가 있었다. 국가 안보는 물론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사안이다. 다름 아닌 북한이 최근에 신형 잠수함발사탄도 미사일(SL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는 뉴스다. 그 이튿날 유엔의 안전보장이사회가 비공개리에  소집되었을 만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에 중대한 뉴스임에 틀림없다. 현재 다량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되는 북한이 발사 위치와 시점 예측이 불가능한 SLBM을 보유하게 되었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방어망이 일시에 무력화 될 수도 있는 중차대한 일이다. 그러나 대다수 우리 국민들은 바로 코 앞에 놓여있는 위험도 못느끼는 심각한 안보불감증에 걸린 듯 하여 심히 우려가 된다. 이 시점에 오래 전 필자가 겪은 한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다음은 지금으로부터 무려 28년 전인 1993년 3월 13일자 어느 신문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정부는 대변인 발표를 통해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겠다는 것은 핵무기 개발에 대한 의혹을 더욱 짙게하는 것이라며 이에 따른 남북간의 긴 장고조와 국제제재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북한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1992년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의 역사적인 방북 1년 후, 남북경제 협력 사업이 서서히 본궤도에 진입하려는 시점에 나온 북한의 NPT 탈퇴라는 폭탄선언은 일시에 남북관계를 냉각시키고 말았다. 통상적으로 정치, 사회, 문화, 스포츠, 국제 분야 등 큰 이슈가 발생하면 언론에서는 각계각층 사람들의 코멘트를 인용해 여론의 흐름을 보여준다. 거기에 빠지지 않는 것이 소위 전문가의 의견이다.

1993년 3월 13일 토요일.(당시는 토요일에도 근무했고 출근시간은 오전 8시였다.) 장소는 서울역 앞 대우센터빌딩 5층에 위치한 대우 홍보팀 사무실. 출근한 뒤 커피 한 잔 마시며 조간 신문을 훑어보는 시간이었다. 8시 15분쯤 되었을까. 필자 책상 위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벨소리를 보아 외부 전화가 아닌 회사 구내 전화다. “여보세요?” “문 팀장! 이게대체 무슨 일이야?” 다짜고짜 엄청나게 화가 난 목소리다. 모 경제신문에 본인의 이름이 거명된 잘못된 기사가 나갔다는 것이다. 필자에게 항의를 한사람은 다름 아닌 북한 사업을 담당하는 부서의 책임자였다.

그는 지금 당장 홍보팀으로 오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하여튼 홍보팀은 하루도 편할 날이 없구나! 오늘은 또 무슨 일인가? 어제 가판 체크에서 발견못한 악성 기사라도 나갔나?’하며 문제의  경제신문을 찬찬히 훑어 보았다. 대부분의 기사가 어제 북한이 NPT 탈퇴를 선언했다는 것을 이슈로 다루고 있었다. 그중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각계각층 사람들의 반응을 모아 놓은 기사도 있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북한이 돌연 유엔 산하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시설 관련 특별사찰 요구를 거절하고 NPT 탈퇴 선언을 한 것에 대해 비분강개하는 내용이었다.

문제가 된 부분은 소속 부서와 직위, 심지어 괄호 안에 나이까지 분명히 명시된 바로 그 북한 사업책임자의 이름으로 된 코멘트였다. “…북한의 이번 행동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한다…” 다른 사람들의 반응과 대동소이해 표면적으로는 전혀 문제 없어 보였다. 그러나 그는 “북한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오늘도, 내일도 북한측 파트너를 만나야 하는데 만일 그들이 이 기사를 보게 되면 큰 일”이라고 얘기했다. “지금까지 공들여온 사업이 무산되거나 향후 잡혀있는 미팅 일정이 취소되거나 대우측 담당자 변경을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기사 마감시간은 다 돼 가는데…”

이제 대충 상황이 짐작됐다. 전날 오전이었다. 11시 40분경 점심 약속이 있어 나갈 채비를 하고 있는데 기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각계 코멘트를 쓰고 있는데 북한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고 싶다며 책임자의 전화번호를 물었다. 그런데 결국 그 기자는 통화를 하지 못한 상황에서 본인의 양해를 구하지 않고 가상의 코멘트를 기명으로 해서 나간 모양이다.

일단 필자는 사태를 원만히 수습해 보겠다고 간신히 달래 북한팀 책임자를 돌아가게 했다. 그리고 곧바로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유를 들어보니 “마감시간은 다 되어가는데 연락이 안돼 지극히 평범하게 코멘트를 썼는데 그렇게 될 줄 미처 생각 못했다. 그 책임자분께 매우 죄송하다는 말씀을 대신 전해달라.” 이런 내용이었다.

사태 진정은 간단치 않았다. 홍보팀이 북한팀의 강력한 요청으로 정식으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출할 중재요청 신청서까지 작성했으니 말이다. 결과적으로 실제 신청까지는 가지는 않았으나 홍보팀은 신문사와 북한팀 사이에서 한동안 곤란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나서 한참 지난 후였다. 그 북한팀 책임자에게 슬쩍 당시 북한 쪽을 어떻게 무마시켰는지 물어봤다. 해명 하느라 엄청나게 힘들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다행(?)스럽게도 그 신문기사를 본 북한측 사업담당자들이 설마 대우측 사업파트너가 그런 비상식적인 코멘트를 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도 남한 언론들의 평소 특성을 잘 알고 있다”라며 “큰 문제로 삼지 않았다”는 얘기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하나 의 해프닝이었지만 당시에는 아찔했던 사건이었다. 28년이 지난 2021년 현재의 상황을 생각하면 참으로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끼게 한다.

최근 인도 태평양 지역, 남중국해, 대만 및 한반도 인근 지역에서 미국과 중국이 무력 시위를 강화하는 등 양국의 갈등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이와중에 SLBM을 비롯한 잇단 미사일 시험 발사 등 북한의 군사적 도발은 우리나라는 물론 주변 이해 당사국들의 긴장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이며 군사력은 6위라고 하는 대한민국의 국방은 더이상 동맹국에게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이 관점에서 여야 대권 후보자들은 앞으로 상대방 약점을 들추는데만 신경 쓰지 말고 우리나라의 미래와 안보를 위한 진지한 토론을 가져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미국의 아프간 철수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지 않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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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2021-11-01 12:41:49
이번 칼럼도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