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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2-12-08 12:06 (목) 기사제보 구독신청
[인터뷰]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위험과 죽음의 외주화, 3년 지나도 바뀌지 않았다”
[인터뷰]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위험과 죽음의 외주화, 3년 지나도 바뀌지 않았다”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1.11.01 0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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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사회운동사에서 빼놓기 힘든 이름이 됐다. 그의 아들이자 노동자였던 고(故) 김용균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지난 2019년 12월 산업재해로 사망하면서부터다. 무심했던 사회는 평범했던 엄마이자 노동자였던 그의 인생을 뒤바꿔 놓았다. 그 뒤 아들을 기리는 재단이 만들어졌다. 사회 변화의 속도는 더디다. 올해 12월 10일 고 김용균 3주기를 앞두고도 곳곳에서 산재 사고가 잇따른다.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원근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원근>

[인사이트코리아=서창완 기자] 김용균재단은 고 김용균 3주기를 앞두고 지난 8월 31일부터 100일 투쟁을 하고 있다. 발전공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면서다. 김용균 씨의 죽음 이후 사회가 가만히만 있었던 건 아니다. ‘위험의 외주화’ 논란이 일면서 법 개정이 이뤄졌다. 먼저 안전 규제를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이 28년 만에 통과됐다. 이후 제정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기업’이라는 이름을 빼고 국회를 통과해 2022년 1월 27일부터 본격 적용된다.

김 이사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데 큰 노력을 기울인 인물이다. 그가 2020년 8월 26일 올린 ‘안전한 일터와 사회를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재정에 관한 청원’이 동의자 10만명을 돌파하면서 입법이 논의됐다. 그 이후로도 국회와 경제계를 오가며 법안 통과를 위해 활동했다. <인사이트코리아>는 지난 9월 김용균재단에서 김 이사장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그동안 삶이 많이 바뀌었을 것 같다.

“저는 평범하게 회사 생활하던 사람이다. 아들 용균이에게는 늘 열심히 하란 말을 했었다. 아들의 죽음이 있고 나서야 우리나라에 산재가 많다는 걸 알게 됐다. 굉장히 놀랐고 충격을 받았다. 내 가족의 안전과 안위만 생각했는데 잘못된 생각이었다. 사회가 안전해야만 내 가족을 지킬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됐다. 사고 나기 열흘 전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한 캠페인에 참가해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나자’는 피켓을 들었던 아들의 유지를 받아 김용균재단을 설립했다.”

김용균재단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활동가가 3명뿐이지만, 사회운동가들이 네트워크 형식으로 연결돼 있다. 그 범위는 넓은 셈이다. 산재 사고가 날 때마다 연락이 오고 유족 손을 잡아줄 수 있는 여력이 된다. 또 ‘다시는’이라는 산재 피해 가족 모임이 있다. 피해자 가족끼리 모이는 것만으로도 유족들에게는 큰 위로가 된다. 이를 넘어서 ‘우리도 뭔가 해보자. 불의에 싸우기 위한 일을 해보자’ 해서 소속이 다른 많은 활동가가 네트워크 형식으로 손잡고 일을 해나가고 있다.”

우리나라 노동 현장의 가장 큰 문제점이 뭐라고 보나.

“용균이 현장 문제의 핵심은 비정규직이라는 점이다. 목소리가 위로 올라가지 않는다. 용균이가 사망하던 한 해에만 한국서부발전에 28건의 안전 시정요구가 제출됐으나 묵살 당했다. 현장이 위험하더라도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하청업체 소속 직원들은 더 강하게 입장을 말하기 어렵다. 그 현장에는 용균이 또래들도 많았다. 어렵게 직장 구했을 거고, 그만두더라도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개인의 힘으로는 문제가 개선되기 어려운 셈이다. 비정규직은 권한과 이익은 원청이 가져가고, 책임은 하청한테 묻기 위해 만들어 놓은 제도다. 원청과 하청 사이 이런 간극을 만들어 아무도 안전을 책임지지 않게 만들었다. 최소한의 안전은 삶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인 권리다. 비정규직은 그 안전을 지킬 수 없게 만든다.”

비정규직이 힘들고 어려운 일을 도맡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건가.

“위험의 외주화, 죽음의 외주화라는 말이 맞다. 위험하고 어려운 자리는 모두 비정규직에게 주고 있다. 사고 대부분이 하청에서 일어나는데, 원청은 책임지지 않는다. 이게 나라에서 할 일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비정규직은 외환위기 때 임시로 만들어 나라를 살리기 위한 수단이었는데, 지금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는데도 철폐하지 않고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기업과 정치권의 유착이 긴 세월 동안 진행돼 오지 않았나. 공무원이나 기업이나 정치인들의 유착 관계가 워낙 공고하다 보니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반복적 죽음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하청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 이유가 뭘까.

“우리나라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위로 올라가는 구조다. 빈부격차가 심해지면서 경제적 여건이 되는 사람만 올라가는 구조가 더 심해지고 있다. 가난과 죽음이 대물림되는 상황이 반복되는 셈이다. 공부만 잘해서 올라가는 구조는 정말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인간애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잘 외우고, 문제 잘 풀고, 응용 잘해서 중요 직책에 올라가는 사람들이 사람을 대하는 기본적인 마음을 갖추지 못한 게 아닌가 싶다. 정규직화 역시 바늘구멍을 만들어 놓고, 탈락한 자들에게 ‘너희는 공부를 못하니까 그렇게 됐다’고 하는 분위기이지 않나. 기본 바탕이 다른 데도 그렇게 말하는 게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업들은 그렇게 하는 게 관리가 편하다. 하청에 책임을 전가하면 과실을 더 가져갈 수 있으면서 힘도 유지할 수 있다. 이런 구조가 유지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김미숙 이사장이 9월 13일 김용균재단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이원근
김미숙 이사장이 9월 13일 김용균재단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이원근>

운동을 하다 보면 사회가 변화할까.

“일단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만들 때 국민 71% 이상이 찬성했다. 국민 인식이 변화되고 있다는 증거다. 방송을 보더라도 안전에 대해 더 많이 얘기하는 사회 풍조다. 예전에는 사고 나면 짧게 보도하고, 왜 사고가 났는지 왜 죽었는지 자세한 내용은 보통 나오지 않았다. 근데 지금은 그런 것까지 보도가 된다. 지금 제일 많이 바뀌는 게 유족들이 사고 나면 숨지 않는다는 거다. 예전부터 우리나라에는 이상하게도 자식이 죽으면 ‘못난 부모, 네가 잘못했다’는 인식이 있다. 그런 시선 때문에 사람들이 나서지 않았던 측면도 있다. 이제는 좀 달라진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죽음들에 나서주는 사회 흐름이 생겼다. 물론 갑자기 큰 변화가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건 사회의 흐름은 누구도 거역할 수 없다는 거다. 그 흐름이 만들어졌고, 노동자가 안전할 권리를 주장하고 노력하다 보면 조금씩 나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의의는 무엇이라고 보나.

“법 제정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계약 형태와 관계없이 하청 관계에 있는 모든 노동자와 특수고용형태 노동자의 재해에 대한 원청 사업주 처벌이 가능해졌고, 전자산업이나 메탄올 등 위험 물질을 다루는 일을 하다 병을 얻는 경우도 포함됐다. 우리나라에 이런 법이 들어올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이 거의 없었을 텐데, 결국 만들어졌다. 이 법안의 핵심은 사고가 났을 때 노동자의 잘못이 아니라 회사의 잘못이라는 점을 명시했다는 거다. 이게 기본이자 핵심이다. 분명 큰 의의가 있지만 부족한 점도 있다.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배제’가 명시된 점이나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3년 적용 유예’를 한 점 등이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사망하는 노동자가 가장 많은데 빼버리면 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법안 통과를 위해 활동하면서 느낀 점은 있다면.

“기업들과 정치권의 유착이 심각하다고 생각했다. 국민 72% 가까이 찬성했음에도 어느 한 당이라도 이걸 통과 시키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거대 양당은 말로만 노력한다고 하지 통과하기 위해 행동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위해서 일하라고 그 자리에 뽑아준 건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만 일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더 명확한 법이 되려면 공무원 처벌 조항도 있어야 한다. 관리·감독해야 할 공무원들이 직무유기를 했으면 당연히 처벌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건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법에 담지 못한 게 아쉽다. 사고를 당한 노동자의 유족들이 가장 부당하다고 느끼는 점은 큰 아픔을 겪는 유족 스스로 사건을 파헤쳐야 하고 증거를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들을 밝히고 해결해 주기 위해 국가가 있는 것 아닌가. 산재 사고는 우리 모두의 피해다. 지금까지 피해 본 사람과 앞으로 피해 볼 사람이 있는 일이다. 모든 시민, 모든 일하는 사람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만든 법이지만, 많이 훼손된 것 같아 아쉽다.”

노동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은 진짜 살기 어렵더라도 잘 참아줬으면 좋겠다. 죽을 생각 하지 말고, 가정에서도 서로 위로하며 잘 참아주길 바란다. 우리가 이렇게 하다 보면 차츰 사회가 바뀌고 좋을 날이 있을 테니 버텨서 그걸 보면 좋지 않나. 그리고 이런 변화가 10개 100개의 힘으로 되는 게 아니고 엄청 많은 사람이 하고자 하는 행동이 있어야만 바뀌는 거니까. 그런 노력들을 계속 해주길 희망한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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