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영의 면대면] 김태완 전국택배노조 수석부위원장 “공평하게 조사받고 떳떳해지고 싶다”
[이하영의 면대면] 김태완 전국택배노조 수석부위원장 “공평하게 조사받고 떳떳해지고 싶다”
  • 이하영 기자
  • 승인 2021.10.01 14:3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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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김포 장기대리점장 노조 괴롭힘에 극단적인 선택
“노조원 개인 일탈 일뿐, 재발 방지 대책은 마련할 예정”

주로 ‘업계 관계자’ 이야기만 들었다. 회사 측 주장이나 전문가 멘트가 기사에 실렸다. 귀족노조 편견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노조와 연이 닿은 건 안전사고 취재를 하면서다. 회사의 주장을 정면 반박하는 말들이 쏟아졌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한쪽 말만 듣고 기사를 쓴 건 아닌가 반성했다. 면대면 연재를 시작한 이유다.

9월 2일 김태완 전국택배노조 수석부위원장이 김포 장기대리점 소장 사망에 대한 노조 차원의 조사결과를 발표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이하영 기자] CJ대한통운 김포 장기대리점 이 아무개(40세) 점장이 8월 30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고인은 A4용지 2장 분량의 유서에서 택배노조의 집단 괴롭힘을 언급했다. 유족 측이 공개한 유서에는 이 점장이 노조원들의 태업과 업무 방해로 인해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고 적혀 있었다.

전국이 발칵 뒤집혔다. 노조의 괴롭힘에 대한 제보가 줄을 이었다. CJ대한통운 한 지역 택배노조의 한 달 가까운 장기 파업 소식이 전해지자 여론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문득 궁금해졌다. 모든 잘못이 CJ대한통운 노조에게만 있는 걸까.

<인사이트코리아>는 9월 8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에서 CJ대한통운 출신 김태완 택배노조 수석부위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CJ대한통운에서 택배 기사로 언제부터 일했나.

“2013년부터 일했다. 2016년 12월 노동조합을 만들며 해고됐다.”

노조로 일한지 얼마나 됐고, 왜 노조 활동을 시작했나.

“노조가 정식 출범한 것은 2017년 1월 8일이다. 노조 이전에 ‘택배 노동자 권리 찾기’ 모임을 만들어 택배기사들의 요구 등을 수렴했다. 우리가 특수고용노동자다 보니까 노조를 바로 만들지, 어떻게 할지 논의하는 과정을 거쳤다.”

노조를 운영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책임 구조가 명확하지 않은 점이다. 택배업계 구조는 원청, 대리점, 기사로 나뉜다. 우리는 근로계약이 아닌 위수탁계약을 하는 구조다. 사실상 일은 근로자 형태로 하고 있지만 근로자로서 모든 권리를 갖지는 못한다. 실질적 책임자인 원청이 뒤에 숨어 있는 구조가 문제다. 대리점은 법적 지위가 없어 각종 갑질·비리가 일상적인 현장이었다.”

지난해 ‘과로사 없는 택배 현장’을 외친 후 분류작업이 택배사와 대리점 일로 넘어갔다. 잘 지켜지고 있나.

“국토교통부 중재로 사회적 합의를 진행해 택배 분류작업이 택배사와 대리점 일로 넘어가는 시점이 9월 1일이었다. 하지만 거의 모든 택배사에서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상당 부분 투입된 것이 확인됐고 한진도 일부 들어갔다. 로젠택배는 지키지 않았다. CJ대한통운은 9월 둘째 주부터 ‘분류인력을 넣겠다’고 했다. 이번 주가 둘째 주라 지켜볼 생각이다.”

(이와 관련해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회 관계자는 “CJ대한통운만 해도 4000명을 투입했고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도 각각 2000명씩 투입했다”며 “물류 창고가 멀어 새벽시간에는 인력을 구하지 못한 곳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22일 발표된 택배기사 과로방지를 위한 제2차 사회적 합의문에 따르면 택배기사의 분류작업 제외는 2021년 내에 완료돼야 한다. 9월까지 일부 분류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또 택배사업자와 영업점은 택배요금 인상분(개당 170원)으로 분류인력 투입과 고용·산재보험 비용을 실제로 부담하는 주체에게 합리적으로 배분해야 한다.)

8월 30일 노조를 원망하는 유서를 남기고 40대 대리점주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일부 노조의 문제라기에는 여기저기서 ‘노조 횡포’와 관련한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이런 현상이 벌어진 거다. 대리점과 원청에 항상 눌려 있고 이것을 정상적으로 풀 수 있는 구조 자체가 막혀 있다. 워낙에 이런 현장이기 때문에 거칠게 풀리는 측면이 있는 거다. 그게 나타난 거라고 우리는 보고 있다.”

단톡방에서 ‘대리점 먹자’ 등 충격적인 이야기도 나왔다.

“그런 이야기는 개인의 의견일 뿐이다. 구조적으로 대리점 소장이 되려면 대리점 입찰 공고를 내야하고 서류 심사도 거치고 면접도 해야 한다. 그럼 결국에는 지사와 본사의 가이드에 맞는 사람이 대리점주가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노조가 대리점을 뺏는 것이 가능한 일이라면 그 말이 의미가 있는데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그 말에) 의미가 없다. 말 그대로 자기들끼리 개인적으로 한 얘기일 뿐이다. 김포 장기지점 택배노조원들은 6년간 월급을 제대로 받은 날이 드물다. 수수료(임금)도 매해 특별한 이유 없이 삭감했다. 조합원들이 고인에게 억하심정이 쌓였을 거라 생각한다.”

(9월 3일, 김포 장기지점 택배노조원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올해 7월 12일 해당 단톡방에는 ‘여기 계시는 노동동지 분들 때문에 이 소장이 일단 대리점 포기를 한 상태’ ‘더 많은 투쟁으로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해야한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더 힘내서 대리점 먹어보자’ 등의 대화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택배노조 압박에 따른 갈등을 언급한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택배대리점주 이 아무개 씨의 분향소가 경기도 김포시 한 택배업체 터미널에 마련됐다.<뉴시스>

고인의 구체적인 사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조합원들 단톡방 내용은) 그냥 개인 카톡방에 있었던 (대화로) 사소한 일에 불과하다. 유서에 나와 있지만 이것으로 ‘사람이 자살할 동기가 되는가’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납득하기가 어렵다. 전체적인 맥락을 따져보자면 CJ대한통운에서 (고인에게 대리점을) 포기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김포지사장이 장기대리점 조합원과의 통화(8월 25일)에서 ‘저는 얘 떨어뜨리려고 한 거다. 목표대로 떨어뜨렸다’고 말한 바 있다. 대리점주가 되면 수익이 엄청나다. 우리가 추산하기로 고인의 월 매출이 3000만원 정도였던 걸로 알고 있다. 업체 경비를 제하더라도 2000만원이 넘는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사업을 고인이 왜 그냥 포기했겠나. 계약기간도 1년 6개월가량 남아있었다. 대리점을 포기하면 스스로 재정적으로 압박받는 상황을 만드는 거다.”

위탁계약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 같다. 직고용을 원하는 것인가.

“현재 택배산업 구조상 다 자신의 재산권 행사를 하고 있는 조건에서 직계약을 요구하는 것 자체는 현실에 맞지 않다고 본다. 우리가 주장하는 부분은 원청과 대리점이 교섭에 모두 응해야 한다는 거다. 누가 됐든 우리의 요구를 실제로 풀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사람들이 풀어주면 된다. 이것이 우리의 기본 요구다. 이런 내용과 관련한 관리 책임은 택배사에 있다. 우리는 고발·요구하는 방법 밖에 없다. 이걸 부각 시키면 원청이 사회 고발을 하든 법률적으로 고발을 하든 이런 걸 근거로 해서 (대리점을) 관리하면 된다. 우리는 지난 3~4년간 문제를 이렇게 풀어왔다.”

진상조사를 노조가 아닌 다른 쪽에서 맡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경찰들이 카톡방도 다 알거라 본다. 고용노동부도 와서 불법파업이었다고 하니까 조사할 거다. 경찰이나 노동부 조사 모두 성실히 임할 생각이다. 노조도 이 산업 구조 안에서 대리점 소장의 죽음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애도하는 마음이다. 고인께서 우리 책임을 거론하며 유서를 남겼다. 그 부분에 대해 고인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제 나머지 진실을 밝히는 문제는 공적 기관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공평하게 조사를 받고 떳떳해졌으면 좋겠다.”

노조가 고인의 영결식에 가지 않고 당일 기자회견을 해 논란이 됐다.

“택배노조 위원장은 고인의 영결식에 계속 가겠다고 말했는데 대리점연합회장이 ‘관계가 안 좋을 것 같다’며 오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기자회견장에서 ‘(영결식에) 오지도 않았다’고 이야기해 당황스러웠다. 이날 기자회견은 고인의 영결식이 끝나고 나서 해야겠다는 생각에 오후에 진행했다. 기자회견 내용도 노동자 입장이 아니라 객관적인 사실만 정리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회 관계자는 “유가족 분노가 극에 달해 있다. ‘유족이 방문을 원치 않는다’고 전달한 바 있다”며 “그러나 아무리 유족이 원치 않는다고 하더라도 매를 맞더라도 잘못한 것이 있으면 와서 사죄를 하는 것이 맞다는 게 저희 입장”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택배노조에 우호적이던 분위기가 이번 일로 완전히 바뀌었다. 특단의 조치도 필요할 것 같은데 윤리강령 같은 것을 만들 생각은 없나.

“노조가 급격히 성장하는 과정에서 (노조원이) 통제 범위 밖에서 움직이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우리 내부의 문제가 공론화됐고 향후 옛날처럼 노조를 운영할 수 없다(는 생각이 공유됐다). 내부조합원 윤리강령 등을 이번에 정비하는 계기로 삼아 향후 대의원회의에서 노동조합의 기본 질서를 바로 세우는 방법을 고민할 계획이다.”

(노조는 9월 29일 ‘내부혁신을 위한 현장지침’을 발표했다. 사회적 통념을 벗어난 폭언‧폭행은 물론이고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10월 9일 임시대의원대회를 개최해 관련 절차와 징계내용을 구체화하는 상벌규정을 신설해 제도화할 예정이다.)

최근 전국택배노조 부위원장 A씨가 다른 택배노동자를 폭행하는 영상이 나와 논란이 됐다.

“2019년의 일로 사건 당시 A씨는 부위원장이 아니었다. 올해 8월에 내부 조직 운영상의 문제로 부위원장을 사임한 상태로 현재는 평범한 노조원이다. 두 사람 간 다툼이 있었고 (화해는 했는데 합의는 안 했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녹취록을 확인한 결과 합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하고 가해자한테 전화해 ‘이제 신경 안 써도 된다’ ‘앞으로 (싸우지 말고) 잘 지내자’ 등이라고 말한 녹취록이 있다. 언론에서 연락해 (피해자가) 위축돼 ‘손해 보는 거 아닌가’ 싶어 말을 뒤집은 거다.”

건강한 노동문화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우리는 정당한 법의 보호를 받는 정식 노조다. 문제가 생겼을 때 대리점주나 원청과 얘기하고 싶었지만 정식 루트를 밟지 못하게 하는 형국이다. 이런 게 안 되니 현장에서 끊임없이 갈등이 빚어진다고 본다. 안정적인 노사교섭이 이뤄질 수 있는 구조가 정착돼야 갈등 해결의 출로가 열린다고 본다.”

(CJ대한통운 택배대리점연합회 관계자는 “노조가 노동자 권익을 주장하기 위해 조합 활동을 하는 것을 저희는 불법적이고 잘못된 행동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다만 국민들의 상품을 볼모로 해 중소상공인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도 피해를 입는 점은 살펴봐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대리점장이 직접 배송을 한다거나 대리점 인력을 활용해 배송을 하는 것은 노동조합법상 인정된 정당한 배송 절차”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막고 있다”고 덧붙였다. CJ대한통운 측은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 지원에 최선의 방안을 마련하고 지원 중”이라고 밝혔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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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2021-10-02 07:01:00
믿을 말믈 믿어야지
입만열면 거짓 투성이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