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길’ 지킴이 이문정 에어프랑스 KLM 한국지사장
‘유럽길’ 지킴이 이문정 에어프랑스 KLM 한국지사장
  • 이하영 기자
  • 승인 2021.10.01 1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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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배출 줄이려 기내 종이 다 없앴다
이문정 에어프랑스 KLM 한국지사장. <이원근>

[인사이트코리아=이하영 기자] 코로나19가 집어 삼킨 하늘은 황사가 가린 뿌연 하늘이 아닌 청명한 푸른 하늘을 선사했다. 대신 감염증 확산 우려에 많은 비행기들이 길을 잃었다. 항공사들은 일 대신 빚만 늘었다. 지난 2년간 항공업계는 조직을 줄이면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내년 상반기에는 경제가 재개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인사이트코리아>가 9월 24일 만난 이문정 에어프랑스 KLM 한국지사장은 지나친 기대보다 냉정한 현실인식으로 단단한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에어프랑스 KLM은 어떤 회사인가.

“유럽의 항공사 통합을 이끈 최초의 항공사다. KLM은 네덜란드 항공사고 에어프랑스는 프랑스 항공사다. 색깔도 국적도 다른 긴 역사를 가진 두 개의 항공사가 하나가 된 거다. 규모의 경제가 생긴 만큼 약간의 이질적인 문화도 섞였을 거다. 에어프랑스 KLM은 그 안에서 더 건강한 문화를 창출했다. 의견을 개진하고 기다려주는 부분이 프랑스 스타일이라면 네덜란드에서는 어떤 프로젝트나 이니셔티브(initiative‧계획)가 있으면 그것을 밀고 나가는 추진력이 있다. 전혀 다른 방면의 자질인데 융합이 된다. 서로간의 장점은 더 발전시키고 단점은 보완해 시너지가 굉장히 좋은 그룹이라고 생각한다.”

에어프랑스 KLM 한국지사장이 되기까지가 궁금하다.

“유나이티드항공에서 근무하다 라스베이거스 관광청, 에어아시아를 거쳐 에어프랑스 KLM 한국지사장이 됐다. 모두 좋은 회사였다. 에어프랑스 KLM 한국은 특히 그렇다. 일단 리소스(resource‧자원)가 정말 좋다.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고 재능도 넘친다.”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들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2020년 세계 항공업계 매출은 전년 대비 70% 줄었다. 이는 국제선과 국내선을 포함한 수치로 국제선만 따지면 마이너스 90% 수준이다. 국내선은 미국·러시아·중국 등에서 회복이 빨랐다. 국제선 중 아시아 지역이 다른 곳보다 회복이 느리다. 미국이나 유럽도 수요가 많이 회복되고 있는 상황인데 아시아 쪽은 아직도 침체된 분위기다. IATA는 2023년이 돼야 2019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델타 변이 바이러스 등 변수가 있어 확신하기에는 이르다.”

에어프랑스 KLM 한국지사도 고전했을 것 같다.

“업계에서 내부 조정을 많이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도 새로운 조직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당연히 거쳤다. 인원도 좀 줄였고, 사무실 규모도 축소했다. 재택근무 등도 활성화돼 예전에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양상이다. 이 와중에도 유럽길을 지켰다는 것이 우리의 자부심이다. 해당 국가에 봉쇄령이 떨어져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IMF 때도 사스 때도 운항은 이어졌다. 에어프랑스는 주 3회, KLM은 주 5회 운항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 있다면.

“코로나19로 각국 상황에 따라 미리 예약한 항공권을 사용하지 못하는 분들을 배려해 올해 말까지 수수료 없이 비행 날짜 변경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 코로나19로 입국 전 갖춰야 할 서류를 집에서 올리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한국에서는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지만 에어프랑스 KLM에서는 레디 투 플라이(Ready To Fly), 업로드 홈(Upload @home)이라고 부르는 시스템이다. 고객이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것을 밝히는 코로나 PCR 검사 증명서 등 건강문서를 비행기 이륙 전 항공사 홈페이지에 등록한다. 이 서류가 확인되면 출국을 보다 신속하게 할 수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코로나19로 항공업이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는 정상화 시기가 언제 돌아올까 생각하는 대신 이때 준비할 수 있는 것을 하기로 했다. 지금 준비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지속가능성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생각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바를 실천하는 것이다. KLM과 에어프랑스는 모두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탄소 배출을 50%로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탄소 배출을 줄이려면 항공기가 가벼워야 한다. 그래서 먼저 기내에 종이를 다 없앴다. 에어프랑스 같은 경우는 식기를 도자기에서 가벼운 멜라민 소재로 바꿨다. 공항 내 운영 자동차도 전기차로 변경했다. 연료를 덜 사용하기 위해 소음과 연료를 줄일 수 있는 신기종으로 항공기를 교체하기도 했다. 바이오 연료로 불리는 지속가능한 항공 연료(Sustainable Aviation Fuel‧SAF)도 2022년부터 도입할 예정이다.”

최근 항공업계에서 가장 관심을 두는 사안은 무엇인가.

“카고(Kargo·화물)다. 코로나로 인해 카고가 ‘재발견’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심이라기보다 ‘깨달음’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저비용항공사(LCC)는 원래 화물사업을 하지 않았다. 비행기를 빨리 대고 다시 승객을 싣고 나가는 게 목표였기 때문이다. 당시 시장조사에서는 분명 LCC가 카고를 병행하지 않고 승객에만 집중하는 것이 이익이라고 결론 났을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승객이 사라졌고 카고는 원래 없었다. 이러니 LCC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카고에 눈을 돌리게 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스터디 하는 항공사도 있지 않을까 싶다.”

코로나19로 항공기 좌석 시스템에도 변화가 생길까.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Premium Economy Class)에 대해 고민하는 항공사들이 늘 것으로 예상된다. 프리미엄 이코노미는 항공경영학 측면에서 좋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모델이라고 평가받았다. 그럼에도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을 도입하지 않는 항공사도 있었다. 이를 운영하지 않는 항공사는 그 나름의 경영적인 결정이 있었을 것이다. 이전에는 10시간 넘는 거리를 LCC로 가는 것도 감수하는 고객이 많았다면, 앞으로 좀 더 쾌적한 비행경험을 원하는 고객이 분명히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항공사도 그 부분에 대해 숙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서비스 측면에서 변화가 감지되는 부분이 있나.

“코로나19 초기 확산 당시에는 처음 겪는 상황이라 모든 것이 조심스러웠다. 기내식도 굉장히 간소화하고 기내에서 승객과의 접점을 줄이려고 노력했다. 지금은 코로나19 이전으로 서비스를 되돌리려 하고 있다. 이제 위드 코로나 시대가 오면 비행 경험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항공업계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선회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항공업이 고부가가치인가 아닌가에 대한 문제는 복잡한 셈법이 존재한다. 항공업은 초기 투자비용이 굉장히 많이 들어가지만 수익을 창출하기는 어려운 산업이다. 30년 전 비행기 티켓 가격은 몇백만원을 호가했으나 항공 운임은 계속 내려갔다. 항공사가 효율을 높이며 버티고 있다는 거다. 지금으로서는 항공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이 되려면 우주산업에 항공기가 도입되거나 지금과는 전혀 다른 항공기가 개발돼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KLM에서는 효율 높고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인 항공기를 만들기 위해 델프트 공과대학교와 함께 ‘플라잉 V’라는 새로운 형태의 항공기를 만들고 있다. 이런 일들을 통해서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항공 산업이 또 나타날 수도 있다고 본다.”

이문정 에어프랑스 KLM 한국지사장. <이원근>

내년 상반기 리오프닝 기대감은 없나.

“분위기는 확실히 전보다 좋아졌다. 문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고 본다. 추석 때 유럽에 나간 후배도 있다. 그러나 ‘내일부터 리오프닝(Re-Opening·경기 재개)이다’라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다. 스톡데일 신드롬은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다 포로가 된 군인들 중 긍정적으로 생각했던 사람들은 희망이 무너지며 버티지 못한 일화를 이른다. 지나친 낙관주의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다. 그때 ‘내년 크리스마스에도 못 나갈지 몰라’라고 생각했던 사람만 살아남았다. 리오프닝을 무리하게 기대하는 것보다 수요가 생기고 안전하게 전 세계를 오갈 수 있는 시기를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가 생각했던 그런 치명적인 질병이 아니고 독감 정도가 된다면 (항공기 운항) 회복 속도가 조금 더 빨라질 것이다.”

향후 여행이 어떻게 변할 것으로 보나.

“이제 대규모 패키지여행은 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것보다는 나와 가까운 사람, 내 가족, 내 친구 등 소규모 그룹으로 진행되는 여행이 앞으로 더 많아질 거라 예상한다. 또 유명 관광지보다 시골이건 교외건 상관없이 본인만의 경험을 쌓는 여행이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외국계 회사 경력이 대부분인데 특별히 좋았던 점은 무엇인가.

“여러 문화의 사람들과 만나 교류할 수 있었던 것이 좋았다. 예를 들어 에어프랑스 KLM만 해도 프랑스‧네덜란드‧스웨덴‧일본 등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다 섞여 있다. 다른 사람들과 회의하고 친해지고 얘기하고 이런 경험이 정말 좋았다. 라스베이거스 관광청에서 근무할 때 보통 출장을 가면 영국·독일 등 세계 각지에서 관련 업무를 하는 직원들이 다 참여했다. 이때 각각의 마켓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며 소통했던 경험들이 굉장히 소중했다. 서로 다른 일 처리 방식들도 익히며 상호간에 배우는 게 많아지는 건 참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마음먹고 외국 친구들을 사귀기는 어렵지 않나. 그 친구들과 아직도 가끔 연락하곤 한다.”

경영철학은 무엇인가.

“삼무사(三無私)다. 공자 예기 편에 나오는 말로 정조대왕님께서도 사랑하신 글귀다. ‘하늘은 사사로이 돕지 않고 땅은 사사로이 싣지 않으며 해와 달은 사사로이 비추지 않는다’라는 뜻이다. 편견과 아집 없이 세상을 바라보겠다는 다짐이다. 나이 들면 고집·편견·선입견이 굉장히 많아진다. 이런 것을 차단하고 싶어 책상 앞에 붙여놓고 매일 읽는다.”

에어프랑스 KLM 한국지사 향후 발전 방향은.

“한국에 취항한 지 에어프랑스가 38년, KLM이 37년이다. 기내식이나 소통, 서비스를 최상으로 유지하겠다는 것은 사실 굉장히 기본적인 거다. 그냥 ‘앞으로도 묵묵히 함께 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코로나19 기간 동안에도 에어프랑스 KLM은 하늘길을 지켰다. 우리가 그동안 그랬던 것처럼 한국 소비자들 곁에서 묵묵히 같이 유럽으로 가는 길을 잇고 싶다.”

시간 날 때 즐기는 일이 있나.

“책 읽기와 손뜨개질이다. 책 읽기는 1년에 120권이 목표인데 올해 벌써 92권을 읽었다. 장르나 신‧구간 가리지 않고 읽는다. 최근에 읽은 책은 ‘아기 판다 푸바오’다. 날씨가 너무 덥고 집중이 안 될 때는 라이트 노벨도 읽는다. ‘총균쇠’ 같은 걸로만 어떻게 120권을 채우겠나. 손뜨개질은 스트레스가 있는 분들에게 강력 추천하고 싶다. 정신적으로 안정을 찾는데 무척 도움이 된다. 이번 추석 때는 이전에 떴던 스웨터를 풀어 목도리와 귀도리, 작은 가방 하나를 만들었다.”

앞으로의 꿈이 궁금하다.

“호기심 잃지 않고 살기다. 항상 궁금해 하는 마음으로 살고 싶다.”

후배 여성 사회인 혹은 동종업계 여성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워킹맘들한테 하고 싶은 얘기다. 죄책감과 아쉬움을 절대로 헛갈려서는 안 된다. 아이는 엄마, 아빠를 보고 성장한다. 우리 엄마가 훌륭한 사회인이고 회사에 가서 열심히 일한다는 걸 어느 순간 아이도 안다. 엄마를 롤 모델로 생각하고 잘 자랄 수 있기 때문에 미안해할 필요 없다. 빛나는 아이의 유년시절을 공유할 수 없다는 것은 아쉬움이다. 죄책감이나 미안함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유리천장에 관해서다. 우리가 제일 먼저 깨야 할 유리천장은 우리 안에 있는 유리천장이라고 생각한다. ‘난 못해, 나는 그럴 능력이 안 돼’라는 생각부터 시작하면 유리천장 근처에도 못 간다. 나도 살면서 실패를 경험했다. 실수도 하고 힘들었던 일도 많았다. 똑같은 사람이니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실행하는 게 중요하다.”

이문정 지사장 프로필

1990년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 학사

2002년 경기대학교 대학원 관광경영학 석사

2011년 경기대학교 대학원 관광경영학 박사

1989년 ~ 2008년 유나이티드 항공사 마케팅 매니저, 비즈니스 애널리스트, 세일즈 매니저 등

2008년 ~ 2010년 라스베이거스 관광청 한국사무소 이사

2011년 ~ 2016년 에어아시아 엑스 한국 지사장

2016년 ~ 에어프랑스 KLM 한국 지사장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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