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삼성바이오에피스 나스닥 상장 발표가 시세조종 행위라고?
[심층분석] 삼성바이오에피스 나스닥 상장 발표가 시세조종 행위라고?
  • 한민철 기자
  • 승인 2021.09.17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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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관련 주가 관리 필요성 있었을 것" 의심
업계 "이사회 결의 후 합병 당사자들에게 호재 되는 사항 발표는 IB의 통상 업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재판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나스닥 상장 계획 발표를 둘러싸고 법정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재판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나스닥 상장 계획 발표를 둘러싸고 법정공방이 이어지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한민철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제일모직-삼성물산 부정 합병 의혹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2015년 7월부터 공식화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나스닥 상장 계획 발표를 두고 법정공방이 치열하다. 하지만 검찰이 공소장에 반영한 관련 범죄사실과 제출된 증거들이 재판 과정에서 불법성을 입증하는 데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2015년 5월 26일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이사회 결의 후, 최종 합병기일 이전까지 삼성이 두 회사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허위사실 유포와 중요정보 은폐, 시세조종 등 자본시장법상 부정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그 예로 2015년 6월 30일 제일모직 기업설명회(IR)를 통해 공식화된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 계획 발표를 지목하고 있다.

당시 에피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로직스)가 지분 90.3%를 보유한 자회사이자, 로직스의 지분 45.65% 보유하고 있던 제일모직의 손자회사였다. 삼성물산도 로직스의 지분 5.75%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에피스에 대한 호재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두 회사의 가치 상승에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2015년 5월 26일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이 발표된 후 7월 17일부터 8월 6일 사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 동안, 두 회사의 주가가 급격히 하락해 합병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이로 인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커진다면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었다. 2014년 11월 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 합병 추진 과정에서 합병 반대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과다 행사로 결국 합병이 무산된 적이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당시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일환으로 추진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의 완벽한 성사를 위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 동안 두 회사의 주가를 관리할 필요성이 있었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에피스의 나스닥 상장안에 대해서는 2014년 중반 삼성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의 지시로 내부에서 검토가 이뤄졌다. 그런데 2015년 초 자체 판단에 따라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실제로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 없음에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성사를 위한 시세조종을 위해 부당하게 활용됐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이 사건 공소장에서는 제일모직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하고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최소화할 목적으로, 당시 삼성이 에피스의 나스닥 상장 추진 등 주가 호재 이슈를 2015년 7~8월경 집중적으로 발표하고, 에피스의 합작사인 미국 바이오젠과 별다른 협의도 없이 나스닥 상장을 추진했다고 적시하고 있다.  

"에피스 나스닥 상장 계획 발표와 상장 연관성 부정한 적 없다"
    
에피스의 나스닥 상장은 2015년 6월 29일 한 일간지의 관련 보도에 이어 다음날 제일모직 IR, 또 다음날인 7월 1일 인천 송도 로직스 사업장에서 증권사 관계자들을 초청해 발표하면서 공식화됐다. 

이전부터 업계와 언론에서는 다른 바이오 회사들이 막대한 투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그랬듯이 로직스나 에피스도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상당했고, 상장을 통해 삼성의 기업 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을 높게 봤다. 때문에 당시 에피스의 나스닥 상장 계획 발표에 관해 뜻밖이라거나 부정적인 반응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에피스의 나스닥 상장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후 법인이 로직스의 최대주주가 된다는 점을 부각시켜 합병 우호 지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시각도 존재했다. 검찰이 지적한 대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성사를 위해 활용할 목적도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삼성도 이런 목소리에 대해 크게 부인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적극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당시 삼성은 언론의 관련 질문에 에피스의 나스닥 상장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성사를 위한 부수적 차원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취지로 대응했다.

검찰은 이 사건 공소장에서 당시 김태한 로직스 사장(현 로직스 이사회 의장)이 에피스 상장 발표에 대한 IR에서 “에피스 상장 추진 발표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는 무관하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 허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태한 전 사장은 7월 1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사장단 회의에 참석하며 기자들에게 “제일모직-삼성물산과 관련돼 있는 만큼 앞으로 사업 전망과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며 당시 다른 삼성 관계자들의 입장과 같이 에피스 상장 발표가 합병과 연계돼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시 말해 삼성은 에피스의 나스닥 상장 계획 발표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영향을 미칠 것을 예상한다는 점에 대해 숨기거나 허위 사실을 말하지 않았고, 현재 이 사건 재판 과정에서도 당시 에피스의 나스닥 상장 발표에 합병도 염두에 뒀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삼성증권 IB 부문 직원이 지난 7월 22일 이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한 내용에 따르면, 당시 삼성증권 IB 부문 직원들은 미전실과 에피스의 나스닥 상장 이슈에 관해 꾸준히 검토하면서 이것이 삼성그룹 전체의 기업 가치와 주가 부양에 도움이 되는 측면에서 공표 방안을 고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6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6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검찰도 인정하고 있듯이 에피스의 나스닥 상장 계획은 삼성 내부에서 2014년 중하순부터 꾸준히 검토됐는데, 이에 대한 공표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시기와 맞물려 합병 성사에 영향을 끼쳤다 할지라도 그 자체만으로 어떤 법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인지 법조계에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당시 삼성 내 주요 현안 중 하나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성사였고, 에피스의 나스닥 상장 이슈가 이에 대해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 발표 시기를 맞춘다고 해서 그것을 시세조종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적법한 방안 고려해 추진했던 에피스 나스닥 상장 계획 발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추진이 본격화되기 약 9개월 전인 2014년 8월 22~23일 삼성증권 IB 부문 직원과 미전실 자금파트 직원 사이에는 에피스의 나스닥 상장 요건이 충족되는지 여부를 검토하는 이메일이 오갔다.

에피스 나스닥 상장은 2015년 7월 1일 공식화되기까지 1년 이상 검토된 사안으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일자를 맞추기 위해 급작스럽게 추진됐다고 볼 수 없었다.

또 2015년 1월 22~23일 삼성증권 IB와 미전실 자금파트 간 주고받은 이메일에는 ‘E사 상장 검토 방안’이라는 검토 문건이 첨부돼 있었고, 여기에는 에피스(E사)의 나스닥 상장에 관한 상세 검토 계획이 담겨 있었다.

에피스 상장 관련 검토는 그 이후에도 삼성증권과 미전실 사이에 수차례 소통이 이어졌는데, 이 ‘E사 상장 검토 방안’ 문건과 이메일 대화 등 현재까지 이 재판 과정에서 공개된 관련 증거에서는 검찰 공소사실대로 시세조종을 위한 목적이었다고 볼 수 있는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당시 삼성 미전실에서 에피스 상장 발표를 적법하게 추진하자는 논의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는 증거가 나오고 있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이사회가 열리고 닷새 뒤인 2015년 6월 1일, 미전실 자금파트 이 아무개 상무는 삼성증권 신 아무개 본부장에게 이메일을 통해 에피스의 상장 시기와 방식, 상장 계획 발표로 인한 제일모직-삼성물산 주가에 미치는 영향 등을 알아봐 줄 것을 요청했는데, 여기에 ‘공정공시 이슈 고려’라는 점을 강조했다.

신 본부장은 이메일 내용을 삼성증권 IB 부문 직원들에 공유해 관련 검토가 이뤄졌고, 같은 날 이에 대한 답변으로 ‘바이오자회사 상장계획 공표방안’이라는 제목의 문건이 미전실로 전달됐다.

지난 6월 24일 이 사건 재판에 출석한 당시 삼성증권 IB 부문 한 아무개 팀장은 “당시 (에피스의) 상장 이야기는 외부에서도 있었고, 그 전에도 검토하고 있었기 때문에 상장 계획을 발표하는 게 가능하다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 맞춰 어느 시점에 하는 게 좋을지 어느 부분에 효과가 있을지 이해하고 검토했다”고 증언했다.

만약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이사회 결의 전에 에피스 나스닥 상장 계획을 발표했다면 두 회사의 합병비율에 영향을 끼쳐 검찰 주장대로 시세조종 논란이 생길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이사회 결의가 완료돼 합병비율이 확정된 상황에서 에피스 관련 이슈는 여기에 영향을 끼칠 수 없었고, 다만 합병 완료까지 안정적인 주가 유지를 위한 호재 차원에서 발표가 검토됐다는 게 삼성 측 입장이다.

또 미전실 이 상무가 이메일에서 언급한 ‘공정공시 이슈 고려’는 에피스 상장 발표에 대한 적법한 절차를 강조했다는 설명이다.

공정공시란 주로 주식회사의 주요 사항 공시에 대한 주체와 일정을 주주들에게 차별이 없도록 한다는 것으로, 당시 미전실 내부에서도 에피스 나스닥 상장 계획을 제일모직-삼성물산 상장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닌 공정공시 위반이 되지 않도록 적절한 시기에 발표하도록 고민한 증거로 볼 수 있었다.

실제로 같은 날 삼성증권 IB 부문에서 미전실에 보고한 ‘바이오자회사 상장계획 공표방안’ 문건에는 에피스 나스닥 상장 계획 공표 시기를 제일모직-삼성물산의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가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주가를 부양의 요소로 언급하고 있지만, 공정공시에 따른 적법하고 법률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는 방향의 검토를 강조하고 있다.

“SK-SK C&C 합병 과정서 발표한 SK바이오팜 상장 계획도 문제가 되나”

당시 삼성 미전실에서 에피스 나스닥 상장 계획 발표를 앞두고 참고한 사례는 SK그룹의 SK바이오팜 상장 계획 발표였다.

2015년 4월 20일 SK㈜와 SK C&C는 각각 이사회를 열어 1 대 0.74의 비율로 합병을 결의했다. 당시 SK는 같은 해 6월 26일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8월 1일까지 합병을 마무리하는 계획을 세웠는데, 6월 1일 SK와 SK C&C는 애널리스트 간담회를 통해 2018년까지 바이오 자회사인 SK바이오팜의 상장을 고려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예컨대 SK바이오팜이 상장한 시기는 당시 언급한 시점보다 2년여가 지난 2020년 7월로, 2015년 6월 1일 SK바이오팜에 대한 상장 계획 발표는 합병 마무리까지 안정적인 주가 유지를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는 게 증권업계 시각이다.

상장사 간 합병 추진 과정에서 이사회 결의 후 합병 당사자들에게 호재가 될 수 있는 사항을 발표해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가격 이상이 되게 하는 것은 증권 IB들의 통상적인 업무 활동으로 이를 시세조정이라거나 허위사실 유포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2015년 6월 1일 SK바이오팜 상장 계획 발표가 언론에 보도되자 SK와 SK C&C의 당일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각각 13.4%, 13.8%로 상승했다. 반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경우 에피스 나스닥 상장 계획을 발표한 7월 1일 주가는 각각 전 거래일보다 1.97%, 0.6% 상승에 그쳤다. 이를 시세조종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 논리라는 게 IB 업계의 시각이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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