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아이콘’ 김범수, 그는 왜 ‘골목상권 침탈자’로 몰렸나
‘혁신의 아이콘’ 김범수, 그는 왜 ‘골목상권 침탈자’로 몰렸나
  • 김동수 기자
  • 승인 2021.09.15 18: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통해 혁신의 아이콘 된 김범수와 카카오
카카오T 요금 인상 시작으로 문어발식 사업 확장 일파만파 번져
카카오, 골목상권 침해 논란 사업 철수 등 상생방안 발표
카카오가 계열사 확장을 통해 다양한 사업 영역에 진출하자 김범수 의장이 골목상권 침탈자로 낙인이 찍혔다.
IT업계에서 혁신의 상징으로 통했던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계열사를 확장하면서 골목상권 영역으로 사업을 넓히자 ‘골목상권 침탈자’란 오명을 쓰고 있다.<카카오>

[인사이트코리아=김동수 기자] 국내 IT업계에서 혁신의 상징으로 통했던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막다른 길에 몰렸다. 정부는 물론 정치권까지 나서 카카오의 계열사 확장과 시장 독점력을 거론하며 ‘골목상권 침탈자’로 지목하고 있다.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카카오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케이큐브홀딩스까지 정조준하면서 카카오를 향한 규제의 수위가 거세지는 모양새다.

계열사 158개 보유…5년간 2배 이상 급증

카카오는 국내 대표 혁신 기업으로 성장 가도를 달렸다. 2010년 애플의 아이폰을 보고 향후 모바일 대전환기를 예상한 김범수 의장은 메신저 서비스 ‘카카오톡’으로 IT업계에 승부수를 던졌다. 김 의장이 쏜 ‘신의 한 수’는 시장에 적중했다. 카카오톡은 2018년 국내 점유율 94.4%를 차지하며 사실상 모든 국민이 사용하고 있는 ‘국민 메신저’ 왕좌에 올라섰다.

카카오톡 흥행을 앞세운 카카오는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 영역 확장에 나섰다. 2014년 다음커뮤니케이션을 합병해 포털 사업 진출의 포문을 열었고 같은 해 카카오택시 서비스 출시와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 ‘김기사’를 인수해 본격적인 모빌리티 시장 진출 신호탄을 쐈다.

카카오의 확장은 멈출 줄 몰랐다. 이듬해 베타 서비스를 거쳐 헤어숍 예약 서비스에 진출했으며 2017년 카카오게임즈가 국내 스크린 골프 2위 업체 ‘마음골프’를 인수해 관련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어 2019년 카카오키즈가 영어교육업체 ‘야나두’를 인수하며 사업 저변을 확대했다. 올해에는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 등을 인수하해 쇼핑업계까지 영향력을 늘리며 전방위적인 사업 확장에 여념이 없는 모습을 보였다.

카카오가 다양한 사업 분야로 사세를 확장하자 계열사 수도 2배 이상 증가했다. 카카오는 2016년 말 기준 70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었는데, 5년 후인 2021년 6월 국내 118개, 해외법인 포함 158개 계열사를 보유해 명실상부한 대기업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이는 국내 재계를 대표하는 SK그룹 다음으로 많은 수준으로 그간 카카오고 얼마나 몸집 불리기에 집중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카카오의 공격적인 성장세는 김 의장을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게 했다. 이는 김 의장의 성장 배경과도 연관이 있는데, 그는 대표적인 자수성가 기업인으로 다음커뮤니케이션 인수 후 5년 만에 카카오를 대기업 반열에 올려놨다. 지난 7월 말 블룸버그가 김 의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제치고 한국 최고 부자에 등극했다고 보도하면서 그의 사업적 능력에 세간이 집중했다.

자수성가 대표 기업인 ‘골목상권 침탈자’ 되다

눈여겨볼 부분은 두 달 후 김 의장에 대한 평가가 180도 변했다는 점이다. 김 의장을 설명할 때 빼놓지 않고 등장한 ‘혁신’ ‘자수성가’ 키워드는 이제 ‘골목상권 침탈자’로 바뀌었다. 카카오가 다양한 산업 분야에 진출해 사세를 확장한 게 오히려 영세중소상인이 활동하는 사업 영역까지 발을 들여 김 의장과 카카오에게 독이 되어 돌아온 셈이다.

카카오를 이끄는 김 의장이 골목상권 침탈자로 낙인찍히게 된 건 국내 대표 모빌리티 서비스 ‘카카오T’ 요금 인상에서 비롯됐다. 국내 택시 호출 시장의 80%를 차지한 카카오T가 요금 인상을 단행하려 하자 업계와 여론이 즉각 반발한 것이다. 지난달 카카오T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는 자사의 ‘빠른 택시 배차 서비스’ 스마트호출 이용료를 기존 1000원(야간 2000원) 정액제에서 탄력요금제(0~5000원)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이러한 요금 인상이 택시업계와 이용자의 공감을 사지 못한 채 극심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이다. 결국 카카오모빌리티가 최대 이용료를 2000원으로 재조정하기로 하면서 상황은 일단락 됐지만 정부를 비롯한 정치권, 관련 업계는 카카오의 사업 확장을 ‘문어발식’으로 명명하며 골목상권 침해 문제를 적극 제기하고 나섰다. 업계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수익성을 끌어올리려 무리수를 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카카오의 사업이 중소상인이 영위하는 골목상권과 겹치는 영역은 이뿐만이 아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대표적인 소상공인 영역인 꽃 배달, 퀵서비스, 대리운전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또 카카오는 영어교육, 스크린 골프, 의류 플랫폼, 미용실 등 인수합병을 활용해 관련 시장에 진출하면서 골목상권을 침해하고 독점력을 발휘한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대표적으로 미용실 예약 플랫폼인 카카오헤어샵은 고객이 첫 방문 시 미용실 매장에 25%의 수수료를 부과해 대기업의 횡포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에는 카카오페이의 높은 결제 수수료가 영세소상공인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카카오페이가 연매출 3억원 이하인 영세소상공인에게 적용하는 결제 수수료는 2%로 신용카드(0.8%)보다 1.2%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이번 카카오의 문어발식 계열사 확장과 골목상권 침해 논란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영 중인 카카오T 요금 인상으로 발발됐다.
카카오의 문어발식 계열사 확장과 골목상권 침해 논란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영 중인 카카오T 요금 인상으로 시작됐다.<뉴시스>

카카오 죽이기인가, 골목상권 침탈 응징인가

최근에는 문어발식 계열사 확장과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카카오의 지배구조 문제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 택시 호출을 몰아준 혐의로 조사 중인 데 이어, 김 의장이 카카오의 지주회사로 거론되는 케이큐브홀딩스 관련 자료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다며 현장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카카오가 최근 5년간 제출한 ‘지정자료’에서 케이큐브홀딩스 관련 자료가 누락 또는 허위 보고한 정황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정자료란 공정위가 매년 ‘공시 대상 기업집단’을 지정하기 위해 기업집단 동일인(총수)에게 받는 계열회사·친족·주주 현황 자료다.

이런 가운데 카카오는 지난 14일 그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골목상권 침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면에 나섰다. 각계각층에서 전방위 압박을 가해오자 관련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하며 사실상 ‘백기 투항’을 결정한 것이다.

먼저 골목상권 침범 논란의 시작점이었던 카카오모빌리티는 스마트 호출 서비스를 전면 폐지한다. 택시 기사를 대상으로 프로멤버십 요금을 월 9만9000원에서 월 3만9000원으로 인하하고 대리기사를 대상으로는 기존 20%의 고정 수수료 대신 수요공급에 따라 0~20%의 범위로 할인 적용되는 변동수수료제를 전국적으로 확대한다. 또 영세소상공인들의 우려를 낳았던 기업 이용자 대상 꽃, 간식, 샐러드 배달 중개 서비스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김 의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케이큐브홀딩스는 앞으로 미래 교육과 인재 양성 등 사회적 가치 창출에 집중하는 회사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더불어 콘텐츠와 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비즈니스를 적극적으로 강화하겠다고 언급했다. 카카오는 경쟁 플랫폼 기업 네이버에 비해 국내 사업 집중도가 높다.

김 의장은 이러한 상생방안을 발표하면서 “최근의 지적은 사회가 울리는 강력한 경종”이라며 “카카오와 모든 계열 회사들은 지난 10년간 추구해왔던 성장 방식을 과감하게 버리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성장을 위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 “기술과 사람이 만드는 더 나은 세상이라는 본질에 맞게 카카오와 파트너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모델을 반드시 구축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카카오가 상생방안을 내놓으며 계열사 확장과 골목상권 침해 논란은 일차적으로 마무리된 모양새다. 다만 플랫폼 기업을 대표하는 카카오의 규제가 도리어 관련 산업 성장을 저해한다는 의견과 골목상권 영역으로 무분별한 확장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입장이 업계에서 동시에 나오는 만큼,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