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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19 18:02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정치 초년병-홍보 초심자의 공통분모
정치 초년병-홍보 초심자의 공통분모
  • 문기환 전문위원 겸 새턴PR컨설팅 대표
  • 승인 2021.09.01 14: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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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르르한 말보다 진정성·콘텐츠가 중요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인사이트코리아=문기환 전문위원 겸 새턴PR컨설팅 대표] 요즘 뉴스를 보면 온통 두 가지 얘기다. 하나는 지겹도록 반복되는 ‘코로나 바이러스’이고 다른 하나는 역시 지겨운 ‘정치 배틀’이다. 특히 정치는 예전에는 여·야간 투쟁이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은 같은 편끼리 마치 원수처럼 지지고 볶고 싸운다. 내년 3월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간 최종 후보를 뽑기 전 치열한 당내 경선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보다 흥미로운 곳은 정권교체를 바라는 이른바 야측이다. 지금까지 각종 여론조사 야권후보 지지율 부동의 1위를 보이고 있는 후보를 타깃으로 질책과 비난이 끊이질 않는다. 그 후보의 일거수일투족이 수많은 언론 기자들의 취재 대상이 되고 있고 그러다 보니 몸 실수 말 실수가 연일 논란이 된다. 특히 아무래도 정치 경험이 없는 후보이다 보니 언어 구사에서 적절치 못한 경우가 많이 발견되고 있다. 이 또한 한 치의 배려와 이해가 허용되지 않는 곳이 정치판이다.

보도 될지 안 될지, 처음 5분에 달렸다

그래서 다른 경쟁 후보들은 토론회 날짜만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전 국민에게 TV 생중계가 되는 공개적인 상황을 벼르고 있는 것이다. 여러모로 준비가 부족한 정치 초년병들이 정치판에서 혹독한 고난을 받고 있는 것처럼 홍보 초심자들도 언론이라는 현실 무대에 적응을 빠르게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사전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홍보(PR)에 대한 정의는 여러 가지이다. 혹자는 “피(P)할 것은 피하고 알(R)릴 것만 알린다” 혹은 “피가 나도록 열심히 알린다”라고 일면 우스갯소리 같지만 의미심장한 말로 대신한다. 국어사전에는 “일반에게 널리 알림. 또 그 보도나 소식”이라 정의돼 있다. 모두 맞는 말이다.

기업의 좋은 소식을 대중에게 보다 많이 알리기 위해, 혹은 위기 상황에 놓인 기업의 어려운 입장을 언론을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홍보맨들은 기자들과 24시간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즉, 글이나 말로 언론의 창구인 기자들을 ‘설득’해서 그들로 하여금 기업에서 원하는 내용을 언론매체를 통해 보도케 만드는 것이다. 이 때 중요한 것은 미사여구로 가득 찬 긴 글이나 몇 시간 동안 열변을 토하는 말이 아니다. 홍보맨들이 전달하는 문장과 주고받는 대화 속에 기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설득력’이 없다면 보도는 절대 불가능하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모 가전업체의 광고 문안도 있지만, 홍보맨에게는 처음 5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슨 얘기냐 하면, 기자들에게 홍보맨들이 보도용 자료를 건네며 설명할 때, 보도가 될지 안 될지는 5분 내에 결정이 된다는 말이다. 그 이후에는 아무리 오랫동안 장황하게 설명을 한다 해도 처음 결정을 번복하는 기자들이 매우 드물다는 말이다. 보도가 힘든 사안을 갖고 와서 무작정 떼를 쓰는 것처럼 보여 오히려 기자들을 짜증나게 만드는 역효과를 내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과연 기자들을 설득했는지 여부를 어떻게 파악하나? 이는 경험 많은 숙련 홍보맨들의 노하우에 속한다. 바로 기자들의 눈빛과 목소리에 해답이 들어 있다. 만나서 반갑게 인사하고 신변잡기에 대해 몇 마디 나눈 후에 홍보맨이 건네는 보도자료를 보는 기자의 눈 빛을 보면 알 수 있다. 5분 이내에 눈빛이 반짝하지 않으면 설득 실패로 보면 거의 틀림없다. 전화로 설명할 때에도 목소리가 활기를 띠며 추가 질문을 한다든지 즉각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보도의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하면 된다. 이 때 프로 홍보맨들은 즉시 대화의 방향을 돌림으로써 서로의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만들지만, 홍보초심자들은 상대방의 심중을 헤아리지 못하고 메아리 없는 공허한 대화만을 안타깝게 계속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1993년 여름, 대전엑스포 때의 일이다. 당시 종합상사 (주)대우의 홍보과장이던 필자는 3개월 동안 대전에 있는 대우그룹 전시관의 홍보팀장을 겸임하고 있었다. 서울 본사와 대전을 오가며 홍보 일을 보고 있는데, 대전에 상주하고 있는 조직에서 홍보인력의 보충을 요청해 왔다.

이미 대리 한 명이 초기부터 상주해 있고, 필자도 수시로 가 보는데도 그룹들 사이에 치열하게 벌어지는 홍보전쟁 때문에 인력 충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현지의 간절한 요구였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다름 아닌 신입사원의 현장 실습 교육이었다. 당시 본사 홍보팀에는 마침 명문대 국문과 출신의 신입사원이 배치돼 있었다. 장교 출신에다 대학 재학 중 시인으로 등단한 이력을 소유한 A씨였다.

미사여구 가득찬 말의 향연 그쳐선 안돼

그러나 당시 필자의 홍보팀에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원칙이 하나 있었다. 즉, 신입사원은 반드시 최소 6개월이 지난 후가 되어야만 언론기자들과 접촉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칫 실수로 잘못 대답한 회사의 경영실적 숫자 하나, 잘못 보낸 자료 한 장 등 다른 일반 부서라면 애교로 봐줄 수 있는 신입사원의 실수도 결코 용납될 수 없는 곳이 바로 홍보팀이기 때문이다.

언론에서는 홍보팀으로 부터 나오는 문서나 코멘트는 누가 제공했는지 직위 여하에 상관없이 모두 회사의 공식 자료나 입장으로 간주한다. 항상 마감시간에 쫓기는 신문과 방송에 ‘아까 그 자료는 신입사원의 실수’라고 얘기해 봤자,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필자는 일단 A사원과 면담을 했다. ‘원래는 본사에서 철저한 홍보 오리엔테이션을 받아야 하는데 사정이 이러하니 편법이지만, 3개월간 대전엑스포 홍보팀에 파견되어 현장 교육과 실습을 받는 것이 어떤가’하고 의견을 물었다. 혈기왕성한 20대 신입사원의 대답은 예상대로였다. 그래도 안심이 안 된 필자는 대전 홍보팀 B대리에게 전화를 걸어 ‘A사원의 현장 교육을 잘 시키고 당분간 기자들 상대는 가급적 맡기지 말 것’을 신신당부 했다.

이후 대전에서 올라오는 B대리의 보고는 ‘A사원이 교육을 열심히 받고 있고, 실제 현장업무에서도 많은 보탬이 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흐뭇한 소식이어서 필자를 안심시켰다. 그러던 어느 주말, 필자가 정기적으로 대전에 내려가는 날이었다. 그룹전시관에 도착하자마자 지하층에 있는 홍보팀으로 갔다. 그런데 사무실이 텅 비어 있었다. 무선호출기를 급히 쳐보니 B대리는 모 방송국팀의 전시관 내부 취재를 돕고 있었다. 그러면서 ‘A사원이 사무실에 없습니까?’하고 반문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필자는 혹시나 하고 옆방의 기자실을 가 보았다. 그랬더니 A사원과 모 일간신문의 기자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니 대화가 아니라 A사원 혼자 열심히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었다. 흥미가 발동해 계속하라고 사인을 보낸 필자도 자리를 잡고 A사원의 설명을 함께 들었다.

한 20여분 동안 대우그룹관에 대해 이것저것 열변을 토하더니 A사원은 자못 당당한 표정으로 “이제 내부 전시관을 들러 보시죠” 하며 기자를 이끄는 것이 아닌가. 그때 필자가 “잠깐만!”하며 일어서는 두 사람을 다시 자리에 앉혔다. 그리고 평소 친분이 있었던 기자에게 “혹시 방금 들으신 내용으로 기사거리가 충분히 되겠습니까?”라고 직접적으로 물어 보았다. 기자는 미소를 지으며 “솔직히 무슨 설명인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기사로 쓸 생각은 없고 일단 왔으니 내부 구경이나 하고 가지요. 그런데 신입사원이 참 열심입니다~”

결국 홍보 초심자인 신입사원 말이 장황하긴 했으나 소위 기사거리가 될 만한 알맹이, 요즘 말로는 콘텐츠가 없었다는 뜻이었다. 마찬가지로 정치 초심자의 경우도 올바른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는 미사여구로 포장된 말의 향연으로만 그치지 말고 국민과 국가를 위한 진정한 의미가 담긴 콘텐츠를 자주 그리고 많이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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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ㅎ 2021-09-10 21:37:34
홍보와 정치는 유사한 점이 있네요.. 그 속에 진정한 알맹이가 있어야 한다..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