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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3-29 15:27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서양철학 ‘덕후’ 이승건 토스 대표, 인문학 경영으로 미래를 열다
서양철학 ‘덕후’ 이승건 토스 대표, 인문학 경영으로 미래를 열다
  • 박지훈 기자
  • 승인 2021.08.19 1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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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도 꿈꾼 치과의사 출신...비롤리 ‘공화주의’, 러스킨 ‘인도주의 경제’ 사상 영향
위클리 회의, 신규직원 전직장 연봉 150% 제안은 이 대표 철학 반영
이승건 토스 대표.<비바리퍼블리카>

[인사이트코리아=박지훈 기자] 치과의사 출신으로 잘 알려진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대표가 서양철학을 가미한 ‘인문학 경영’을 토대로 회사의 빠른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주목 받고 있다.

핀테크 업계에 따르면 이승건 토스 대표는 2001년 서울대학교 치의학과에 입학했지만 본래 철학과에 들어가길 바랐다. 주변의 기대로 치과의사의 길로 들어섰지만 서양철학을 배우고 싶어 했다는 게 주변 사람들 이야기다.

이 대표는 치과의사가 된 이후에도 서양철학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전라남도 신안군 암태도에서 공중보건의로 근무할 당시 읽었던 책, 프리스턴 대학 모리치오 비롤리(Maurizio Viroli) 교수의 저서 <공화주의>는 이 대표의 사고에 큰 영향을 미쳤고 훗날 토스의 법인명 ‘비바리퍼블리카(Viva Republica·공화국 만세)’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비롤리가 말하는 공화주의적 자유는 ‘지배의 부재(不在)’이며 ‘간섭의 부재’인 자유주의적 자유와 다르다. 그가 생각하기에 자유주의적 자유는 ‘간섭이 부재한 지배’로 해석된다. 예컨대 미국은 정부의 간섭이 최소화돼 자유지상주의 국가에 가장 근접하나 돈이 없는 사람은 자유를 누리기는커녕 고용주나 부채 등에 예속되기 쉽다. 지배가 없는 자유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공화주의적 자유가 필요하다는 게 비롤리의 철학이다.

따라서 공화주의적 자유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공동체 구성원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만들어가는 법과 규칙이 필요하다. 구성원은 스스로 입법자가 되는 동시에 준법의무를 지게 돼 책임감 있는 시민이 된다. 이것이 이 대표의 머리와 마음을 사로잡은 공화주의 원리다.

토스의 기업문화에도 이 같은 공화주의 문화가 자리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매주 한 번 모든 직원이 참석하는 ‘전사 위클리 회의’다. 이승건 대표를 비롯한 팀의 리더가 직원들 앞으로 나와 향후 과업과 추진 이유를 설명한다. 설명이 미흡할 경우 직원들은 비토(Veto·거부권)를 행사할 수 있다. 토스는 직원 수가 1200명을 넘어섰고,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음에도 온라인으로 이 회의를 매주 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공화주의는 개인의 자유보다 공공선(common good)을 우선하는 편이어서 좌파, 우파로부터 전체주의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래서 공화주의자들은 토론을 중시한다. 이 대표도 마찬가지다. 토스는 임직원 수가 크게 늘자 ‘메이크 컨플릭트(Make conflict·갈등을 만들다)’ 캠페인을 전개했다.

이 캠페인은 “사람이 늘었는데 기업문화가 예전과 같은 것도 정상은 아니므로 토론을 통해 발전시켜야 한다”는 이 대표의 생각에서 출발했다. 구성원이 갑자기 증가하면서 발생하는 문화충돌을 모른 채 하지 않고 양지로 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19세기 문화평론가 존 러스킨(왼쪽)과 모리치오 비롤리의 사상은 이승건 토스 대표에게 영향을 끼쳤다.<웰컴 컬렉션·프리스턴 대학>

러스킨의 인도주의 경제관, 토스뱅크 사업에 영향 

이 대표의 서양철학에 대한 열정은 정치사상에만 국한되지 않고 경제사상에도 뻗쳐 있다. 인도주의적 경제학을 주창한 19세기 영국인 문화평론가 존 러스킨(John Ruskin)이 쓴 <나중에 온 이 사람에도>는 이 대표의 경제관에 영향을 끼쳤으며 현재 토스 복지와 신사업 영역에 반영돼 있다.

이 대표는 2018년 실적 호조를 이끈 임직원 전원의 연봉을 50% 인상했다. 당시 나중에 오는 인재에게도 같은 혜택을 주겠다고 공언했다. 덕분에 토스의 신규 채용 직원은 전 직장에서 받았던 연봉보다 최대 50% 더 많은 연봉을 제안 받고 입사한다. 호혜적 노사관계,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와 정반대인 ‘협동하는 인간’ 상(象)을 추구하는 러스킨의 경제철학을 실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대표의 인도주의적 경제관은 9월 말 출범하는 토스뱅크의 정체성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그는 2019년 3월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처음 신청했을 당시부터 중·저신용자, 씬파일러(금융이력부족자) 등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챌린저뱅크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토스는 첫 인가 신청이 좌절된 이후 두 번째 도전에서 은행업 인가를 따냈다. 토스뱅크는 슬로건을 포용·혁신으로 내걸고 출범 직후부터 전체 신용대출 규모의 30% 이상을 금융소외계층에 제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2015년 핀테크 사업을 시작한 스타트업 토스는 6년 만에 기업가치 74억 달러(8조7000억원)의 빅테크로 성장했다. 기업가치 100억 달러의 비상장 스타트업을 일컫는 데카콘(Decacorn) 입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효율성을 원칙으로 삼는 경영학이 아니라 조화로움을 강조한 인문학으로 달성한 성과라는 게 주변의 평가다. 이승건 대표의 인문학 경영이 토스를 얼마나 더 키워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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