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세번째 상장 추진, '후계자' 정기선 승계 동력되나
현대오일뱅크 세번째 상장 추진, '후계자' 정기선 승계 동력되나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1.08.12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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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지주가 지분 74.13% 보유...승계 자금 마련 포석 분석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현대중공업그룹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현대중공업그룹>

[인사이트코리아=서창완 기자] 현대오일뱅크가 기업공개(IPO)에 나선다. 이달 말까지 상장 주관사 선정을 완료할 예정이다. 현대오일뱅크는 2012년과 2018년 두 차례 IPO를 추진하다 철회한 적이 있다. 이번이 세 번째 시도다. 일각에서는 지난 2번의 IPO보다 상황이 좋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성공 여부는 물론 IPO 명분에도 의문부호가 따른다.

현대오일뱅크의 IPO '삼수'는 현대중공업그룹 승계 구도와 맞닿아 있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이 진두지휘하는 ‘수소 신사업’의 한 축을 맡고 있어서다. 신사업 성공은 정 부사장 승계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정 부사장은 신사업 성공을 발판 삼아 승계 정당성과 그룹 내 입지를 다질 수 있다.

‘탈정유’ 수소 사업 강화…정기선 ‘신사업’ 강화 힘 싣기?

현대오일뱅크는 지난달 14일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지난 3일이 제출 마감 시한으로 적격후보 선정과 상장주관사 선정을 위한 프리젠테이션(PT) 일정이 이어진다.

현대오일뱅크의 IPO 추진 명분은 신사업을 위한 자금 확보다. ‘탈정유’를 위해 수소 등 친환경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의미다. 현대오일뱅크는 원유 정제 부산물과 천연가스 등을 원료로 연간 10만 톤의 수소를 생산해 운송 및 발전 연료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그 과정에서 생성되는 탄소는 건축자재, 드라이아이스, 비료 등으로 자원화하는 지속 가능한 블루수소 생태계 구축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오일뱅크의 블루수소 생태계 구축은 현대중공업그룹이 지난 3월 발표한 육상과 해상을 아우르는 ‘수소 드림(Dream)’의 한 축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30년까지 운송·저장·활용에 이르는 수소밸류체인 구축을 완성하겠다고 공언했다. 해상발전, 수소 생산 인프라, 해상운송, 저장, 활용까지 5단계다.

현대중공업그룹 수소 밸류 체인.현대중공업그룹
현대중공업그룹 수소 밸류 체인.<현대중공업그룹>

신사업 육성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으로 '후계자'인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승계 정당성을 확보하고 그룹 내 입지를 다지는 기회라는 평가다. 이미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인 현대중공업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하면서 IPO에 착수했다. 총 공모 주식 수는 1800만주로 전량 신주 발행이다. 정 부사장은 현대중공업 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 부사장,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을 겸하고 있다.

정 부사장의 신사업 성공은 승계 작업의 밑거름이다. 정 부사장은 현대중공업지주 지분 5.26%를 보유하고 있는데, 지주사 외 다른 계열사 지분은 거의 없다. 정몽준 이사장은 현대중공업지주 지분 26.6%를 보유하고 있다. 승계를 위해서는 정몽준 이사장의 지분이 상속·증여돼야 하는데, 큰 규모의 세금이 불가피하다. 재원 마련에 고심이 예상된다.

재계에서는 정 부사장이 우선 신사업 성과를 보여주면서 실탄을 확보해야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수소 사업의 한 축인 현대오일뱅크 IPO 역시 그런 점에서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아람코에서 2년 전 투자 받았는데…IPO 순탄할까

현대오일뱅크는 현대중공업지주가 지분 74.13%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고,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17%를 보유하고 있다. 아람코 지분은 지난 2018년 추진한 IPO와 관련이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처리 방식에 대한 논란으로 금융당국의 회계감리가 강화되면서 IPO 일정을 예정대로 추진할 수 없게 됐다. IPO 과정이 지지부진해지자 2018년 11월 아람코에 투자 제안을 했고, 2019년 1월 일정 지분을 매각하는 프리 IPO 방식을 선택했다.

아람코가 프리 IPO를 추진할 당시 현대오일뱅크의 기업 가치는 8조1000억원 정도로 평가됐다. 현대오일뱅크는 주당 3만3000원에 17% 지분을 아람코에 매각해 1조3749억원을 거머쥐었다.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IPO를 급하게 추진할 이유가 없어진 현대오일뱅크는 상장 작업을 중단했다. 문제는 대규모 자금을 아람코로부터 조달한 현대오일뱅크의 상장을 바라보는 아람코의 시각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2대 주주로 들어온 아람코 입장에서는 주식을 팔고 나올 것도 아니라서 IPO로 이득을 볼 수 있는 게 없다”며 “오히려 현대오일뱅크의 정보 제공으로 자사 영업기밀이 노출될 수 있다는 불안감만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IPO 매력도가 기대보다 높지 않을 거라는 시각도 있다. 현대오일뱅크 IPO가 본격화할 시점인 내년도 중반의 대외 환경이 녹록치 않을 거라는 지적이다. 글로벌 탄소중립 기조가 가속화하는 상황도 부담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시간이 지날수록 사양산업이 되고 있는 정유사업 IPO에 내년 하반기쯤 얼마나 많은 사람이 투자하려고 할지 모르겠다”고 진단했다.

현대오일뱅크의 세 번째 도전은 다를 거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우선 코로나19 이후 시중에 유동자금이 많아졌다. 공모시장 활성화로 상장하기 좋은 환경이다. 유가 상승에 따른 정유 업황 개선 흐름과 HPC 상업가동 등 실적 개선 요인도 있다. 수소 신사업 투자를 명분으로 내세운 IPO인만큼 탄소중립 부담감 역시 상쇄될 수 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8월 말까지 주관사 선정을 완료하고, 이후부터 IPO 일정을 본격 진행할 계획이라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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