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 회장’이 이사회 의장 맡도록 한 정관 수정 검토
[인사이트코리아=서창완 기자] 금호석유화학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표방하면서 이사회 의장 선임 관련 정관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사외이사 중심 위원회 구성으로 의사결정 독립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선포한 바 있다. 박찬구 회장이 대표이사와 등기이사직을 사임하면서 공석이 된 이사회 의장직은 백종훈 대표이사 부사장이 우선 맡는다.
정관 변경 여부에 따라 앞으로 금호석유화학 이사회 의장직을 대표이사가 아닌 사외이사가 맡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금호석유화학은 그동안 대표이사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정관에 명시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은 전날 이사회를 열어 백종훈 대표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백 대표는 지난 15일 박찬구 회장이 대표이사와 등기이사직을 사임하면서 전문경영인(CEO) 중심 경영을 선포함에 따라 단일 대표가 됐다.
백 대표의 이사회 의장 선임은 금호석유화학 정관에 따라 결정됐다. 금호석유화학 정관 31조 2항에는 ‘이사회 의장은 대표이사 회장이 되며, 이사회 의장 유고 시에는 이사회에서 정한 순으로 한다’고 돼 있다.
백 대표는 박 회장의 대표이사 사임이라는 특별한 사정이 생겨 불가피하게 이사회 의장직을 맡게 된 셈이다. 백 대표는 금호피앤비화학 상무와 금호석유화학 영업본부장 전무를 거친 금호석유화학맨으로 재직 기간이 32년을 넘는다.
대표이사 회장직 폐지될 가능성 커
이사회 의장 선임 관련 정관 변경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안건이 나왔는데 부결된 바 있다. 해당 안건은 대표이사 회장이 맡게 돼 있는 이사회 의장을 대표이사가 아닌 이사 중에 이사회 결의를 통해 선임하자는 내용이었다. 당시 부결된 안건이지만, 박 회장이 대표이사직을 사임하면서 정관을 바꿀 필요성이 커졌다. 박 회장이 떠난 금호석유화학에 대표이사 회장직이 유지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안팎의 관측이다.
금호석유화학의 행보를 보면 이사회 의장 선임 정관이 지난 3월 주총 안건과 비슷한 방향으로 수정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전날 이사회에서 ESG위원회·내부거래위원회·보상위원회 출범을 공식화하고 본격적 활동을 시작한 바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각 위원회 위원장은 모두 사외이사가 담당함으로써 위원회 운영과 의사 결정의 독립성을 높였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 사임부터 시작해 위원회 독립성을 강화하는 행보를 보면 정관 변경에도 이런 흐름이 반영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는 한국거래소가 기업지배구조와 관련된 사항으로 지정한 15가지 핵심지표에 포함된 항목이다. 지난해 기준 기업지배구조보고서 공시 기업 175개사 중 30.3%가 여기에 해당한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유고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 이사회 의장으로 백 대표이사를 선임했다”며 “현재 이사회 의장 선임 정관에 대해서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이에 대해 (변경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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