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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3-28 19:16 (목) 기사제보 구독신청
[삼성 ‘프로젝트G’ 해부 ②] 에버랜드 상장과 ‘이재용 승계’ 무리하게 엮었다?
[삼성 ‘프로젝트G’ 해부 ②] 에버랜드 상장과 ‘이재용 승계’ 무리하게 엮었다?
  • 한민철 기자
  • 승인 2021.06.22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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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이재용 부회장 경영권 승계 작업으로 추진”
삼성 “기업 가치 높이고 경영권 안정 위해 상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이른바 ‘불법 합병’ 재판에서 한 문건의 실체를 둘러싸고 법정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다. 검찰은 2012년 당시 고(故)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등의 지시로 삼성미래전략실과 계열사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총 동원됐고, 이에 대한 체계적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2012년 10~12월 사이 미래전략실 지시로 삼성증권에서 ‘프로젝트G’라는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삼성은 프로젝트G 보고서의 작성 목적이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가 아닌 당시 변화하는 상황에 대비한 기업지배구조 개선책이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인사이트코리아>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 사건 재판과 그동안 취재해온 관련 내용을 바탕으로 프로젝트G 보고서의 실체를 두 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프로젝트G 문건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계획을 위한 시나리오였는지, 삼성 사업구조 개선을 위한 총체적 방안이었는지 법정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다. 뉴시스
프로젝트G 문건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를 위한 시나리오였는지, 삼성 사업구조 개선을 위한 총체적 방안이었는지 법정공방이 치열해지고 있다. <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한민철 기자] 검찰은 ‘프로젝트G’ 보고서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분율이 높은 삼성에버랜드(에버랜드)를 지분율이 취약한 삼성물산과 합병하는 방안을 핵심으로 둔 승계 계획안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당시 에버랜드의 지분 25.10%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에버랜드를 시작으로 형성된 금산결합과 총수 일가의 삼성전자 지분을 통한 순환출자 방식으로 주요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직·간접적으로 행사할 수 있었다.

2012년 삼성물산에 대한 대주주 일가의 지분율은 1.4%였고, 이 부회장이 직접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은 없는 상태였다. 이에 따라 에버랜드를 먼저 상장시켜 회사의 주식 가치를 높인 뒤, 에버랜드 대주주인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비율이 형성되면 삼성물산과 합병하는 계획을 수립했다는 것이 검찰 주장이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프로젝트G 계획에 따라 삼성 미래전략실 주도로 에버랜드 지분율 제고를 위한 사전작업이 진행됐고, 2014년 이후 상장이 완료되면 2015년 3~4월경 삼성물산을 흡수 합병하기로 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버랜드 상장 후 삼성물산에 대한 합병이 성사되면, 이 부회장이 따로 비용을 들이지 않더라도 합법적으로 삼성물산에 대한 지분율을 확보할 수 있고,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전자 지분 4.06%에 대해서도 순환출자 우려 없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프로젝트G의 에버랜드에 관한 계획 실행 과정에서 에버랜드의 자회사에 대한 내부 매출 의존율이 절반에 이르자 정부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로 인한 증여세 부담을 해결하는 방안도 논의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프로젝트G 보고서 작성 당시 정부에서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위한 공정거래법을 발의한 상황이었고, 보고서에서도 이 법안 발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내용이 기재돼 있는 것은 사실이다. 

검찰은 삼성이 에버랜드가 일감몰아주기로 인한 규제 대상으로 회사 가치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삼성물산과의 유리한 합병 비율을 맞추기 위한 계획 역시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는 판단 에 따라 계열사의 사업구조를 의도적으로 개편했다고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2013년 5월부터 제일모직의 패션사업을 에버랜드가 인수하고, 당시 에버랜드의 건물관리 사업을 삼성 계열사인 에스원에 넘기며, 급식·식자재 사업을 각각 물적 분할해 계열사인 호텔신라와 합병하는 방안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계획이 사업적 필요성이 부족한데도 결론적으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해 무리하게 추진됐다는 것이 검찰 시각이다. 

"에버랜드와 삼성물산 합병은 그룹 지배력 강화 방안 중 하나"

삼성은 프로젝트G에 에버랜드 상장과 삼성물산과의 합병 방안 등의 내용이 담긴 사실은 인정하지만, 이것이 이 부회장 개인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목적은 아니라고 줄곧 강조하고 있다. 

에버랜드와 삼성물산의 합병 검토는 프로젝트G 30쪽에 삼성물산의 그룹 지배력 강화 방안 중 하나로 제시돼 있다. 두 회사의 합병 전 삼성물산에 대한 그룹 지분율은 13.8%이지만 합병 후 40.5%로 늘어날 수 있고 대주주의 지분이 합병 후 25.4%로 증가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프로젝트G에서는 금산결합과 순환출자 규제 강화로 인해 그룹 지배구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계열사로 삼성물산·제일모직·삼성전자·제일기획·호텔신라 등 5군데를 지목했다. 이에 따라 프로젝트G를 작성한 삼성증권 IB팀에서 각 사별 그룹 지분 보강 방안을 검토했다는 것이다. 

특히 삼성물산의 경우 대주주 일가의 지분율이 1.4%로 다른 주요 계열사에 비해 매우 취약했다. 당시 삼성물산의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삼성생명 4.8%, 삼성SDI 7.4% 등으로 삼성SDI-삼성물산-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에 속해 있었다.

만약 순환출자 규제 강화가 이뤄져 삼성SDI의 지분을 일부라도 처분하게 되면, 삼성물산에 대한 삼성그룹 내 지배구조는 더욱 취약해 질 수밖에 없었다. 

삼성물산의 입장에서 에버랜드와의 합병은 그룹 지분율 제고뿐만 아니라 순환출자 해소 방안 등의 장점이 있었다. 뉴시스
삼성물산과 에버랜드의 합병은 그룹 지분율 제고뿐만 아니라 순환출자 해소 등의 장점이 있었다.<뉴시스>

이에 삼성에서는 삼성물산의 그룹 지배구조 강화와 사업구조 개편 등 개선책을 찾아야 할 사업적 필요성이 있었다. 이를 위한 대책 중 하나가 바로 프로젝트G에 나온 에버랜드와의 합병 시나리오였다는 것이다. 

프로젝트G 보고서 42쪽에는 삼성SDI가 보유하고 있던 삼성물산 지분 해소 방안을 검토하면서 ‘에버랜드와 합병을 통해 그룹의 물산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해 순환출자로 인한 의결권이 외부에 강제로 매각되더라도 그룹의 물산에 대한 지배력에 영향이 없도록 한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이는 삼성물산이 에버랜드와 합병하는 방안이 에버랜드의 기업 가치 상승뿐만 아니라, 삼성물산에 대한 그룹 지분이 보강돼 순환출자 규제가 이뤄지더라도 경영권 유지 및 방어 효과를 기대하고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삼성은 삼성물산이 아닌 에버랜드 입장에서 프로젝트G의 계획들을 바라보더라도 이와 같은 취지는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지적하고 있는 에버랜드의 가치 증대를 위한 ‘합병 전 상장 추진안’은 프로젝트G 보고서 12쪽에 상세히 기재돼 있다. 여기서는 에버랜드의 일감몰아주기 이슈 대응 방안과 함께 에버랜드의 합병 방안과 합병 전 상장이 필요하다는 점, 상장을 통한 가치 상승으로 대주주의 지분 가치도 증대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해당 내용만을 본다면 검찰 공소사실처럼 대주주인 이 부회장의 지분 가치 증대를 위해 합병 전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는 의심을 살 수도 있다.

하지만 합병 전 상장을 추진하는 것이 이례적인 것인지 따져볼 문제다. 주식회사가 상장을 하면 주식시장에서 다수의 투자자들이 참여하게 되고, 기업에 대한 수많은 정보들이 공개돼 이것이 주가에 반영되면서 비상장일 때보다 합리적인 주가가 형성된다. 

기업과 기업 간 합병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각 사의 주식가치를 파악해야 합병비율을 산정할 수 있고, 상장을 통해 시장에서 형성된 주식가치와 기업가치로 합병을 추진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 10일 이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프로젝트G 보고서 작성자이자 삼성증권 전 IB팀장인 H씨도 같은 의견을 내놨다.    

이날 재판에서 그는 “비상장 상태에서 에버랜드에 대한 (주식가치) 평가가 명확하지 않을 수 있고, (합병 당사자인) 물산 주주 입장에서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에버랜드 같이 큰 회사는 상장을 통해 시가가 확보된 상태에서 (합병을 추진)하는 게 진행상 매끄러울 것이라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에버랜드 입장에서 상장을 하는 것이 회사의 성장과 경영진이나 종업원, 주주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방안이었고, 여러모로 상장을 한 뒤 합병하는 게 용이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에버랜드는 바이오, 신재생에너지 등 장래 성장성을 기대할 수 있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었고, 그만큼 비상장 상태에서는 명확한 가치 평가가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또 기업이 상장을 하게 되면 사업 수행에 따르는 자금 조달이 보다 수월해져 합병이 원활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에버랜드를 상장한 뒤 삼성물산과의 합병을 추진했던 계획이 비정상적이었다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 증권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H씨는 에버랜드의 상장과 삼성물산과의 합병 추진이 대주주 일가 개인의 지분율 확보를 위한 계획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순환출자 해소 방안으로 에버랜드 상장 검토

삼성은 당시 에버랜드의 상장 추진이 상성물산과의 합병 추진만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순환출자 해소 방안 중 하나로 에버랜드 상장을 검토했고, 실제로 상장 뒤 순환출자 해소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프로젝트G 보고서 36~39쪽에서는 그룹 순환출자 해소 방안으로 에버랜드의 IPO(기업공개)를 통해 투자 계열사 보유 지분 18.5%(8380억원)를 외부에 매각해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방법을 검토했다. 

2012년 당시 에버랜드의 계열사 주주 구성을 보면 제일모직 4%, 삼성물산 1.5%, 삼성SDI 4%, 삼성카드 5%, 삼성전기 3% 등이다. 전부 순환출자 규제에 해당할 수 있는 지분들로, 에버랜드는 이 지분을 매각해야 순환출자 해소가 가능했다.  

만약 해당 지분을 비상장 상태에서 외부에 매각하려 한다면 매수하겠다는 투자자를 찾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는 비상장 주식에 대한 제대로 된 가치평가에 의문을 가지는 게 일반적이며, 현금성이 떨어져 매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에 삼성은 그룹 지배력 개선 방안으로 계열사 지분 매입과 대주주 지분 매입에 그치지 않고, 계열사 간 그룹 지분이 높은 회사와의 합병 방안도 검토했다는 것이다. 프로젝트G 보고서에서 강조하고 있는 에버랜드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이슈에 관한 검토 역시 대주주 일가의 지분율 확대가 궁극적 목적이 아니라 다양한 효과를 기대하고 있었다는 것이 삼성의 주장이다.  

해당 보고서가 작성될 무렵 삼성 계열사 내 일감몰아주기 규제 이슈에 직면한 기업은 에버랜드뿐만이 아니다. 삼성SDS와 삼성SNS 역시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었고, 당시 삼성 내부에서는 이 두 회사를 삼성전자와 합병하는 방안이 추진됐다. 

실제 삼성SNS는 2013년 9월경 삼성SDS에 흡수합병 됐다. 당시 언론과 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합병으로 유·무선망 네트워크 운영과 통신 인프라 구축 역량 극대화라는 시너지와 함께 일감몰아주기 규제 해소라는 부수적 효과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그런 만큼 당시 에버랜드만이 특별하게 일감몰아주기 규제 해소를 위한 계획을 수립한 것은 아니었다. 프로젝트G에서는 에버랜드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규제 해소 방안을 통해 삼성SDS와 SNS의 합병 사례처럼 각 계열사들의 사업적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프로젝트G에서는 일감몰아주기 이슈 해소를 위한 계열사 간 합병안을 검토한 부분이 다수 발견된다. 보고서 12~13쪽에는 일감몰아주기 이슈 대응을 위해 삼성전자-삼성SDS, 에버랜드-삼성물산의 합병 방안이 기재돼 있다. 여기서는 ‘SDS와 에버랜드가 비상장 상태로 합병가액이 작년 대비 다소 낮아 일부 소액주주의 반발 가능성이 있다’ ‘비상장 상태에서 합병을 추진할 경우 합병가액 규정으로 적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합병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보고서 31쪽에는 에버랜드와 삼성물산의 합병을 검토하면서 ‘건설사업 통합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 ‘에버랜드의 E&A(건축·​토목·부동산서비스 등) 부문의 삼성물산 건설 부문과의 통합 시너지 기대’ ‘중복사업 구조조정 용이’ 등의 검토안이 기재돼 있는데, 합병을 통한 그룹 지분율 보강뿐만 아니라 합병으로 발생하는 사업적 측면도 충분히 고려됐다는 설명이다.   

사업적 연관성이 부족한 계열사 간 합병안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관련 사항을 적시했다. 당시 삼성SDS의 그룹 지분율은 65.6%로 에버랜드보다 높아 삼성물산을 SDS와 합병해 삼성물산의 그룹 지분율을 높일 수 있었다. 동시에 일감몰아주기 이슈를 해소할 방안으로도 가능했다. 

보고서 14쪽에는 삼성물산과 SDS의 합병은 두 회사의 사업 연관성이 부족해 검토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기재돼 있다. 결국 삼성SDS의 경우 삼성전자와 합병하는 방안이 검토됐는데, H씨는 “SDS가 IT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물산보다는 전자와 합병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사업적으로 부합하지 않는 합병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에버랜드 사업조정, 계열사에 도움됐나

검찰이 에버랜드의 가치를 띄우기 위한 일감몰아주기 해소 방안이라고 주장하는 에버랜드의 제일모직 패션사업 인수, 에스원에 건물관리 사업 양도, 급식·식자재 사업 부문에 대한 호텔신라와의 합병 추진 등에 대해서도 삼성은 “사업적 시너지를 충분히 고려한 계획들”이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프로젝트G 보고서 49쪽에서는 당시 제일모직의 매출 비중이 전자소재 사업 56.3%, 패션 16.7%, 케미칼(화학) 26.9%로 이질적인 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그룹 지분율이 7.1%에 불과해 사업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업계에서 비주력으로 평가받고 있던 패션 사업을 독립법인화하는 방안도 제시돼 있다.  

H씨는 “당시 제일모직의 사업구조 성격이 이질적이고 상호 보완·지원을 통한 시너지 효과 기대가 어렵다고 봤다”며 “전자소재 사업의 매출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패션 사업이 다시 주력 사업이 되기는 어렵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삼성 측은 구 제일모직이 영위하던 사업이 이질적이었던 만큼, 사업구조 개편과 에버랜드의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해소 방안 등을 고려해 모직의 패션사업을 에버랜드가 양수하는 방안을 세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뉴시스
삼성은 당시 제일모직이 영위하던 사업이 이질적이었던 만큼, 사업구조 개편과 에버랜드의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해소 방안 등을 고려해 제일모직의 패션사업을 에버랜드가 양수하는 방안을 세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뉴시스>

이에 따라 2013년 6월 21일 삼성증권 IB팀이 프로젝트G의 연장선에서 작성한 에버랜드 사업조정안 보고서에서는 ‘패션은 제일모직의 전재소재, 화학 사업과 연관이 없어 에버랜드가 인수해 주력 사업으로 육성하고 모직은 소재 사업에 집중’이라고 분석하고 모직의 패션 사업 부문 매각 필요성을 설명했다. 

실제 2013년 8월경 제일모직은 독일의 OLED 업체인 노바LED의 사업 인수 계약을 체결했고, 다음 달 제일모직 이사회에서 패션 사업 부문을 1조500억원에 에버랜드에 양도하기로 결의하면서 본격적으로 소재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같은 해 12월 제일모직의 패션 사업에 관한 영업양수도 공시를 통해 당시 주식매수청구권이 0.5%에 불과한 주주들의 압도적 찬성으로 패션 사업 양수도 승인이 이뤄졌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언론과 업계의 반응도 대체적으로 긍정적이었다.   

또 2013년 5월 28일 삼성증권 IB팀에서 작성한 에버랜드의 일감몰아주기 대책 관련 문건에는 에스원이 에버랜드의 건물관리 사업을 가져오면 그룹 관계사로부터 안정적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기재돼 있다.

2012년 기준으로 에스원은 매출액 1조66억원, 영업이익 326억원, 영업이익률 11.1%였고 같은 기간 에버랜드의 건물관리 사업은 매출액 3011억원, 영업이익 642억원, 영업이익률 21.3%였다. 에스원은 자사의 전체 사업보다 영업이익률이 높고 수익성이 좋은 건물관리 사업을 에버랜드로부터 양수한다면 사업적 측면에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에스원이 건물보안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던 만큼 에버랜드의 건물관리 사업과 시너지 측면에서도 문제가 없었다는 판단이다. 결국 2013년 11월 4일 에스원 이사회는 에버랜드로부터 4800억원에 건물관리 사업을 양수하기로 결의했고 2014년 1월경 최종 인수가 완료됐다. 

이와 함께 에버랜드의 일감몰아주기 대책 관련 문건 10쪽에는 호텔신라와 에버랜드의 급식·식자재 사업 합병 효과를 분석하면서 안정적 매출과 사업 안정성 확보를 근거로 들었다. 

지난 17일 진행된 이 사건 재판에서 H씨는 “호텔신라는 실적 변동이 큰 사업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있었고, 안정성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가 필요했다”며 “호텔신라가 급식·식자재 사업을 인수하면 식자재 구매 원가를 낮추는 시너지도 고려했다”고 증언했다. 

결과적으로 해당 방안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이를 통해 에버랜드 일감몰아주기 이슈 해소와 계열사 간 사업 시너지 극대화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는 것이다. 반면 대주주 일가의 지분율 확보를 최종 목표로 한다는 점은 어디에도 명시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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