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삼바 혐의 집중분석③]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도적 역할’ 바이오젠은 인정했다
[이재용-삼바 혐의 집중분석③]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도적 역할’ 바이오젠은 인정했다
  • 한민철 기자
  • 승인 2021.05.10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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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삼성바이오, 합작사 바이오젠과 삼성바이오에피스 공동 지배”
로직스, 에피스 지분율 90%로 압도적…바이오젠 “로직스가 주도적 역할 수행”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 전경. 뉴시스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 전경. <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한민철 기자] 검찰은 2012~2014년 삼성바이오로직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를 합작사인 바이오젠과 공동으로 지배하고 있었다는 주장에 대한 증거로, 당시 로직스와 에피스의 임직원들이 중요 업무 의사결정 과정에서 항상 바이오젠의 입장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지난 2019년 10월 2일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증거인멸 등 사건의 재판에서 검찰은 로직스와 에피스 직원의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임직원들은 바이오젠의 눈치를 보면서 계속 협의를 하고 동의를 구했다”며 “이사 선임건과 개발건에 대해 바이오젠이 동의를 안 해줄 수 있기 때문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2012년 에피스 설립 과정에서 바이오젠과 로직스의 합작투자계약서(JVA·Joint Venture Agreement)상 동의권 조항을 통해 바이오젠이 경영상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보고 있다. 로직스가 바이오젠의 동의를 얻어야만 일을 추진할 수 있는 위치에 불과했던 만큼, 당시 로직스가 에피스를 단독으로 지배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해당 JVA에는 ▲주요 정관 내용의 개정 ▲구조조정 중단, 사업범위 변경 ▲합병, 피투자사(에피스) 소유 지적재산권의 양도 또는 사용권 허가 수반하는 합작계약, 회사 조직재편성 ▲6000만 달러 이상의 자산 취득 또는 타법인 출자 ▲지적재산권과 제품 관련 자산 전부 또는 대부분의 매각·양도 ▲해산 및 청산 ▲1만2000달러 이상 차입, 6000만 달러 이상 대여, 장부금액 1만6000달러 이상 자산의 담보제공 ▲자사주 취득 및 자본 감소 ▲회계연도, 중요한 회계원칙, 외부감사인 변경 ▲제품 추가 등 10가지의 중요 의사결정 사항에 대해 바이오젠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조건이 담겨 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역시 2018년 11월 로직스 회계부정 의혹에 대한 감리 결과를 발표하면서 “신제품 추가, 판권 매각 등과 관련해 바이오젠이 보유한 동의권을 감안할 때 계약상 약정에 의해 지배력을 공유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바이오젠이 경영 사안에 대해 ‘결정권’을 행사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검찰은 향후 재판에서 로직스와 에피스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불러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해 집중적으로 신문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검찰의 이런 주장에는 의문이 남는다. 로직스는 당시 에피스를 단독으로 지배했다고 주장하는 근거와 관련해, 일반적으로 투자사의 피투자사에 대한 지배력 정도를 가장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지분율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로직스는 2015년 말까지 에피스에 대한 지분율을 91.2%까지 늘려 나갔고, 반대로 바이오젠은 지분율을 줄여나가 8.8%만 보유하고 있었다. 압도적인 지분을 보유한 로직스가 에피스의 이사회를 지배하고 경영 전반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갔던 셈이다. 

로직스는 에피스를 단독으로 지배하면서 바이오젠을 경영상 의사결정 과정에서 아예 배제한 것도 아니었고, 검찰의 주장처럼 바이오젠의 눈치를 보지도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단지 피투자사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여타의 합작사들과 마찬가지로 경영상 중요 의사결정에 대해 협의를 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로직스는 앞서 언급한 10가지 경영상 주요 사항에 대한 동의권을 바이오젠이 가지고 있었다고 해서 그것이 의사결정 최상단에 위치한 권한도 아닐뿐더러 결정권 행사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바이오젠 “로직스가 에피스에 ‘주도적 역할(a leading role)’ 수행”

<인사이트코리아>가 이번 시리즈 두 번째 기사에서 다뤘듯이 바이오젠은 2013 회계연도 텐케이(10-K) 보고서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경제적 성과에 가장 중요하고 직접적인 영향력을 가질 활동에 대해 지시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Samsung Biologics has the power to direct the activities of Samsung Bioepis which will most significantly and directly impact its economic performance)”고 적시했다. 

또 바이오젠은 같은 보고서에서 2012년 2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시밀러의 개발·제조·판매를 위해 한국에 법인을 설립한다는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계약에 따라 삼성은 기술 개발과 서비스, 바이오 의약품 제조를 위해 당사와 계약한 법인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한다(In February 2012, we finalized an agreement with Samsung Biologics that established an entity based in South Korea to develop, manufacture and market biosimilars. Under the agreement, Samsung takes a leading role in the entity, which has contracted with us for technical development services and biologics manufacturing)”고도 했다. 

여기서 ‘당사와 계약한 법인(in the entity, which has contracted with us)’은 로직스로, 바이오젠은 자사 투자자들에게 ‘가장 중요하고 직접적 영향력(most significantly and directly impact)’ ‘주도적 역할(a leading role)’이라는 표현과 함께 에피스를 통한 바이오 사업에서 로직스의 위치와 지배력을 거듭 강조했다. 

바이오젠의 2013 회계연도 텐케이 보고서 첫 페이지와 19페이지. 텐케이 보고서 캡처
바이오젠의 2013 회계연도 텐케이 보고서 첫 페이지(위)와 19페이지.<텐케이 보고서 캡처>

바이오젠은 로직스와 에피스를 처음으로 언급한 2012년 10-K 보고서부터 줄곧 에피스를 지배한다거나 자신들이 경영상 주도적 역할을 한다는 명시적 언급을 하지 않았다. 에피스에 대해 합작사로 소개하며 이 회사를 통해 자사가 얻을 수 있는 수익과 사업 진행 상황 등을 기재했고, 2014년 10-K 보고서부터는 “당사는 당시의 에피스에 대한 지분을 49.9%까지 보유할 수 있는 옵션을 유지하고 있다(we maintain an option to purchase additional stock based in Samsung Bioepis that would allow us to increase our ownership percentage up to 49.9 percent)”며 에피스에 대한 콜옵션 부분을 명시했다. 

물론 미국과 한국의 회계평가 기준의 차이 등으로 바이오젠이 보고서에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부분을 명확히 알 수 있도록 기재할 필요나 의무가 없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바이오젠은 보고서에 로직스와의 합작계약 내용과 투자 수익 및 향후 손실 가능성, 회계처리 방식 등을 자세히 기록했다. 

특히 ‘로직스가 에피스에 대한 설립 당시 지분율이 85%에 달한다(Samsung Biologics contributed 280.5 billion South Korean won , approximately $250.0 million, for an 85% stake in Samsung Bioepis)’거나 ‘지분율이 로직스의 지분 매입으로 감소했다(As of December 31, 2014, our ownership interest has decreased to approximately 10% as Samsung Bioepis has secured additional equity financing from Samsung Biologics)’는 등 바이오젠은 에피스와 관련된 내용을 매년 꼼꼼히 공시했다. 

당시 바이오젠이 에피스를 로직스와 공동으로 지배하고 있다는 인식이 있었다면, 자사와 투자자들에게 이득이 될 정보를 보고서에 굳이 숨기다시피 할 필요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반면 로직스는 2012~2014년 에피스에 대해 줄곧 ‘종속기업’으로 기재해 공시했다. 이에 대해 당시 바이오젠도 에피스도 심지어 금융당국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로직스 “바이오젠이 보유한 동의권은 소수주주 방어권”

로직스는 JVA상 바이오젠의 동의권이 지배력 행사와 큰 관련이 없는 주주의 일반적인 방어권에 해당하며, 이는 굳이 합작사나 대주주가 아닌 소수 주주라도 보유할 수 있는 권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로직스는 2015년 이전 에피스에 대한 두 차례의 유상증자 과정에서 바이오젠이 한 번도 참여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소수 주주의 행보를 보였다는 입장이다. 주주 계약을 맺을 때는 소수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계약상 동의권을 넣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소수 주주의 동의권은 회사 주주총회, 이사회 결의 등으로 정해야 하는 경영상 중요한 사항에 대해 제한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K-IFRS(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 1110호는 방어권에 대해 ‘권리와 관련된 피투자자에 대한 힘을 갖게 하지 않으면서 권리 보유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설계’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로직스는 이 방어권이 소수 주주가 가지는 동의권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상 소수 주주에 불과했던 바이오젠이 보유하고 있던 동의권은 방어권으로, 소수 주주가 해당 권리를 통해 대주주의 전횡을 방지해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을 뿐 대주주와 같이 피투자사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했다고는 볼 수 없다.  

다시 말해 로직스는 바이오젠의 동의권이 피투자사를 압도적인 지분을 보유한 다른 투자사와 공동으로 지배하거나 결정권 행사라고 부를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한 권한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2012~2014년 로직스가 바이오젠에 대한 콜옵션을 부채로 회계 처리한 것과 상관없이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기 전까지 전체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에피스에 대한 지분 비율만으로 놓고 볼때 바이오젠은 소수 주주에 해당했다. 

반면 당시 로직스는 단독으로 에피스의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추진할 수 있는 강력한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바이오젠이 소수 주주가 행사할 수 있는 동의권과 당시 행사 가능성이 높지 않아 실질적 권리가 없었던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에피스를 공동으로 지배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고, 이와 유사한 사례조차 찾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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