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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19 19:07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인터뷰]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이 말하는 ‘日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해법
[인터뷰]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이 말하는 ‘日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해법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1.05.03 14: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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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섭 소장 “日 정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지구에 나쁜 짓 하는 것”
지난 2월 13일 일본 동북부 후쿠시마현에 있는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의 모습.뉴시스
지난 2월 13일 일본 동북부 후쿠시마현에 있는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의 모습.<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서창완 기자]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놓고, 우리 국민의 반발이 거세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발생한 오염수의 부담을 국제사회에 떠넘기려는 속셈이 빤하기 때문이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등 주변국과 제대로 된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도 분노를 증폭시킨다. 국내에서는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핵공학자인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은 일본 정부의 결정이 비도덕적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우리 정부 차원에서 좀 더 냉정하게 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한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의 삼중수소 농도를 두고 다투거나 해류에 따른 오염수의 이동 경로를 따지고 난 뒤 결과가 결국 국민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리라는 염려 때문이다.

냉철한 과학적 접근 없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에 접근할 경우 중국 등 다른 나라에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가 자칫, 방류만 막으면 괜찮을 거란 오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왜곡을 틈타 중국 원전에서 기준치 이내지만 충분히 우려되는 수준의 원전 처리수가 쏟아질 수있다고 한 소장은 염려했다.

한 소장은 다른 길을 제시한다. 우리나라가 도덕·기술적 우위라는 고차원적인 길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처한 현실 인식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 다. 우리도 이미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원자력발전소 보유국이라는 점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은 현재 모두 23기의 원전을 보유 중이고, 6기의 원전을 건설하고 있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이 4월 22일 대전 한국원자력안전방재연구소 사무실에서 인사이트코리아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서창완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이 4월 22일 대전 한국원자력안전방재연구소 사무실에서 인사이트코리아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서창완>

한 소장은 대학에서 원자력공학을 전공하고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전력기술 등 핵산업계에 몸담았던 공학자다. 현재는 한국원자력안전방재연구소 이사와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인터뷰는 지난 4월 22일 대전 한국원자력안전방재연구소 사무실에서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125만톤을 30~40년에 걸쳐 방류하겠다고 결정했다. 하루에 오염수가 140~300톤 정도 생성되고 있다는데, 국민의 우려가 깊은 상황이다. 일본 정부의 결정을 어떻게 보나.

“일본 정부의 결정은 분명 비도덕적이다. 후쿠시마 사고를 일으킨 나라에서 방류를 결정한 이유가 오직 경제성 때문이라서다. 오염수 저장 탱크를 더 못 만들겠다는 건데, 사회적으로 수습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에서 늘어나는 탱크가 이미지를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 것 같다. 일본 정부는 욕먹을 각오를 하고 결정을 내린 거라고 봐야 한다. 문제는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중에 탱크 안은 오히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점이다. 탱크 밖에서 생성되는 오염수에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일본이 탱크 안의 오염수는 제대로 처리할 수 있다고 믿더라도 탱크 밖으로 나가는 훨씬 더 많은 오염수에 대한 대비는 부족하다. 추정컨대 하루 1000톤이 지하수로 나가고 있다. 원전 사고 초기 몇 년 동안 흘러나간 걸 측정한 데이터가 얼마인지도 중요하다. 일본에 요구해야 할 건 약속에 대한 신뢰성을 증명하는 일과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지하수의 양을 공개하는 일이다. 또한,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의 양이 그렇게 큰 편이 아니라는 점도 알아야 한다. 일본이 말하지 않는 게 있다. 일본 아오모리현 롯카쇼무라에는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공장이 있는데, 후쿠시마보다 액체로 나가는 삼중수소의 양이 10배 이상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일본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러시아·중국 등에 군사 전용 핵 재처리 공장이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이미 어마어마하게 많은 방사성 폐기물들이 지구상에서 생산되고 있다는 얘기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한국의 월성 원전 사례를 들었다. 삼중수소 농도가 월성 원전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거다. 어떻게 봐야 하나.

“일단 월성은 원자로이기 때문에 핵연료에서 나오는 삼중수소 외에 방사능은 아주 작다. 깨지지 않는 이상 침투하지 않으니까 아주 적은 양이다. 그래서 일본 정부가 우리 월성 원전을 표적으로 삼은 게 삼중수소 문제다. 월성 원전은 삼중수소제거설비(TRF)를 해서 3분의 1로 줄였지만, 일반적으로 어느 나라나 삼중수소를 낮추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다. 삼중수소 정제를 하려면 영하 200도까지 내려야 해서 많은 양을 처리할 수 없고, 완벽히 처리하기도 힘들다. 이런 점 때문에 일본 정부는 삼중수소를 언급하면서 다른 방사능 폐기물 위험도를 잊어버리게 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삼중수소에 초점을 맞춰 ‘너희나 우리나 답이 없지 않냐’며 자기들의 배출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삼중수소는 사실 세슘이나 스트론튬에 비하면 위험도가 굉장히 낮다. 그런데도 삼중수소에 초점을 맞추는 게 우리 월성에도 삼중수소가 많이 나오니까 그런 거다. 우리는 안전하게 처리했기 때문에 세슘, 스트론튬 등은 나오지 않는다.”

해양수산부 산하 기관인 한국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이 지난해 6월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속 스트론튬의 평균 배출량은 일본 내부 기준으로 123배, 최대 배출량은 1만4443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이 오염수 처리를 제대로 해서 삼중수소를 제외한 핵종들을 막을 수 있을까?

“삼중수소는 물과 똑같아서 제거 기술은 있지만, 비용이 많이 들어 완전 제거는 힘들다. 반면, 세슘이나 스트론튬 등은 반응성이 있어서 필터로 걸러진다. 예를 들어 한 번에 10%를 거른다고 하면 10번 돌렸을 경우 90%가 걸러진다. 문제는 돈이다. 필터를 한 개 쓰느냐 여러 개 쓰느냐에 따라 제거량이 다를 거다. 비용도 더 많이 들고 폐기물도 더 생기게 된다. 그렇다 해도 21세기에 일본이 방사능 폐기물 제거를 하지 않고 속이는 일은 하지 못할 거라고 본다. 일본도 우리만큼은 아니지만 건전한 시민사회가 있기 때문이다.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그런 거짓말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일본이 최소한 그 정도 나라는 되지 않을까.”

우리 국민의 가장 큰 관심은 오염수를 방류했을 때 해양환경이 안전할 수 있느냐다. 삼중수소 농도가 문제없다고 하지만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정말 안전할까?

“현재 공학적 수준으로 당장 목숨이 위험할 정도는 아니지만, 시간이 흘렀을 때 지구에 뭔가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나쁜 짓을 하고 있다는 건 확실하다. 우리가 지구를 병들게 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는 1977년 ‘알라라(ALARA, As Low As Reasonably Achievable)’라는 원칙을 만들었다. 방사선은 기본적으로 유해하기 때문에 피폭선량을 합리적으로 달성 가능한 한 낮게 유지하자는 개념이다. 하지만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는 냉정 한 접근보다 과도한 공포로 치우쳐 있지 않나 싶다. 시민들의 공포를 이해는 한다. 다만 일본이 방류하지 않으면 문제가 없고, 방류한다고 해서 문제가 생기는 건 기술적으로 아니라는 의미다. 우려되는 것은 과도한 공포가 오히려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하지 않으면 괜찮다’는 것처럼 진실을 호도하는 결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홍콩 언론 <에포크 타임스(The Epoch Times)> 보도에 따르면 중국 광둥성의 다야만 원전 6기에서 배출한 2017년 삼중수소 배출 한도는 225조 베크렐(㏃)이다. 후쿠시마가 제한한 22조 베크렐의 10배 수준이다.”

4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서울민중행동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서울본부 공동 주최로 열린 일본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규탄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방호복을 입고 피케팅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뉴시스
4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서울민중행동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서울본부 공동 주최로 열린 일본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규탄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방호복을 입고 피케팅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뉴시스>

과도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움직임이 오히려 다른 나라들의 원전 처리수 방류를 쉽게 할 수 있다는 얘기인가.

“가해자(원전 가동, 핵무기 생산)이면서도 피해자인 척 할 수 있는 도덕적 면죄부가 중국 정부에 주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럴 경우 지금보다 더한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우리 정부도 좀 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반일 감정에 휩쓸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문제에 감정적으로 대응했다가 방류 철회라는 성과가 나지 못했을 경우 국민 불안은 더 커지고, 불만도 쌓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행위에 도덕적 괴리가 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얼마 전 월성 원전 부지 내 지하수에서 삼중수소가 리터당 71만3000베크렐 검출됐다는 보고서가 공개됐을 때는 환경 기준이 따로 없다며 배출 기준인 4만 베크렐 이하로 내보내면 된다고 하지 않았나. 공식적으로 내보내는 건 기준치보다 한참 낮춰 방류하면서도 뒤로는 이런 일이 벌어졌다. 사실 원전 없는 국가 사람들이 후쿠시마 방류를 막겠다는 우리 정서에 쉽게 동의할 수 있겠나? 우리나라는 삼중수소 처리 기술이 우수하다. 우리가 처한 도덕적 괴리를 줄이면 한·중·일 3국 가운데 도덕적으로 우월한 입장에서 방사능 처리 문제를 선도할 수 있지 않을까. 도덕성과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중국 등에 우수한 처리 기술을 수출하는 시도도 해볼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이 사안을 제소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영국과 아일랜드 분쟁 때 한 달여 만에 잠정조치가 난 사례가 있다는 점과 비교가 된다.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 될 거라는 걸 알고 하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위한 일본법이 통과됐고, 또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허용한 일이기도 하다. 미국이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이유는 하나다. 그들도 이미 수많은 오염수를 내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군사용 원자로가 몇 개인지 모를 만큼 많다.”

우리 정부가 택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은 무엇인가?

“과학적 도덕성을 갖추는 일이다. 너희들은 오염수 처리를 형편없이 하지만,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도덕적 괴리 없이 보여줘야 한다. 그렇게 되면 국민 기대감도 높일 수 있다. 원자력 기술 수출도 긍정적 선도가 가능한 쪽으로 투자해서 영역을 넓혀가면 된다. 우리만 최고라고 말하는 경수로를 수출한다고 헛고생하지 말고. 긍정 기술을 수출하는 길이 우리가 살길이다. 우리나라 원자력계 사람들은 조금 더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 우리가 방사능을 제대로 안 건 100년도 채 되지 않고, 산업화를 한 건 60~70년에 불과하다. 이게 2세대 지나고 3세대 지나면 인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방사능 배출량을 최대한 낮춰 후세들에게 불안감을 주지 않는 노력을 해야 한다. 지금 이 시점에 가장 나쁜 생각은 기준치 이내니까 괜찮다는 거다. 한국 원자력계 일부 학자들은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를 놓고 대안 제시는커녕 ‘삼중수소 농도에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만 한다. 한 치 앞을 생각하지 않는 거다. 우리도 방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해서 하는 소리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고 나설 경우 국내 원전에 미칠 안전 기준 강화나 탈원전 요구가 거세질 것을 우려한 모양이다. 공학자의 도덕성을 상실한 행위다. 그런 학자 중에 원전 편을 들면서 대안을 제시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원전에 대한 잘못을 지적하는 것도 본 적이 없다. 과학 대신 이득을 택한 학자들이 원자력계 에 많다는 것도 우리가 처한 문제 중 하나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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