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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1-12-09 19:42 (목) 기사제보 구독신청
‘기업시민 전도사’ 최태원 SK 회장, ‘ESG 경영’ 전파 채널이 되다
‘기업시민 전도사’ 최태원 SK 회장, ‘ESG 경영’ 전파 채널이 되다
  • 김동수 기자
  • 승인 2021.05.03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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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현 선대회장 때부터 싹 튼 ‘사회적 가치’
최태원 회장, SK 넘어 대한민국 기업들에 ‘ESG 경영’ 이식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취임식 대신 열린 비대면 타운홀 미팅에서 강연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취임식 대신 열린 비대면 타운홀 미팅에서 강연하고 있다.<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김동수 기자] 최근 재계에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하나의 ‘메가트렌드(Megatrend)’로 자리 잡았다. 코로나19와 환경오염 등이 맞물리면서 ESG 경영은 이제 기업의 선택이 아닌 ‘필수’ 생존 요건이 됐다. 지난해부터 국내 다수 기업이 ESG 경영을 본격 선언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재계에서는 누구보다 ESG 경영의 필요성을 주장해온 기업인이 있다. ‘ESG 전도사’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다. SK그룹을 넘어 각종 공식·비공식 석상에서 ESG 경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그가 이러한 경영철학을 갖게 된 이유에 관해 짚어본다.

ESG 경영은 이제 기업 생존이 걸린 문제가 됐으며 이를 강화하기 위해 사회적 성과를 측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 4월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博鰲) 포럼 개막식 축사 영상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한 말이다. 평소 ‘ESG 전도사’로 불리는 그가 ESG 경영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한편, 기업들의 책임을 촉구한 것이다.

선대부터 이어져 온 경영철학 ‘사회적 가치’

최태원 회장이 공식·비공식 자리에서 ESG 경영을 언급할 때마다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지난해부터 ESG 경영 열풍이 불며 수많은 국내 기업들이 이를 선포했지만 최 회장은 이미 사회적 가치에서 시작된 ESG 경영을 몸소 실천해왔기 때문이다. 그가 ‘ESG 리더’ ‘ESG 선구자’ 등으로 불리는 이유다.

최태원 회장이 ESG 경영을 강조하는 이유는 뭘까. 이는 최 회장이 오래 전부터 추구해온 경영철학인 ‘사회적 가치’와 맥락을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 회장의 경영철학은 선친인 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에게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최종현 선대회장의 경영철학은 ‘사업보국(事業報國)’ ‘인재보국(人才報國)’으로 압축할 수 있다. ‘기업을 일으켜 국가와 인류에 기여한다’는 사업보국은 당시 경제발전이 미약했던 국내 상황에서 수많은 기업가가 경영이념 혹은 창업이념으로 삼곤 했다. 하지만 최종현 선대회장이 다른 기업가들과 다른 점은 ‘사람을 키워 국가와 사회에 보답한다(인재보국)’는 기치 아래 인재 양성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는 것이다. 개발도상국이자 자원 빈국인 대한민국이 경제 대국으로 성장할 방법은 인적 자원밖에 없다는 사실을 최종현 선대회장은 일찌감치 간파한 것이다.

최종현 선대회장은 인재 양성에 집중해야 한다며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그의 대표적인 ‘인재보국’ 활동은 ‘장학퀴즈’ 후원을 꼽을 수 있다. 당시 최 선대회장은 후원사를 찾지 못하던 장학퀴즈를 “열 사람 중 한 사람만 봐도 청소년에게 유익한 프로그램이라면 조건 없이 지원해도 괜찮다”며 1973년 단독으로 후원했다. 또 이듬해 개인 재산을 내 순수교육재단인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했고 장학사업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 기업 최초로 조림 기업인 ‘서해개발(현재 SK임업)’을 설립하는 등 사회공헌의 밑거름을 닦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영철학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영철학에 가장 큰 영향을 준 故 최종현 선대회장.<SK>

사회적 가치를 경영이념으로 완성하다

최종현 선대회장의 경영철학은 1998년 38세의 젊은 나이로 회장직에 오른 최태원 회장에게 이어졌다. 평소 선대회장의 경영활동을 옆에서 지켜보던 그는 아버지의 유지를 잇는 것뿐 아니라 한층 발전시키기 위해 고민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그가 찾은 해답이 바로 ‘사회적 가치’였다.

사회적 가치라는 경영철학을 가슴에 담은 최태원 회장은 2004년 SK그룹을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새로운 경영이념을 제시했다. 최 회장은 SK그룹 관계사 임직원들이 참여한 워크숍에서 기업이 전통적으로 추구했던 ‘이윤 극대화’를 뛰어넘는 ‘이해관계자의 가치 추구’를 제안했다. 최 회장은 기업이 기업시민으로서 세상과 공존을 모색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후 최 회장은 경영철학을 보다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2009년 연세대에서 열린 ‘사회적 기업 국제 포럼’에 참석해 사회적 가치에 관한 확신을 얻게 됐고 2012년에는 사회적 가치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KAIST와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을 개설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였다. 2017년에는 ‘기업의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정관을 변경, 재계를 놀라게 했다. 종래 기업의 목적으로 여겨왔던 ‘이윤 창출’ 문구를 삭제하고 ‘사회적 가치 창출’ 문구를 새로 넣어서다. 기업의 미덕은 ‘이윤 추구’란 전통적 인식을 완전히 뒤바꾼 일대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론도 제시했다. SK그룹에 따르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더블 보텀 라인(Double Bottom Line)을 통한 ‘비즈니스 모델(BM) 혁신’ ▲유무형의 기업 자산을 사회 구성원과 공유하는 ‘공유 인프라’ ▲사회성과인센티브(SPC)와 행복얼라이언스, 사회적기업 MBA 등 프로젝트를 통한 ‘사회적 기업의 생태계 조성’ 등 세 가지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그에게도 고민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가치가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이 목표가 추상적일뿐더러 구체적으로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기 위한 지표를 마련했다. SK그룹은 ▲경제 간접 기여성과 ▲비즈니스 사회성과 ▲사회공헌 사회성과 등 세 가지 평가 항목을 개발, 2018년부터 관계사를 대상으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고 있다. 또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표준화된 측정모델 개발을 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은행, 세계 4대 회계법인, 글로벌 기업들과 비영리법인 VBA(Value Balancing Alliance)를 구성해 공동 협력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제주 디아넥스 호텔에서 열린 ‘2020 CEO세미나’에서 파이낸셜 스토리로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제주 디아넥스 호텔에서 열린 ‘2020 CEO세미나’에서 파이낸셜 스토리로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SK>

사회적 가치로 쌓아 올린 경영이념, ESG로 진화

사회적 가치를 토대로 다양한 실험에 나섰던 최태원 회장, 그는 자신의 경영이념을 ESG 경영으로 한 단계 발전 시켜 추진하고 있다. 사회적 가치를 뛰어넘어 SK그룹의 사업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기 위한 요소로 ESG를 꼽은 것이다.

그는 2018년 그룹 CEO세미나에서 “친환경 전환을 위한 기술개발 등 구체적인 전략을 마련하라”고 당부했다. 이듬해 열린 CEO세미나에서도 “친환경 노력은 모든 관계사가 각자의 사업에 맞게 꾸준히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최 회장의 생각은 곧바로 그룹 내 다양한 ESG 경영활동으로 이어졌다. 먼저 SK그룹은 다수 관계사가 에너지·정유·제조 관련 사업을 하는 만큼 환경(E) 분야에 힘을 실었다. 지난해 11월 SK그룹 관계사 7곳이 한국 최초로 ‘RE100’에 가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RE100은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로 기업이 2050년까지 사용전력량의 100%를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가입 대상이 아닌 관계사들은 자체적으로 RE100에 준하는 목표를 세우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회(S) 분야에서도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내 최대의 민간 사회적 가치 플랫폼인 ‘SOVAC(Social Value Connect)’을 만들어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소통·교류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SOVAC은 2018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누구나 사회 문제 해결에 참여하고 사회적 가치를 만들 수 있도록 협력과 교류의 장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하면서 이듬해 출범했다. 같은 해 열린 첫 대회에는 당초 예상 참여 인원의 2배가 넘는 5000여명이 몰려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이달에는 사회적기업과 소셜벤처의 성장을 돕는데, 경험과 네트워크 부족으로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기업과 투자자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줄 예정이다.

지배구조(S) 분야도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일명 ‘거버넌스 스토리(Governance Story)’란 전략을 통해 지배구조 혁신에 나선 바 있다. 지주사인 SK㈜는 이사회에 대표이사 평가와 중장기 전략 수립 등 경영 핵심 분야에 대한 심의 권한을 추가로 부여해 최고 이사회의 권한을 대폭 강화했다. 회사 경영의 핵심 요소인 인사·전략·감사 3대 영역을 이사회와 보다 폭넓게 공유하고 이사회의 실질적 참여 수준과 독립성, 전문성을 대폭 높였다. 이를 통해 ESG 경영을 완성해간다는 복안이다.

이사회 산하에 신설된 인사위원회와 ESG위원회는 ▲대표이사·사외이사 후보추천·대표이사 평가 ▲사내이사 보수 심의 ▲중장기 성장전략 검토 등 핵심 경영활동을 맡는다. 인사위원회는 대표이사 선임과 사내이사 보수 금액 심의 기능 등을 수행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ESG위원회는 ESG와 관련된 전략을 분석, 회사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한다. 또 회사의 경영전략이나 중요 투자 관련 사항은 ESG위원회의 검증을 받도록 해 ESG 관점에서 심도 있는 투자 안건 검토를 진행하게 된다.

ESG 경영 활성화를 위한 최태원 회장의 발걸음은 SK그룹에만 머물지 않았다. 지난 3월 회장으로 취임한 대한상공회의소를 통해 그가 축적한 ESG 경영철학을 적극적으로 확산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이 중 하나로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기업문화팀을 ‘ESG경영팀’으로 개편한 점을 꼽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대한상공회의소가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아우르는 국내 최대 경제단체인 만큼, 최 회장의 ESG 경영 확산은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최태원 회장이 ‘ESG 전도사’로 불리기 때문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중견·중소기업까지 ESG 경영 확대를 위한 행보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는 중견기업의 ESG 경영 참여도 활발해진 만큼 ‘최태원식(式)’ ESG 경영 바이러스가 어떻게 경제계에 퍼질지 주목된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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