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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3-19 16:52 (화) 기사제보 구독신청
[심층취재] 대우조선은 왜 포장마차 팔리듯 현대중공업에 넘어갔나
[심층취재] 대우조선은 왜 포장마차 팔리듯 현대중공업에 넘어갔나
  • 이호 대기자
  • 승인 2021.04.12 15:42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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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관홍 전 현대중공업 사장, 박동혁 전 대우조선 부사장 증언
공적자금으로 연명하는 대우조선, 불황에 덩치만 키운 건 아닌지 우려

 

현대중공업 야드 전경
현대중공업 야드 전경.<이호>

[인사이트코리아=이호 대기자] 오랫동안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삼성중공업과 한화그룹을 비롯한 몇몇 대그룹에 대우조선 매각을 추진하기 위해 동분서주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2018년 3월 마침내 최대 경쟁사였던 현대중공업그룹에 대우조선해양을 넘기기로 했다는 공식발표가 나오자 경제계에서는 산업은행이 공적자금만 7조1000억원 넘게 쏟아 넣으며 헛발질을 계속 하더니 막다른 골목처럼 현대중공업을 잡았다며 놀랍거나 의외도 아니라는 반응이었다. 

1년 뒤인 2019년 5월,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 인수를 위해 물적 분할을 의결할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한다고 했을 때 노조가 주총장을 점거하는 등 극심한 충돌이 발생했지만 결국 분할이 승인됐다. 

노조가 몸을 던져 막으려 했던 핵심 이유는 인력구조조정과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도 있었지만 현대중공업의 분할 전 부채 7조2215억원 중 중간지주회사가 될 ‘한국조선해양’이 1639억원, 신설 자회사가 되는 ‘현대중공업’이 7조576억원을 각각 승계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불균형이라는 것이었지만 소용 없었다. 

2020년 5월 예고한대로 현대중공업지주의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공식 설립되면서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과 함께 대우조선이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가 됐다. 대우조선의 족보가 데려온 자식처럼 호주가 달라진 것이다. 

이때부터 해외 메이저 조선사들은 물론 국내 조선업계와 학계에서 의견이 분분했다. 공적자금으로 연명하는 대우조선을 봐서는 ‘잘됐다’는 반응이 있는 반면 본 계약 체결에서 보여주고 있는 구태의연한 다짐들은 발전도 비전도 구체화 시키지 못한 서술일 뿐이라는 점에서 장기적인 조선 불황에 덩치만 키운 것은 아닌지 현대중공업을 걱정하는 우려들이 쏟아졌다.  

그렇다면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이 계약서를 통해 “대우조선해양의 자율경영체제 유지, 고용안정, 협력사 유지, 지역경제 활성화”를 다짐했음에도 현대·대우 노조의 극렬한 저항이 지금도 계속되고, 실사조차 못할 정도로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중공업그룹은 왜 대우조선을 인수했을까. 

국내 조선산업 현실과 미래 대응방안 없이 졸속 결정 

무엇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세계조선 시장의 미래가 어떠할 것인지를 정확히 진단하고 있었을 것이다. 

지금 세계 조선시장의 특성은 거대한 단일시장이며 세계경제와 연동되는 경기순환 시장이며 주문이 있어야 생산을 할 수 있는 주문생산방식 시장인데, 세계경제 자체가 불확실성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성장 사이클도 예전 같지 않은데다가 살아남기 위해서겠지만 자신들의 덩치도 주체하지 못해 구조조정까지 단행할 때는 조선산업이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진단을 하고 있었기 때문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빚 덩어리에서 허우적거리는 대우조선을 왜 인수했을까. 더욱이 현대·대우라는 거대 조선소의 합병이 치열한 수주경쟁을 펼치고 있는 해외 조선소들의 반발, 특히 세계무역을 감시하고 관세인하와 반덤핑규제 등 준사법적 권한과 구속력을 행사하는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정을 극복해야 하는 까다로운 절차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모를 리 없고, 거제 상황만 보더라도 무서운 현실이 되고 있는 수많은 협력업체들과 수만 명 종사자들이 거리로 내몰릴 위기 앞에 극렬히 저항하고 있는데 대우조선을 인수한다는 것은 일반의 상식으로는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실제로 지금 거제는 조선 산업이 초토화 되고 있다는 원성과 함께 지역경제 말살을 초래한다는 극한 표현까지 등장할 만큼 암울한 상황에 처해있고,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는 한국의 조선 산업에 대한 미래비전도 분석도 제시하지 못한 정부 정책으로 결국 STX와 성동조선의 결말을 보여주듯이 고철 야적장으로 만들고 말 것이라는 불길한 예견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한다는 발표가 있기 전까지 정부가 나서서 국내 조선 산업의 냉엄한 현실과 미래에 대한 대응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한 적이 거의 없었다. 2018년 4월 정부가 각계각층의 의견을 모아 ‘조선산업 발전전략’을 내놓으면서 사업구조개편 등 6대 추진전략을 수립하고 실행방안을 제시했지만 그것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인수합병 발표 이후였다. 그 때문에 양사의 인수합병 발표 전에는 평생을 조선산업에 몸 담아온 조선전문가들이나 조선관련 학자들의 전망과 분석이 나올 수도 없었고, 그들의 경륜과 조언을 듣는 기회조차 없었다. 그래서 인수합병 발표가 나오자 그들은 조선산업이 접으라면 접고 걷어차면 없어지는 뒷골목 포장마차냐고 했던 것이다.  

조선전문가들 사이에 비관적인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조선소 경영에 탁월한 경영자 중 한명으로 평가받는 대우조선 전 부사장이었던 박동혁 쉽빌딩메이트 도해(DoHai) 사장을 어렵게 수소문해 견해를 들어봤다.

 

대우조선해양 부사장을 지낸 박동혁 쉽빌딩메이트 도해 대표
대우조선해양 부사장을 지낸 박동혁 쉽빌딩메이트 도해 대표.<이호>

대우조선해양이 현대중공업에 합병 되어야만 생존이 가능한 상황이었나. 
“대우조선이 현대중공업에 인수된다는 것은 국가적 정책 차원일 것이지만 대우조선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미래에 대한 정책방향을 잡았는지가 중요하고 궁금한 대목이다. 그게 파악되지 않았다면 더 문제가 잉태될 수 있다. 과거의 대우조선 경영시각과 방식으로는 생존해나가기 어려울 것이다. 획기적인 비전과 세계 선박 동향이 철저하게 파악되고 원시안적으로 준비를 해두고 있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도 얼마나 역량이 축적돼 있었는지 걱정스럽다. 무엇보다 조선업 경쟁력의 근원이 기술인력, 조선기자재, 협력사 클러스트, 통합관리능력과 빈틈없는 운영 시스템 아닌가. 그것이 가능해야 고부가가치의 선조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고, 더 나아가 조선기술의 지원을 바라는 여러 나라에 제공해 글로벌 상생으로 세계시장의 생태계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거다. 이게 매우 중요하고 선진조선국으로 솟을 수 있는 길인데 이런 정책과 시각을 가지고 인수합병을 논의하고 판단했을까? 그렇지 못했다면 미래의 등불을 밝힐 수 없지 않겠나. 그런 점에서 대우조선이 진취적이지 못했고 상당한 문제점을 안고 있으면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못해왔던 것이 오늘에 이르게 된 하나의 요인이 아닐까 싶다.”  

대우조선이 아직 기업결합 승인이 남아있지만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가 되는 것으로 발표됐다. 체결한 계약 내용에 따르면 대우조선의 자율경영체제를 유지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는데.
“그 내용 봤다. 독자적이고 독립적인 경영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는 것 아닌가. 조선전문가들이 보면 웃는다. 양측 노조를 의식했는지 모르지만 그런 건 강조할 게 못된다. 조선사의 생사여탈권이 계약서 몇 줄에 달려있나? 자율경영체제가 아니어서 산업은행 관리로 넘어갔나? 선언적 의미를 담았겠지만 무엇이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경영 방안인가를 고민하고 검토해야 하는 것이 먼저다. 내가 볼 때는 특히 선종(선박종류)을 특화해야 되고, 대우조선 아니면 건조할 수 없다는 독특한 설계기술로 무장하고, 그런 중에도 무엇보다 미래는 해양오염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조선산업이 심각한 해양환경 오염의 주범 중 하나라는 것을 아는가. 이걸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 된다. 선박건조 과정에서 발생되는 분진, 소음, 미세먼지, 휘발성 물질,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불완전연소 유해물 등의 배출로 해상은 몸살을 알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운항되고 있는 4만5000여척의 선박들이 내뿜는 배기가스의 폐해는 정말 심각하다. 전 세계 물류의 80% 이상이 해상운송으로 가능한데 그런 선박에서 뿜어내는 오염이 얼마나 심각하겠나. 그래서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에서 선박 배기가스로 인한 대기오염방지를 위해 작년 1월부터 전 세계 해역에서 연료의 황산화물 함유량을 3.5%에서 0.5% 이하로 줄여야 한다고 강력히 권고했다. 지켜지고 있는가? 물론 탈황장치인 스크러버(scrubber)를 추가 설치하고 청정연료 액화천연가스를 사용하는 엔진으로 전환해야 하고 그러자면 돈이 커지니까 경제성과 지속성이 어떤가 하는 연구도 있어야 해서 발주를 하는 해운사들마다 고민이 있고 그게 선박건조비로 직결되는 것이라 주요 사안이 되는데, 그거 해결한다는 기술적 혁신과 비전 없으면 앞으로 살아남기 어렵게 돼 있다. 자율경영체제 유지라는 것이 간섭을 받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하면 큰 코 다친다.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자율적으로 가지라는 엄중한 책무의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다양한 영업도 빼놓을 수 없지 않겠나. 더욱이 대우조선은 같은 자회사인 현대중공업하고 더 치열하게 경쟁해야 할 텐데. 
“너무나 당연한 얘기다. 다양한 영업이라면 수주를 위한 필사적인 투쟁 같은 걸로 오해할 수도 있기 때문에 나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가령, 러시아만 해도 엄청난 시장이 있다. 러시아는 군함, 잠수함, 항공모함 같은 방위산업에 대한 고도의 건조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현대화된 상용선박 건조기술은 미경험 분야라서 최고 경쟁력을 가진 한국과 협력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시장을 개척한다면 조선분야로 그치는 게 아니라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으로도 깊숙한 도움이 되지 않겠나.”

 

현대중공업 사장을 지낸 유관홍 부산대학교 석좌교수
현대중공업 사장을 지낸 유관홍 부산대학교 석좌교수.<이호>

그런가 하면 전 현대중공업 사장이었던 유관홍 부산대학교 석좌교수는 대우조선해양이 얼마든지 살아나고 성장을 거듭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면서 산업은행부터 비판했다. 
“아니, 대우조선의 성장은 대우조선 CEO가 할 일 아닌가. 그런데 대우조선의 CEO를 뽑을 때 내부 절차는 있겠지만 산업은행에서 결정하고 대우조선에 있는 임원들 중에 ‘당신이 CEO를 하시오’ 이렇게 했다. 이게 말이 돼? 우리나라에는 조선업을 해봤던 경험자, 풍부한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 그 외 여러 유능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내국인으로 흡족하지 못할 것 같으면 전 세계 조선업 경험자까지 포함해서 ‘지금 대우조선의 실태는 이러이러하다고 프레젠테이션을 해주고 이러한 상황에서 대우조선을 살리고 성장시킬 수 있는 CEO를 공개적으로 뽑는다’ 이렇게 했어야지. 그랬으면 조선을 했던 사람, 해양을 했던 사람들이 저마다 아이디어를 내고 대우조선을 살리고 성장시킬 수 있는 방안까지 가지고 참여했을 것 아닌가. 그런데 대주주인 산업은행에서 공개적인 CEO 모집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그러면서 어떻게 살리고 뭘 성장시키나. 나는 처음부터 인수합병을 반대했던 사람이다. 대우조선을 삼성중공업에 인수시키는 것도 마찬가지다. 대우조선이나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이나 각각의 회사마다 자신들만의 영업력과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그런 부분들이 있다. 그래서 대우조선도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살릴 수 있는 길이 충분하기 때문에 그 길을 모색했어야지 왜 인수합병인가.” 

CEO를 제대로 뽑지 못한 책임도 크겠지만 이미 인수합병은 발표가 됐다. 인수되기 전의 대우조선이라면 현대중공업을 경영한 경험자로서 어떤 위기극복 방안을 제시했겠는가.
“나 같으면 대우조선이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보다도 잘한다고 평가되는 부분만 딱 골라서 그 분야에만 집중적으로 하자고 했을 것이다. 대우조선에서는 LNG선에 대한 건조기술이 현대나 삼성보다는 조금 앞서가고 있었다. 그래서 배 종류가 여러 개 있지만 대우조선은 LNG선을 전문화하는 회사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을 것이고, 그랬으면 이런 지경이 되지 않았을 거다. 그 다음에는 조선이 아닌 오프쇼어(Offshore:앞바다에서 하는 해상작업) 쪽에도 대우조선이 좀 더 앞서 가는 부분이 있었다. 물론 오프쇼어를 해가지고 이익을 봤던 조선소는 한 곳도 없었다. 현대·대우·삼성 모두 경험을 축적하는 차원이었지 이익이 났다고 볼 순 없다. 왜냐하면 오프쇼어에 대한 사항은 기본설계를 3사 모두 못하고 전부 7대 메이저의 오일 컴퍼니, 오일 메이저들이 설계해서 가지고 오면 그 기본설계를 가지고 상세설계에 들어간다. 기본설계를 우리가 해야 물량 산출부터 각 기능을 하고 있는 물건을 찾아서 가격경쟁력 있게 하고 좋은 파이널 제품이 나오는데 7대 메이저들이 딱 정해주니까 다양한 구매가 안 되는 거다. 오프쇼어는 선주들이 발주를 하는 것이 아니라 기름 회사가 발주를 하기 때문에 선주들하고는 시작부터 다르다. 그래서 해양 쪽 사업은 손실이 크고 현대중공업도 어렵게 됐다.”

그런데 대우조선이라면 오프쇼어를 왜 했을 거라고 하는지.
“앞서 가는 부분이 있었다. 경영방침은 밝힐 수 있어도 기업의 기술이나 전략은 밝히는 게 아니지 않나.”

 

박정희 전 대통령 친필휘호 ‘조선입국’
박정희 전 대통령 친필휘호 ‘조선입국’.<이호>

지난 3월, 거대한 현대조선소 야드가 눈앞에 펼쳐져 보이는 현대예술관 1층에서는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 타계 20주기를 추념하는 사진전이 열렸다. 

정 명예회장의 생애와 기업가 정신을 추념하는 전시장에는 입구에서부터 조선업을 일군 역사적 일화들이 정 명예회장의 육성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추념식장 곳곳에 걸려있는 사진들과 남겨진 발언록은 그 자체가 명언이기도 했지만 정 회장의 기업가 정신이 어떠했는지를 짐작해보기에 충분했다. 생전에 정 명예회장이 세웠던 큰 기업체만 40여개가 넘지만 현대자동차 설립과 한국 거리에 ‘포니’를 올려놓기까지를 느끼게 하는 두 장의 사진 외에 유독 조선소 건립에 관한 내용이 많이 전시된 것은 그만큼 조선소가 거대한 국가적 테마였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정 명예회장은 언젠가 집무실에서 필자와 만났을 때, 박정희 대통령과 나누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대통령의 호출을 받고 청와대에 들어갔을 때 당시로는 예상치도 못했던 조선소 건설을 말씀하면서 중화학공업의 핵심은 조선소 건설이 말해준다는 강렬한 집념을 보이며 빨리 추진하라고 해서 처음에는 도망을 쳤다고 했다. 그 후 ‘잡혀 와서’ 다시 대통령 앞에 앉으니 피우지도 못하는 담배까지 주니까 뻐끔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불호령처럼 “대통령과 경제부총리가 도와주겠다는데 못하겠다고 도망을 쳐요? 임자가 못하면 한국의 조선산업은 기대 없어요! 배 한척을 건조하지 못해 일본 것들 눈 밑에서 시달리는 것만 해도 분하지 않아? 당장 뛰어 봐요!”라고 하더라는 것이다. 

그 후 많은 일화가 있지만 박정희 대통령의 집념과 정 명예회장이 보여준 불굴의 추진력이 만들어낸 것이 현대조선소였고, 박 대통령의 친필휘호 ‘조선입국(造船立國)’에 담긴 의미가 결코 단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 남은 마지막 최대의 관건은 기업결합승인 문제다. 이것이 완전하게 정리되어야만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은 인수합병이 최종 마무리되고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로서 생명체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WTO의 규정을 극복해야 하는 까다로운 절차가 여전히 만만치 않다. 그동안 유럽 조선소들은 전 세계 상선 수주량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 조선소들이 합병을 통해 경쟁사를 없애고 발주시장에 뛰어들게 된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유럽 해운사와 소비자들에게 발주비용을 상승시키고 독과점 우려와 함께 조선시장의 경쟁을 저해한다면서 진정을 했다. 덴마크에서도 현대중공업의 LNG운반선 시장 독점 가능성을 놓고 독점해소 방안에 대해 답변을 요청했다가 현대중공업이 시간을 끌자 기업결합 심사를 미룰 수밖에 없다고 통고를 해왔다. 

물론 현대중공업은 무슨 소리냐고 이의를 제기했고 유럽연합(EU)도 우려를 가지고 반대해왔다는 걸 알기 때문에 독과점 시비를 해소하기 위해 이미 오래 전부터 LNG운반선 건조기술을 중간조선소에 이관해왔다고 강조했지만 불신이 줄어들진 않았다. 

그뿐 아니다. 특히 일본은 언론플레이까지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지만 일본은 한국이 정부차원에서 현대중공업을 지원해 합병하는 것은 똑같은 산업을 하고 있는 자신들과 유럽 등의 조선소들에게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이 되기 때문에 WTO의 ‘트레이드 룰’ 위반이라고 제소를 했다. 그런 배경에서 줄곧 현대중공업의 불성실 자료 제출을 물고 늘어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것이 외신들의 보도이기도 한데, 이처럼 WTO 규정의 벽을 넘기란 결코 용이하지가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부정적인 분위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긍정적인 시그널이 여럿 있었다. 그동안 WTO 규정에 따라 한국조선해양이 국내 공정거래위원회를 시작으로 6개국에 기업결합심사를 재빨리 신청했다. 덕분에 카자흐스탄·싱가포르·중국의 승인이 이미 완료된 상태다. 특히 중국은 작년 12월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으로부터 ‘반독점법 26조에 따른 검토 결과 두 기업 간 기업결합으로 인한 시장 경쟁제한이 없음을 결정했다’면서 ‘무조건 승인’ 결과를 통보해 왔다. 조선강국은 아니지만 해운강국으로 불리는 싱가포르는 ‘조선업은 입찰자 중심이며 시장점유율만으로 시장지배력을 평가할 수 없다’며 양사 합병을 승인한다고 알려온 것이다.  

이런 결정들이 아직도 미온적인 EU나 일본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를 해보지만 그렇더라도 최종 승인까지는 변수가 많고 안심할 수 없다. 4월 현재 EU와 일본, 한국이 남아있다. 한국은 해외심사가 마무리되면 삼성중공업을 비롯한 중대형 조선소가 있지만 의견이 조율될 것인 만큼 크게 문제될 것은 없어 보인다. 

만약 어느 1개국이라도 기업결합승인을 하지 않을 경우는 어찌 되는가. 이것이 최대의 문제고 최악의 상황이 되는 것이다. 기업결합승인이 나지 않는다고 해서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이 본 계약 체결까지 했고, 인수합병 결정이 선언돼 대우조선이 지주사 자회사로 편입이 됐는데, 그리고 본 계약 기본 합의서 어디에도 기업결합 승인여부에 따라 대우조선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는 내용이 없는데, 인수합병이 무효화 된다거나 대우조선이 원래대로 돌아간다는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일인가. 

상상이 현실화 될 수도 있다는 건 만화가 아니다. 그러나 결단코 그런 만화는 그려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현대중공업 측 얘기다. 우리는 결합승인이 완료돼 한국의 조선산업이 우울한 터널을 빨리 벗어나 활황기를 맞게 되기를 기대한다.

 

이호 대기자
이호 대기자.<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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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2021-08-17 20:44:56
글 잘읽었습니다. 박동혁 전 대우조선 부사장님의 말씀히 특히 와닿았습니다.

이정문 2021-04-24 07:55:16
필력이 어마어마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기사 읽으며 깊게 파고드는 집념과 글을 끝까지 끌고 나가는 힘에 감탄했습니다 정말 좋은 기사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장워누 2021-04-14 08:51:56
잘봤습니다 인사이트코리아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