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계약 중요사항 설명했어도 가입자 동의 얻지 못했다면 ‘꽝’
보험계약 중요사항 설명했어도 가입자 동의 얻지 못했다면 ‘꽝’
  • 한민철 기자
  • 승인 2021.04.15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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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가입자가 이해 못했다는 의사 표하면 구체적이고 상세히 설명해 이해 구해야"
보험사의 중요 사항에 대한 설명의무가 제대로 이행됐다고 할 수 있으려면, 피보험자(가입자)의 해당 사항을 이해했다는 의사가 반드시 있었어야 한다. 뉴시스
보험사가 중요 사항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다는 것을 입증하려면 피보험자(가입자)가 해당 사항을 이해했다는 의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한민철 기자] 보험계약 체결 과정에서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중요 사항에 대해 설명했더라도, 해당 내용에 대해 가입자가 이해했다는 동의를 얻지 못한 채 계약이 체결됐다면 법적으로 설명의무가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봐야 한다. 

중년 남성 K씨는 2010년 3월경 L생명보험사와 암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보험계약에는 피보험자(K씨)가 일반암과 갑상선암으로 진단이 확정됐을 때 최초 1회에 한해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특약이 담겨 있었다.

K씨는 지난해 초 병원에서 갑상선의 악성신생물(C73)과 머리, 얼굴 및 목의 림프절의 이차성 악성신생물(C77) 확정진단을 받자 L사에 해당 진단결과를 토대로 암 보험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L사는 보험금 일부만 지급했다. K씨 경우 림프절의 이차성 악성신생물이 전이된 암으로, ‘이차성 및 상세불명 부위의 일차성 암이 확인되는 경우 최초 암 발생부위를 기준으로 한다’는 원발암 기준 분류특약에 근거해 보험금 일부만 지급한 것이다. 

K씨는 "보험가입 과정에서 원발암 기준 분류특약에 대해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며 L사에 림프절 전이암에 대해 일반암에 관한 보험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양측은 협의에 이르지 못했고, K씨는 L사를 상대로 보험금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중요 사항 설명했어도 가입자 이해 못했다면 설명의무 이행 아냐”

지난달 말 법원은 K씨가 청구한 보험금을 L사가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 과정에서 L사는 원발암 기준 분류특약에 대해 설명의무 대상이 되는 약관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설령 설명의무 내용에 포함되더라도 계약 체결 당시 K씨에게 관련 사항을 제대로 명시 및 설명했으니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원발암 기준 분류특약은 수년째 보험금 지급을 둘러싼 소송에서 다뤄진 논쟁거리였다. 법원은 원발암 기준 분류특약으로 인해 피보험자(또는 보험수익자)가 일반암 진단비를 지급받지 못하게 돼 실질적으로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보험계약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왔다.  

특히 원발암 기준 분류특약은 피보험자가 쉽게 알 수 있거나 일반적이고 공통적인 사항으로 별도의 설명이 없더라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없으므로 반드시 제대로 된 명시·설명의무가 필요하다고 봤다. 따라서 원발암 기준 분류특약이 보험계약 체결 과정에서 설명의무가 필요없다는 L사의 주장은 법적으로 옳지 않은 내용이었다. 

L사는 보험계약 체결을 위한 마지막 단계에서 계약을 확인하는 ‘해피콜’ 녹음 파일을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는데, 여기에서 L사 담당자는 K씨에게 “2차 암으로 진단 확정 시 최초 발생한 부위를 기준으로 보장한다”는 원발암 기준 분류특약에 관한 설명을 하는 내용이 있었다.

이를 근거로 L사는 설명의무가 제대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K씨의 응답에 주목했다. 당시 K씨는 해당 설명에 대해 긍정하는 답변을 하지 않았고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이해를 못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그러자 L사 담당자는 보험료 갱신 관련 내용을 설명했지만 원발암 기준 분류 특약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1차적으로 L사 상담원이 원발암 기준 분류특약에 대해 설명했더라도 가입자가 이를 이해 못했다는 의사를 표했다면 보다 구체적이고 상세히 설명해 이해를 구해야 명시·설명의무가 제대로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례는 보험사가 가입상 중요 사항에 대해 설명을 했지만 피보험자가 이를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에 대해 추가적으로 설명하는 동시에 관련 특약내용에 대해 동의한다는 의사를 얻지 못했다면 설명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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