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창업자 서정진의 ‘소유와 경영 분리’ 약속, 두 아들의 미션은?
셀트리온 창업자 서정진의 ‘소유와 경영 분리’ 약속, 두 아들의 미션은?
  • 노철중 기자
  • 승인 2021.04.02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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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석·서준석, 주총서 등기임원 선임...이사회 의장 맡을 듯
지분 승계하되 경영은 관여 안 한다?...한국적 기업 풍토서 가능할지 의문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서진석(왼쪽) 셀트리온 부사장과 차남인 서준석 셀트리온 이사. 뉴시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서진석(왼쪽) 셀트리온 부사장과 차남인 서준석 셀트리온 이사. <뉴시스>

[인사이트코리아=노철중 기자] 서정진 명예회장이 은퇴한 후 지난 3월 26일 처음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셀트리온그룹은 서 명예회장의 장남인 서진석 셀트리온 수석부사장을 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 등기임원으로, 차남인 서준석 셀트리온 이사를 셀트리온헬스케어 등기임원으로 선임했다.

이날 서 명예회장은 전화 연결을 통해 “서 부사장이 이사회에 합류해 의장을 하게 될 것”이라며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역할은 다르므로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최근 소유와 경영 분리의 일환으로 전문경영인체제를 위한 인사를 단행했다. 서 명예회장은 그동안 ▲은퇴 ▲소유와 경영 분리 ▲3사(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 등을 공언해왔다. 지금까지 확실히 실행된 것은 은퇴뿐이다. 3사 합병은 오는 9월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문제는 ‘소유와 경영 분리’다. 지분 승계 양상에 따라 약속을 지켰는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두 아들은 회사 관련 주식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합병하는 과정에서 지분 승계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문제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는 오너가 지분을 많이 가질수록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더라도 막강한 영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적 풍토에서 언제든지 전문경영인체제를 한순간에 무력화시킬 수 있고, CEO는 이사회를 통해 인사권을 쥐고 있는 오너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시대상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을 지정할 때 동일인이 사업에 미치는 영향력을 분석한다. 오너가 경영에 참여하지는 않더라도 최대주주이거나 사업 방향에 영향을 미친다면 동일인으로 지정해왔다. 2020년 공시대상 대기업집단 지정 현황만 보더라도 경영 일선에 물러나 있지만, 여전히 오너가 동일인으로 지정된 기업들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서정진 명예회장도 동일인으로 지정돼 있다. 2021년 4월 현재 서 명예회장은 이사회에서도 물러나 있지만, 업계에선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예컨대 코로나19 백신 치료제 개발과 관련해서도 서 명예회장이 진두지휘 하고, 언론 브리핑도 직접 했다.

이사회가 경영 좌지우지할 것이란 우려도

장남인 서진석 부사장은 1984년생으로 서울대 동물자원학과를 졸업하고 2014년 셀트리온 제품개발본부에 입사했다. 현재 제품개발 부문장을 맡고 있으며 2017년 10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셀트리온그룹 화장품 계열사 셀트리온스킨큐어의 대표를 맡기도 했다.

차남인 서준석 이사는 1987년생으로 인하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직후인 2017년 셀트리온연구소에 입사해 2019년 셀트리온 미등기 이사로 승진했다. 현재 셀트리온 제조부문 운영지원담당장으로 운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두 아들은 각 회사 이사회 의장을 맡을 전망이다. 향후 3사 합병작업에 이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경영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러한 시나리오대로라면 두 아들이 소속된 이사회가 경영을 좌지우지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3사 합병 과정에서 두 형제가 각각 어떤 역할을 부여받을지도 지켜볼 일이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명예회장. 뉴시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명예회장. <뉴시스>

서정진 명예회장의 지분 승계 묘안은?

서 명예회장은 실질적인 그룹의 소유주로서 그룹 통합작업을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서 명예회장의 말처럼 당분간은 전문경영인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하고 이사회 의장은 장남인 서진석 부사장이 맡는 구도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3사 합병도 현재 두 개의 지주회사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를 먼저 통합하고, 그 아래 3사를 합병한 법인을 세우는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지분 승계다. 서 명예회장은 은퇴·경영권승계·합병 등에 대해 명확하게 말하고 있지만, 지분 승계 문제만큼은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는 상황이다. 서 명예회장은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회사의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확실하게 하는 방법은 내가 보유 중인 주식을 파는 것인데, 그렇게 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나”라고 언급한 바 있다.

현재까지도 지분 승계에 관련해선 알려진 게 없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는 서 명예회장의 머릿속에 어떤 구상이 있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사실 국내 기업 중에서 소유와 경영이 완전 분리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바이오 벤처 신화를 쓴 서 명예회장이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묘안을 짜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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