밋밋한 영화 ‘미나리’, 뭐가 그리 대단한거지?
밋밋한 영화 ‘미나리’, 뭐가 그리 대단한거지?
  • 이원섭 한국문화 플랫폼‧코리아인사이트 운영자
  • 승인 2021.04.01 1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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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 깃든 동서양 문화 코드와 커뮤니케이션
영화 ‘미나리’. <판씨네마>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이어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가 세계 영화계에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오는 4월 25일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 ‘미나리’가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음악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오르면서 국내에서도 인기몰이를 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이어가고 있다

글쓴이도 이 화제의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예전 같지는 않았지만 관람객은 꽤 있었다. 영화를 보기 전 SNS에서 관람객 평을 보았더니 호·불호가 갈렸다. 역시 6개 부문 후보에 오를만한 작품이라는 평들과 함께 ‘왜 이 영화가 그런 평가를 받지?’라는 혹평과 지루하단 평도 있었다. 심지어 영화 상영 중에 코를 골며 자는 관람객도 있었다.

작년의 ‘기생충’처럼 같은 아카데미상 후보작이니 하는 기대를 가지고 영화관을 찾은 관람객들에게는 기생충과 다르게 처음부터 끝까지 담백하고 밋밋하게만 진행되니 졸음이 올만도 하겠다. 한국 관람객들에게는 어쩜 전혀 재미없는, 친절하지 않은 영화일 수도 있다. 영화가 끝나고 나오면서 ‘실망이야’라는 소리도 들렸다. 심지어는 ‘윤여정이 왜 연기상(여우조연상)을 받은거지?’라는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나리’는 미국영화연구소(AFI) 선정, ‘2020 올해의 영화 톱10’에 이름을 올렸으며 할머니(Grandma가 아닌 halmoni) 순자를 연기한 윤여정 씨는 전미비평가위원회(NBR) 여우조연상과 흑인 비평가협회와 미국 여성 영화기자협회, 골드 리스트 시상식, 선셋 필름 서클 어워즈 등 미국 내 연기상 20여개를 받을 만큼 우수한 영화로 평가됐다. 지난해 아카데미상 4관왕에 오른 ‘기생충’은 미국영화연구소의 올해의 영화 톱10에는 오르지 못하고 특별상을 받은 바 있다.

영화 ‘미나리’. <판씨네마>

이밖에도 ‘미나리’는 미국 온라인 비평가협회 외국어영화상, 뉴욕 온라인 비평가협회 작품상·여우조연상·외국어영화상, 노스텍사스 비평가협회 남우주연상·여우조연상·외국어영화상 등 지금까지 58관왕을 기록하고 있다. 미나리는 한국영화 같은 미국영화다. 미국영화인데도 불구하고 골든글로브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이유는 대사의 50% 이상이 영어가 아니면 외국어영화로 규정한다는 골든글로브 방침 때문이다. 그럼 미국영화가 아니면 한국어 대사가 대부분이고 한국 배우가 주요 역할을 연기하니 한국 영화? 이런 생각으로 대부분 보았을 것이다. 만약 미국 영화라고 생각하고 미나리를 보았다면 그런 평들은 안했을 것이다. 한국어와 한국배우라는 관계적(relationships) 사고를 가졌기에 그렇게 느낀 건 아닐까?

영화 ‘미나리’는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태어난 정이삭(Lee Isaac Chung) 미국 감독, 제작사는 브래드 피트, 브래드 그레이, 제니퍼 애니스턴이 설립한 플랜 B 엔터테인먼트(Plan B Entertainment Inc.), 배급사는 ‘문라이트’ ‘룸’ ‘레이디 버드’ ‘더 랍스터’ ‘플로리다 프로젝트’ 등 수차례 오스카 레이스를 성공적으로 이끈 A24가 맡은 철저한 미국영화인 것이다. 또한 주연 배우 한예리가 부른 주제가 rain song과 총 16개의 트랙이 수록된 Minari OST 앨범은 차세대 영화음악의 거장으로 주목받은 에밀 모세리(Emile Mosseri)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다.

“미나리는 어디서도 알아서 잘 자라고…”

이 영화는 1980년대 미국 아칸소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미국 이민사 이야기로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경험을 토대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농장을 가꾸는 한인들의 삶을 영화에 담았다. 정 감독은 어릴 적 할머니가 한국에서 가져온 미나리 씨앗이 어느 채소보다도 잘 자라는 모습을 보고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또 미나리는 질긴 생명력과 강한 적응력을 지닌다는 점에서 ‘가족 간의 사랑’을 의미한다.

영화 속에서 순자 할머니는 “미나리는 어디에 있어도 알아서 잘 자라고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누구든 건강하게 해줘. 국에도 넣어 먹고 아플 때는 약도 되고 미나리는 원더풀이란다”, 그리고 영화 엔딩씬, 화재로 그동안의 피땀인 농장을 다 잃고 숲으로 가서 자라고 있는 미나리를 보며 주인공인 제이콥이 말하는 “알아서 잘 자라네, 할머니가 좋은 자리를 찾으셨어”라며 미나리가 희망과 재기의 씨앗임을 암시했다. 미나리에서 이 두 대사는 영화의 주제를 말하는 핵심 메시지이다.

‘미나리’는 2020년 1월 26일 선댄스 영화제에서 초연되었는데 여기서 미국 극영화 경쟁부문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이 주는 관객상을 수상하면서 수많은 영화제에서 각종 상을 받으며 이제 아카데미상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뛰어난 영화임에 틀림없다. 해외에서 이렇게 호평을 받는데 왜 우리배우와 우리 말 영화가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호평과 악평으로 극명하게 나누어지나?

위 <그림>을 보고 동양인과 서양인에게 각각 소는 A와 B중 어느 것이 더 관련이 있다고 생각되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대부분 동양인들은 풀인 B를 선택했고 서양인들은 닭인 A로 응답이 나뉘었다. 왜 이렇게 나뉠까?

미국 미시간대의 리처드 니스벳 박사는 ‘생각의 지도(The Geography of Thought)’에서 이 현상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경험을 중시하는 동양인들은 관계적(relationships) 사고를 하고 논리를 중시하는 서양인들은 분류적(categories) 사고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동양인들은 소와 풀을 하나로 묶었고 서양인들은 소를 같은 동물인 닭과 묶는 현상을 보였다. 이렇게 동양인과 서양인의 사고방식과 체계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은 과학적 실험방법을 통해서도 밝혀졌다. 동서양인의 생각의 차이를 보여주는 또 다른 예가 있다.

과거 뉴욕타임스(NYT)에 실렸던 추신수 불고기 광고 논란도 마찬가지다. 한국 홍보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진행한 이 광고는 메이저리거였던 추신수 선수를 모델로 한국 대표 음식인 불고기를 홍보했다. 광고 카피에도 잘 설명이 되어 있다. 그러나 광고의 메인 타깃인 미국인들은 ‘이게 뭐지?’ 하며 이해하기 힘든 광고라는 반응을 보였다.

동서양 문화가 비빔밥처럼 잘 비벼진 맛난 영화

이 광고를 서양인의 분류적 사고관으로 보면 이해를 할 수 없다. 그렇다고 서양인들에게 동양인의 관계적 사고를 심어 주고 이해시키기도 힘들다. 동양인인 우리는 한식을 먹기에 한국인 추신수 선수와 한국식문화를 대표하는 불고기를 연관 지은 관계적 광고는 한식에 대한 호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과 사물을 카테고리별로 나누어 보는 데 길들여진 서양인들의 사고는 메이저리거, 야구라는 운동과 한식 불고기라는 음식을 수용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렇게 사고하는 것이 다르다.

이러한 차이를 저명한 문화인류학자이자 마케팅 구루인 클로테르 라파이유 박사는 그의 저서 ‘컬처코드’(Culture Code)에서 설명하고 있다. ‘특정 문화에 속한 사람들이 일정한 대상에 부여하는 무의식적인 의미’를 컬처코드라고 하는데 전 세계 모든 인류의 서로 다른 행동과 사고 방식을 이해하는 단초이기도 하다.

문화적 전통은 나라별 환경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상대적이거나 절대적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민족이나 종교 그리고 지역 등의 환경에 따라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는 문화코드를 이해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는 커뮤니케이션이 될 수 없다. 컬처코드는 타자에 대한 이해와 배려이자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이고 핵심이다. 동양인의 문화 코드는 동양인의 국민성이나 정체성 등 문화적 무의식에 의해 형성된 결과, ‘관계적’ 사고이고 서양인의 그것 또한 같은 맥락의 ‘분류적’ 사고로 형성되었다고 할 수가 있다.

‘미나리’는 어쩌면 동양인의 관계적 사고와 서양인의 분류적 사고가 비빔밥처럼 잘 비벼진 맛난 영화라 할 수 있다. 제목, 배우, 스토리는 동양적 요소이고 제작, 배급, 음악, 장소, 종교, 개척 등은 전형적인 서양 문화이다. 그래서 동서양 모두에게 낯설지 않다. 미국 영화이지만 한국 영화같다.

사실 서양 사회, 서양인에서 한국의 존재감은 아주 미미했었다. 문화에서는 더욱 그랬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30여년 전 우리가 부러워했던 J문화처럼 이제는 K문화와 K콘텐츠가 세계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 BTS 등 K팝의 세계 차트 점령이 더 이상 꿈도 아니고 이상한 일도 아니다.

사람은 아는 만큼 볼 수 있기 때문에 성장 과정에서 듣고 보고 배운 무의식적 의미인 코드도 이제 K문화의 성장에 맞춰 키울 필요가 있다. K컬처코드를 개발 학습해야 한다. 다른 문화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 사고와 행동 방식이 다르게 형성되는 것이 당연하다. 차이가 있는 후천적 요인이지만 코드를 세계화해 맞춰 가야 한다.

동서양의 문화 차이는 당연히 존재하는 것이고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디지털 초연결사회, 글로벌 세계에서 발생하는 문화 몰이해는 커뮤니케이션에 장애가 된다. 현명하게 공유,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배타적 고정관념의 문화코드나 완전하지 못한 지식을 바탕으로 문화에 접근하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에서 최악이다. 이제 ‘미나리’와 커뮤니케이션을 해 보자.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갈하고 정성스럽게 잘 차려진 한국식 밥상에 서양인들이 새로운 맛을 음미하듯 좋아하는 맛난 음식만 편식하지 말고 새로운 맛도 음미해 보자.

우리는 어쩌면 다 떠 먹여줘야 하는 데 익숙한 문화는 잠시 버리고 기승전결을 다 보여주는 걸 바라지도 말고 기승전까지만 줘도 내가 나름의 결을 찾아가는 문화도 만들어 보자. ‘저게 왜?’ 라고 묻지 말고 ‘그렇겠구나’ 하는 이해 코드를 가져 보자. 그래야 나와 다른 대상과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

‘미나리’는 다음 씬을 우리가 기대하는 걸 주는 우리네 영화와는 확연히 다르다. 코드가 빗나간다. 그게 두어 번 반복되니 졸립기도 하다. 하지만 감동할 준비를 하고 감동의 코드를 찾아가자. 그러면 맹숭맹숭하게 끝난 엔딩씬의 의미도 보인다.

아카데미 음악상 후보에 오른 한예리 배우의 비의 노래가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데 관객들은 자막이 올라가기도 전에 다 빠져 나간다. 그걸 못 듣고 모두 퇴장한다. 그러고는 음악상 후보에 왜 오른거지 한다. 참 급한 관람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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