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 내기 골프? 차라리 운동, 뜨개질을 하라
술자리, 내기 골프? 차라리 운동, 뜨개질을 하라
  • 최환규 전문위원 겸 한국워라밸연구소 소장
  • 승인 2021.04.0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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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삶에 도움 주는 직장인의 취미 활동
직장인에게 퇴근은 일과의 마무리와 다음 날 업무 준비라는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이 두 가지를 위해서는 휴식이 우선되어야 한다.<게티이미지뱅크>

[인사이트코리아=최환규 전문위원 겸 한국워라밸연구소 소장]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는 직장인에게 퇴근 후의 시간은 중요하다. 직장인에게 퇴근은 일과의 마무리와 다음 날 업무 준비라는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이 두 가지를 위해서는 휴식이 우선되어야 한다. 물론 근무시간에 업무 대신 열심히 일하는 동료의 뒷담화로 시간을 보내거나 퇴근 후에 있을 만남에만 관심을 둔 사람은 별다른 휴식이 필요 없겠지만, 대부분 직장인에게는 퇴근 후 휴식이 중요하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은 주먹을 힘껏 쥐어 보자. 주먹을 꽉 쥐면 손바닥이 아플 정도로 힘이 들어갈 것이다. 이렇게 힘을 준 긴장 상태가 오래될수록 주먹의 힘이 점점 약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느껴질 때 주먹을 편 채 근육을 이완한 상태에서 잠깐 휴식을 취한 다음 다시 주먹을 쥐면 처음과 비슷한 강한 힘을 느낄 것이다. 이처럼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퇴근 후 업무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하면서 감정을 정리하고 몸과 마음을 편하게 이완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직장인은 퇴근 후 업무에서 벗어나 감정 정리가 필요하다. 직장인은 직장에서 쌓인 모든 기억, 감정, 스트레스와 갈등을 가지고 퇴근한다. 업무를 깔끔하게 마무리한 사람은 성취감, 뿌듯함과 개운함에서 오는 충만한 에너지를, 상사나 동료와 갈등이 있었던 사람은 분노와 불편함에서 오는 부정적인 에너지를 가족에게 옮긴다. 성취감을 맛본 직장인의 가족은 즐겁고 유쾌한 시간을 보내겠지만, 갈등을 집에 가져온 직장인의 가족은 불편함과 긴장감을 느껴야 한다. 자신과 가족의 안녕을 위해 다니는 직장이 오히려 자신과 가족의 안녕을 해치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직장인의 기분은 그대로 가족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먼지가 많은 작업장에서 일한 사람이 샤워하고 퇴근하는 것처럼 직장인은 집에 들어오기 전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면서 내일을 위한 에너지를 회복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

상사 중에는 ‘로봇 부하’를 원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상사는 로봇 부하를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과 같다고 여긴다. 자신이 필요할 때마다 업무를 지시할 수도 있고, 자신의 지시에 군말 없이 따르고, 일하는 시간도 많아 높은 업무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로봇도 휴식은 필요하다. 자동차 경주에서 일정 거리를 달린 자동차는 타이어를 갈고, 기름을 보충해 준다. 쉼 없이 일하는 로봇 부하를 원하는 상사의 바람과 달리 기름을 채우지 않은 자동차는 달릴 수 없고, 타이어가 마모된 자동차는 속도를 낼 수 없다. 로봇 부하도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정비를 위해 잠깐의 쉼이 필요하다. 직장인의 퇴근 후 휴식 시간은 하루의 마무리와 다음 날의 업무를 준비하는 시간이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면 뇌가 젊어진다

건강한 휴식을 위한 방법 중에는 취미 활동이 있다. 취미 활동은 업무에서 벗어나 삶의 활력과 새로운 경험을 할 기회이다. 얼마 전 자영업을 하는 후배를 만났다. 이 후배는 작년부터 경기 불황으로 사업을 접을까 고민하던 차에 스쿠버다이빙을 배울 기회가 있었다. 휴일을 이용해 스쿠버다이빙을 배우면서 평소와 다른 활기를 느낄 수 있었고, 바다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었다. 또한 함께 취미 활동을 하던 지인의 도움을 받으며 상황이 조금씩 개선된다는 말을 들으면서 취미 활동의 긍정적인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취미 활동은 업무에도 도움이 된다. 몇 년 전 집 근처 공방에 수강생들이 도마를 만들기 위해 모였다. 공방 주인은 도마를 만들 나무를 수강생들에게 임의대로 배정했다. 수강생 A는 나무를 받자마자 자신에게 배정된 나무보다 옆 사람 B의 나무 무늬가 더 좋다고 부러워하면서 자신에게는 나쁜 나무를 주었냐고 공방 주인에게 불만을 드러내면서 B에게 바꿔주기를 간접적으로 요청했다. B는 자신에게 배정된 나무에 만족하는지 A의 요청을 무시했다. 도마 만드는 시간이 흐를수록 도마에 대한 A와 B의 만족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A는 작업 초와 달리 만족도가 높아졌고, B는 A의 무늬가 자신의 것보다 더 화려하다고 생각해 A와 교환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취미 활동은 업무에도 도움이 된다.
취미 활동은 업무에 도움이 된다.<게티이미지뱅크>

업무에서도 공방 사례와 같은 공정성 시비는 수시로 발생한다. 부서장이 업무를 배정하면 자신에게 배정된 업무보다 동료의 업무를 탐내는 A와 같은 사람이 어느 조직에나 있다. A가 부서장이 업무를 공정하지 않게 배정한다고 여기면 주변 사람에게 부서장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는 순간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 부서장은 이런 결과를 방지하기 위해 업무를 배정할 때 부서원의 의견을 반영하거나 부서원이 이해하도록 설명할 필요가 있다. 업무를 평가할 때도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부서장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A가 공정성에 대해 불만을 드러낸다면 단호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취미 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정성에 대한 시비는 업무에서도 발생할 수 있어 이에 대한 예방이나 대처 방법을 미리 생각할 기회가 된다.

취미 활동은 가족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도마 공방에서는 가족이 함께 도마를 만드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 가족은 도마를 만들면서 즐거운 경험을 함께 공유하게 된다. 완성된 도마를 볼 때마다 즐거웠던 경험을 떠올리게 된다. 등산도 마찬가지이다. 등산하는 동안 가족끼리 대화를 충분히 나눌 수 있고, 가족 중 걷기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서로 도우면서 정상에 이르렀을 때 느끼는 성취감은 경험한 사람만 알 수 있다. 이처럼 가족과 함께 즐기는 취미 활동은 가족의 소중한 심리 자원이다.

하지만 과도한 취미 활동은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기도 한다. 취미가 영화감상인 직장인이 퇴근 후에 보는 한 편의 영화는 일하는 동안 쌓인 피로를 해소하고 스트레스 수준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이와는 달리 출근 전까지 밤을 새워 영화감상을 했다면 휴식은커녕 피로만 더 쌓여 업무에도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술도 마찬가지이다. 동료나 지인과 편안하게 즐기는 간단한 술자리는 하루의 쌓인 피로를 덜어주지만, 상사나 동료를 비난하는 술자리는 폭음할 가능성이 커 휴식보다는 몸과 마음에 심한 후유증을 남기며 업무, 동료와의 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처럼 취미 활동은 몸과 마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술이 필요한 취미를 즐겨라

취미 활동이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뇌를 건강하게 한다. 연구에 따르면 새로운 취미 활동은 나이 든 사람들의 인지력에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뇌도 노화가 진행된다. 2018년 컬럼비아 대학의 연구에 의하면 새로운 활동, 사람, 장소, 감정을 더 많이 경험할수록 뇌가 변화하고 발전한다. 심지어 50대 이상일지라도 새로운 언어나 악기를 배우고, 운동하고, 의미 있는 사회적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과 같은 활동들은 두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둘째, 정신을 맑게 한다. 즐기면서 취미 활동에 열중하다 보면 근심이나 걱정거리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기술을 필요로 하는 뜨개질과 같은 취미를 가지라’라고 말한다. 양손을 사용하고 리드미컬한 움직임이 필요한 뜨개질과 같은 취미는 몰입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때문이다. 특히 취미 활동이지만 기술이나 기량을 늘리는 데 집중하게 되면 부정적인 생각 등에 휩쓸릴 여지가 줄어든다.

셋째,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연구에 따르면 취미 활동은 신경을 안정시켜 스트레스를 퇴치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으로 나타났다. 취미에는 정적인 취미와 동적인 취미가 있다. 정적인 취미는 독서, 명상 등과 같은 고요한 종류로 자기 이해 증진이나 문제에 대한 대처 능력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반면 동적인 취미는 스포츠, 음주와 가무 등과 같이 몸을 움직이는 종류로 화, 분노나 슬픔과 같은 부정적 감정의 배출이나 기쁨이나 즐거움과 같은 정적 감정의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넷째, 자신감을 느끼게 한다. 많은 사람이 잘할 자신이 없다는 이유로 취미 활동을 포기한다. 하지만 취미 활동을 하면서 기술을 연마하고 발전을 이루어가면 계속하려는 동기가 더 많이 생긴다. 연구에 따르면 열정을 추구하는 것은 자부심을 느끼게 해 목적의식을 향상하고 전반적인 삶의 질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섯째, 사회적 유대감을 강화한다. 취미 활동을 하면서 기량을 증가하려면 경쟁적 관계가 아닌 다른 사람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동호인 모임 등에 참가하는 게 좋다. 같은 취미를 가지고 공통의 목표를 향해 일하는 사람들과 지내다 보면 활동이 더 즐거워지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영감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림 그리기와 같은 혼자서 하는 취미라도 온라인 포럼 등을 통해 다른 사람으로부터 건설적인 비평과 찬사를 얻을 수 있다.

경쟁이 있는 취미 활동은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많은 직장인이 취미 활동을 하면서 순위를 정하는 내기를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내기 골프이다. 내기 골프의 목적은 전문 도박꾼을 제외하고 대부분 ‘골프를 하는 동안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취미로 하는 골프에 내기라는 조건이 붙으면 긴장감 해소는커녕 골프를 하는 내내 긴장감을 유지해야 한다.

또한 내기 골프를 하는 내내 골퍼의 머리에는 ‘이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하다. 내기에서 이기려면 자기가 잘하는 방법도 있지만 상대가 못하거나 실수할수록 이길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마음속으로 상대의 실수를 바라기도 한다. 특히 내기에 걸린 돈이 많을수록 실수를 유도하기 위해 상대의 아픈 곳을 찌르는 말로 상대를 자극한다. 이 과정에서 골프 하는 사람들의 긴장도와 스트레스 수준은 더 높아진다. 골프가 끝나도 마음속에는 불쾌한 기분이 남고, 심한 경우 함께 한 사람들과의 관계마저 나빠질 수 있다. 이처럼 경쟁이 있는 취미 활동은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역효과가 발생한다.

내기가 없는 취미 활동에서도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 취미 활동의 결과에 따라 돈이나 벌칙이 걸리면 취미 활동 내내 긴장해야 하므로 몸과 마음의 긴장 해소라는 취미 활동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취미 활동은 즐겁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할 필요가 있다. 다른 사람과 경쟁하는 대신 자신과 경쟁을 하면 긴장감도 유지할 수 있고, 동료의 실수를 바라는 대신 실력 향상을 위해 진심이 담긴 조언과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때 경험한 격려의 방법이나 조언, 응원의 말들은 함께 한 사람들의 에너지와 친밀감을 높이고 스트레스 수준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한다.

모든 취미 활동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TV 시청이다. 특히 욕하면서 보는 막장 드라마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즐거움이나 행복함과 같은 긍정에너지 대신 분노와 같은 부정에너지를 만든다. 중독될 수 있는 PC 게임도 마찬가지이다. 이왕 취미 활동을 결심한다면 몸과 마음에 긍정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건전한 취미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 또 업무와 다른 속성의 취미를 고를 필요가 있다. 정적인 업무를 하는 사람은 동적인 취미를, 혼자서 업무를 하고 있다면 여럿이 하는 취미를 선택함으로써 업무와는 다른 경험을 할 수 있고, 기분 전환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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