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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2024-04-19 11:00 (금) 기사제보 구독신청
그 주식 홍보부장도 샀다는데, 재미 좀 보겠지?
그 주식 홍보부장도 샀다는데, 재미 좀 보겠지?
  • 문기환 전문위원 겸 새턴PR컨설팅 대표
  • 승인 2021.04.01 11:3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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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 놓고 벌어진 웃지 못할 코미디

얼마 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전초전이 성황리에 끝났다. 야권 후보들의 최종 단일화 경선이 있었던 날이다. 여론조사에서 승리한 후보는 마치 서울시장이 된 것처럼 흥분과 기쁨의 눈물을 보였다. 왜냐하면 최근 대부분의 조사에서 여야 후보 지지도 대결의 판세가 야권의 우세가 확실하다고 나온 까닭이다.

그 요인은 여럿이지만 가장 결정적인 한 방이 이른바 LH 사태이다. 지난 3월 초, 정부의 3기 신도시 사업지역에 LH 직원들이 미공개 내부 정보를 이용해 사전에 토지를 매입했다는 의혹을 시민단체가 제기한 이후 일파만파로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이다. 부동산 투기를 준공무원인 공사 직원이 버젓이 자행했다는 말에 온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그야말로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다. 선거의 유불리를 떠나 철저히 조사해 범죄 행위자를 발본색원함은 물론 향후 재발방지책도 단단히 세워야 할 일이다.

자고로 우리나라에서 대표적 투기라 하면 부동산과 주식을 들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대부분 장기 전망을 바라보는 투자가 아닌 단기 차익을 바라기 때문이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 주식 투자자 수가 300만 명 가량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폭락했던 증시가 반등하는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주식시장으로 신규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금년에도 주식 인구는 계속 증가해 3월 말 현재 1000만 명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기자와 홍보맨의 주식투자

필자도 대기업 과장 시절이던 1990년대 초반, 소액이긴 하지만 몇 차례 주식투자를 해 본 경험이 있었다. 결과는 창피하게도 한 번도 수익을 보지 못했다. 혹시나 하고 버티다 원금이 반 토막 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후 유일한 소득원인 월급만으로 알뜰하게 가계를 꾸려가는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고 또 하루에도 몇 번씩 주가의 등락과 함께 일희일비하며 신경 쓰는 것도 지겨워 일절 관심을 끊고 살아 왔다.

대기업 직원이기에 국내외 경제 돌아가는 사정을 어느 정도는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고, 또 홍보실에 있는 덕택에 다수 언론에 보도된 산업정책 동향들을 참조해 나름대로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투자를 했건만 언제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홍보맨은 그렇다 치고 기자들은 어떠한가. 필자는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주식으로 재미를 보았다는 언론사 기자를 만난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자고로 주식투자는 소문에 사고, 언론보도가 되면 팔라”. 그러하니 기업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는 기자들도 (물론 취재과정에서 중요 내부정보를 알았다 하더라도 공식 발표 전에는 특정 기업의 주식을 사지는 못하지만) 주식투자 성적표는 홍보맨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다음은 주식투자를 놓고 벌어진 웃지 못할 코미디 한 편이다. 때는 대우그룹이 유동성 부족으로 야기된 자금난 때문에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해 정부로부터 계열사 매각 등 강력한 구조조정의 압박을 받고 있던 1999년 초여름 무렵이었다. 당시 모기업인 ()대우의 홍보부장이었던 필자는 연일 국내외 언론으로부터 빗발치는 전화 문의에 응답하느라 정신 없었던 때로 기억된다.

비록 그룹의 사정은 어려웠지만, 회사의 대언론 창구인 홍보부에서 마저 자신 없고 우울한 모습을 보일 경우, 언론들이 취재하기도 전에 부정적인 선입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필자는 홍보부 직원 모두에게 언론사 전화를 받으면 더욱 자신감 있고 활기찬 목소리로 응대하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당시 필자는 그룹의 최고경영자가 정부가 바라던 대로 담보를 제공하고 사재를 출연하는 등 최대한의 자구노력 계획을 발표할 것이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이기는 해도 반드시 회생하리라는 다분히 감성적이긴 하지만 희망에 찬 확신이 있었다.

저도 최근에 주식을 샀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우리사주 등으로 이미 보유하고는 있었지만 별도로 ()대우 주식을 취득하는 것이었다. 며칠 전, 실로 오랜만에 대우센터 건물에 있는 증권사 객장을 방문해 회사 주식을 몇 백주 구입한 것이다. 아내에게는 이번 만은 틀림 없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사실 수익을 올린다는 기대감보다는 스스로의 불안한 마음을 다잡는 방편으로 구입했다는 것이 더욱 솔직할 것이다.

이는 또한 주가 하락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연일 빗발치는 소액 주주들의 전화문의에도 자신 있게 대응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당시 홍보부에는 소액 주주들로부터의 전화가 거의 하루종일 걸려 왔다. 보통 회사 대표 전화로 소액 주주들이 전화를 걸어오면, 교환원들은 경리부 아니면 홍보부로 연결시켜 주었고, 한번 통화를 시작하면 수 십분 씩 걸리는 경우가 예사였다. 회사의 회생을 위한 자구노력,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포함해 쉽사리 무너질 수 없다는 당위성 등을 장황하게 설명하며 그들을 안심시키는 것보다 더욱 확실한 것이 있었다. 바로 저도 최근에 주식을 샀습니다.” 그 한마디였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모 일간지의 A기자가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평소 친하게 지내는 사이라 사석에서는 형님으로 호칭하는 인생 선배이다. 전화 내용은 회사가 어려운데 괜찮으냐, 네 목소리가 활기찬 것을 보니까 안심이 된다등 취재 목적이 아닌 시종 대우그룹의 향배에 따른 우려와 필자에 대한 걱정의 얘기였다. 그때 필자는 그에게 최근 ()대우 주식을 매입한 것까지 말하며, 전혀 걱정하지 마시라고 더욱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대답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그러나 이후 불행히도 그룹의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국내와 외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터진 자금압박의 물꼬는 백약이 무효일 정도로 거세었고, 결국 연말이 가까워질 무렵 워크아웃 등 공중분해의 수순을 밟게 된 것이다. 당연히 ()대우를 포함해 상장된 그룹 계열사의 주가 모두는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 치기 시작했다.

이후 몇 년이 흘렀다. 필자가 대우를 떠나 모 유통그룹의 홍보임원으로 근무하고 있을 때였다. 지인들과 함께한 어느 저녁 모임에서였다. 평소 술이 약해 한 잔 술에 거나하게 취한 A선배가 필자에게 하는 말. 필자가 자기에게 큰 빚을 졌다는 것이다. 평소 우스개 소리를 자주해서 또 무슨 농담인가 해서 물어 보았더니 몇 년 전에 당시 필자와 전화 통화를 하고 난 직후 설마 홍보부장도 샀다는데, 확실하겠지!” 하며 자기도 ()대우 주식을 꽤 많이 샀다는 것이다. 그것도 수년간 형수 몰래 고생해서 모아둔 비상금으로.

수년 전 오랜 기간 몸 담았던 언론사를 임원으로 정년 퇴직한 A선배. 코로나 집콕 장기화로 자주 만나지는 못하고 가끔 전화 통화로 대신한다. 며칠 전 통화에서 서로의 근황을 물어보고 이런 저런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하다가 최근 국내 주식 투자 열풍으로 이어졌다. 그러다가 A선배의 단골 레퍼토리인 그 옛날 주식 투자 실패 에피소드를 다시 듣게 되었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한 마디. “아직 집에서는 비밀이다~^^”.

 

인사이트코리아, INSIGHT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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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소리 2021-04-02 21:24:57
문대표님 글은 언제나 술술 읽히네요^^

형규 2021-04-01 20:55:03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