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탠트럼 경보
인플레이션 탠트럼 경보
  • 양재찬 경제칼럼니스트
  • 승인 2021.04.0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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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금융 중심지인 미국 뉴욕 월가 투자자들이 3월 설문조사에서 코로나19보다 인플레이션을 더 큰 불안요인으로 꼽았다. 매달 실시되는 설문조사에서 지난 1년 동안 응답률 1위를 기록했던 코로나19(15%)는 인플레이션(37%),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충격(35%)에 이어 3위로 처졌다. 투자자들은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연 2%까지 오르면 증시가 10% 이상 하락하는 조정장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은 영악하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지난 3월 17일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은 일시적 현상일 것”이라며 긴축 압박을 일축했다. 그러나 약발은 하루 만에 끝났다. 다음날인 18일 국채 금리가 되레 더 큰 폭으로 뛰며 1.7%를 넘어섰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지난해 여름 0.5%까지 떨어졌던 국채 금리는 올 들어 가파르게 올랐다.

코로나 사태가 1년이 지난 지금 국내외 곳곳에서 ‘인플레이션 탠트럼(발작)’이 나타나고 있다. 인플레이션 탠트럼이란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로 금리가 급등해 채권시장에 충격을 주고, 글로벌 증시 하락과 신흥국에서 자본이 유출되는 현상을 빚는 것을 일컫는다. 코로나 사태에 따른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대거 공급한 유동성이 경기회복 국면과 맞물리면서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있다. 국제유가를 비롯해 반도체와 곡물 가격, 컨테이너선 운임이 상승하는 것은 코로나 사태로 억눌렸던 수요가 살아나는 데다 공급 애로가 겹쳐서다.

글로벌 유동성 공급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Fed가 시장 신뢰를 잃으면 금리 불안은 증폭된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초저금리 상황에서 신흥국에 몰렸던 외국 자본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진다. 브라질·러시아·터키 등이 잇따라 기준금리를 인상한 이유다. 한국도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다. 지난해 말 1.7%대였던 10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이 2.1%대로 올랐다. 지난해 국고채를 대거 매입한 외국인들이 올 들어서도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지만, 금리 발작이 나타나면 언제 매도로 돌아설지 모른다.

생활물가 상승세도 심상찮다. 국제 곡물가격 상승 여파로 빵, 즉석밥 등 가공식품 가격이 줄줄이 올랐다. ‘금(金) 달걀’ ‘파테크(집에서 대파를 길러 먹는 재테크)’ 신조어에서 보듯 농축산물 가격도 뛰었다. 인플레이션 탠트럼은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동반 충격을 가할 수 있다.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72%인 가계는 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연간 이자 부담이 12조원 늘어난다. 초저금리로 빚을 내 주식과 집을 산 ‘영끌’ 투자자들이 버티기 어려워지고 자산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 금리 발작으로 세계 경제의 약한 고리인 일부 신흥국이 위기에 처하면 한국 경제의 견인차인 수출도 타격을 입는다.

시장은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금리 발작이 나타나기 전에 예방주사를 놓고, 발병하면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 하지만 정책 당국의 대응은 한국은행이 자산시장 과열을 염려하는 목소리를 내는 정도일 뿐 이렇다 할 게 없다. 이런 판에 4·7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와 내년 3월 대선을 의식한 정치권은 표를 노려 돈을 더 풀라고 압박할 수 있다. 정책 당국의 흔들리지 않는, 섬세하고 집중력 있는 관리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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