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과 모함, 뭐가 다를까
내부고발과 모함, 뭐가 다를까
  • 한민철
  • 승인 2021.03.02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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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불만은 조직 내에서 해결하는 게 바람직
믿음에 대한 배신은 관계를 악화시키는 원인이다.

거래는 상인과 상인, 상인과 고객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매매행위를 뜻한다. 거래는 국어사전에서 ‘주고 받음. 또는 사고팖’, ‘친분 관계를 이루기 위해 오고 감’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일상에서 경험하는 가장 흔한 거래는 상인과 고객 사이에서 일어나는 물건을 사고파는 행위일 것이다. 거래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상인은 고객이 원하는 물건을 제공해야 하고, 고객은 그 대가로 돈을 내야 한다.

만약 원하는 물건을 가져간 고객이 돈을 지급하지 않거나 고객이 물건을 강제로 빼앗으면 정상적인 거래라고 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면 물건을 거래하는 당사자들이 계약서를 작성해 서로의 의무를 명확하게 한다.

계약서를 작성하는 목적 중에는 계약 당사자의 책임감을 강조하려는 목적이 있다. 물건을 만드는 사람은 최선을 다해 물건을 만들어야 하고, 물건을 판매하는 사람은 고객에게 제품의 품질을 약속해야 한다. 고객이 대기업 제품을 선호하는 이유도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책임감이 더 강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업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이다. 고객은 ‘대기업에서 만들었으니 좋은 제품일 거야’라는 생각으로 제품을 샀지만, 제품을 사용하면서 자주 고장이 나거나 제품에 하자가 발견되는 것과 같은 문제가 드러날 때 고객은 더 큰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기업에 실망한 고객은 제품 불매 운동과 같이 자신의 실망감을 행동으로 드러낸다.

이처럼 일상에서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는 거래에는 두 가지 종류의 계약이 있다. 첫째는 거래적 계약으로 경제적 이득이 계약 당사자들의 주요 관심이며 비교적 짧은 기간 지속된다. 계약 사항은 구체적이고 한정적이며 협상 등을 통해 계약 조건이 바뀔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상거래나 부동산 거래에서 작성되는 계약서는 물론 조직원이 조직에 고용될 때 작성하는 근로계약서가 여기에 해당한다.

조직원은 근로계약서에 서명하는 순간 노동력 제공을 통해 조직의 목표 달성이나 생산성 향상 등에 기여할 의무가 있으며, 조직은 그에 대한 대가로 조직원에게 급여, 안전한 작업환경, 각종 복리후생 등을 제공할 의무를 갖게 된다. 거래적 계약에서 회사는 조직원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않거나 조직원이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등 근로계약서에 있는 내용을 준수하지 않게 되면 계약 관계는 종료될 수 있다.

거래의 두 번째 종류는 관계적 계약이다. 관계적 계약은 신뢰나 지원 등 인간관계가 계약 당사자들의 주요 관심사이다. 관계적 계약은 비교적 오랜 시간 유지되며 계약 사항들은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상거래에서 흔히 말하는 단골이 여기에 해당한다.

단골은 오랫동안 거래하는 거래처인데, 이렇게 같은 거래처와 거래하는 이유는 ‘단골이니 다른 사람보다 싼 가격으로 물건을 주겠지’와 ‘다른 사람보다 나에게 물건을 먼저 주겠지’라는 믿음과 기대감 때문이다.

고객이 단골이라고 생각하는 많은 거래처는 고객의 기대와 같이 물건을 팔겠지만, 일부는 고객의 믿음을 배신하고 다른 고객과 같거나 더 비싼 가격을 받기도 한다. 고객이 이런 사실을 알게 되면 고객은 ‘나를 속였어!’라는 생각으로 엄청난 배신감을 느낀다. 고객의 이런 배신감은 거래처를 향해 비난의 화살을 날리게 하고, 그 결과 관계는 나빠지면서 거래는 끝난다.

거래적 계약과 관계적 계약

믿음에 대한 배신은 관계를 악화시키는 원인이다. 비싸게 물건을 판 이유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고객을 속인 경우라면 어떤 비난이라도 감수해야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고객과 대화하고, 선택지를 고객에게 넘길 필요가 있다. 이렇게 고객에게 솔직하게 설명하면 거래처에 대한 고객의 믿음은 더 강해진다. 이처럼 관계적 계약은 서로의 믿음을 바탕으로 계약이 유지되기 때문에 오랫동안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요구사항을 수시로 구체적으로 확인할 때 더 오래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관계적 계약은 신뢰를 바탕으로 성립한다. 조직원은 관계적 계약에서 조직에 도움이 되는 역할에 자발적으로 관여하고 조직에 대한 충성심을 보인다. 조직은 조직원의 노동력 제공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뿐만 아니라 조직원의 미래에도 관심을 보이며 성장 및 발전 기회를 제공한다. 과거에는 거래적 계약보다 관계적 계약이 더 중요하게 작용했다.

‘평생직장’ 개념은 문서로 명문화되지 않은 관계적 계약에 해당하는 말로 조직은 조직원을 정년까지 보장할 것이라는 개인의 기대와 조직원은 그만큼 조직에 헌신할 것이라는 기대에서 나왔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노동환경이 급격하게 변화되면서 개인의 향후 진로에 대한 책임의 주체가 조직에서 개인으로 바뀌어 관계적 계약보다는 거래적 계약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관계적 계약은 조직문화와도 관련이 있다. 조직문화는 ‘조직 구성원들이 다양한 상황에 대한 해석과 행위를 불러일으키는 조직 내에 공유된 정신적인 가치’를 의미한다. 회사에 급한 사건이 발생해 며칠 동안 회사에서 밤을 새워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하자.

관계적 계약보다 거래적 계약을 중시하는 조직원은 업무가 많이 남은 동료가 도움을 요청하더라도 자기 일이 아니라면 동료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정시 퇴근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거래적 계약보다 관계적 계약을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어려운 상황에 놓인 동료를 자기 일처럼 적극적으로 돕는다. 이상적인 조직은 관계적 계약을 바탕으로 거래적 계약이 이행되는 조직문화를 갖는 것이다.

관계적 계약이라고 영원한 것은 아니다. 관계적 계약이 지속적이고,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선 계약 당시 약속되었던 조건들이 이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기술의 급진적 발전, 수요자의 욕구 증대, 경쟁의 극대화 등과 같은 기업환경의 변화에 따라 조직과 조직원 간의 약속들이 지켜지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은 계약이 이루어질 것이란 조직원의 믿음과 현실과의 괴리가 발생하게 되고, 조직원들은 이를 직관적으로 느끼게 된다. 이렇게 조직과 조직원 사이에 계약에 대한 조직원의 믿음과 현실과의 차이를 조직원들이 지각하는 일련의 과정을 심리적 계약의 위반이라고 한다.

조직이 조직원과의 약속을 다른 방식으로 수행하거나, 이행하지 않았을 때 조직과 조직원이 약속한 내용을 각자 다르게 이해할 때 이러한 불일치가 발생하며, 심리적 계약의 위반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관계적 계약은 조직 갈등의 주요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거래적 계약은 관계적 계약보다 계약서의 내용이 비교적 명확하다. 거래적 계약과 관련한 내용은 연봉, 근무시간 등 주요 항목이 숫자로 표시된다.

반면 관계적 계약은 숫자로 표현되는 것이 별로 없으므로 거래 당사자가 서로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부하가 상사로부터 회식 자리에서 ‘이번에 좋은 소식이 있을 테니 열심히 해’라는 말을 들었다면 부하는 상사의 말을 자기 나름대로 추측하면서 자신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를 작성한다.

승진을 앞둔 사람이라면 승진을, 평가를 앞둔 사람이라면 평가에서 좋은 결과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승진도 없고, 평가에서 그저 그런 평가를 받았다면 상사에게 이용당했다고 생각하면서 불만을 드러낸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 새겨야

문제는 자신이 느낀 개인적인 불만을 표출하는 방법이 관계적 계약을 어길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모 프로배구단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이 구단에 소속된 선수 A가 선배 B로부터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개인 SNS를 통해 폭로했다.

A 선수의 글을 읽은 팬들은 이 선수가 쓴 글의 내용에 대해 다양한 추측을 하면서 갑질을 한 선배가 누구인지부터 궁금해 하기 시작했다. 그 팀의 선수 중 A 선수보다 나이 많은 몇 명이 대상에 올랐고 A 선수를 응원하는 팬들은 대상이 되는 사람들에게 압박을 가했다. 이 과정에서 그 구단의 팬들은 A 선수를 응원하는 사람과 A 선수를 비난하는 사람으로 나뉘었다.

며칠 후 A 선수의 비난 대상이 B 선수라는 것이 알려지자 A 선수를 응원하는 사람과 B 선수를 옹호하는 사람은 상대 선수를 향해 더 강하게 공격을 했다. 팬들의 공격은 A 선수와 B 선수에 그치지 않고 두 사람의 불화를 내버려 둔 배구단의 책임으로까지 공격의 범위가 확대되었다. 이처럼 선수의 SNS에 쓴 글로 인해 배구 선수, 프로배구단 뿐만 아니라 배구계 전체가 영향을 받았다.

A 선수의 글은 일부 사람에게는 과거의 사건을 끄집어내는 역할을 했다. 선배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A 선수의 글은 A 선수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당한 사람의 기억을 소환했고, 이 선수는 팬들에게 A 선수의 과거 행위를 폭로했다.

동료를 향한 폭력과 금품 갈취 그리고 동료의 부모를 대상으로 한 패륜 행위는 어떤 말로도 변명이 되지 않을 만큼 팬들의 분노를 사면서 선수 생명에 위기를 맞게 되었다. 이처럼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제삼자를 끌어들이는 경우 본인에게도 비난의 화살이 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할 수 있다.

A 선수처럼 개인 불만을 조직 밖의 사람에게 알리는 조직원이 있다. 조직원이 고발한 내용이 공익 신고라면 조직원의 용기 있는 행위는 응원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자신의 개인적인 이익과 관련된 감정적인 내용이라면 조직원의 행위는 거래적 계약과 관계적 계약 모두를 위반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억울함을 SNS를 통해 호소하면 그 글을 읽는 조직 밖의 사람은 글의 내용이 진실인지 판단하기 어려워 가해자와 조직을 싸잡아 비난한다. 조직원으로서 객관적인 증거 없이 제삼자로부터 조직을 욕 먹이는 행위는 조직의 명예와 고객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등 조직에 해를 끼치게 되면서 조직과의 계약을 위반한 것이다. 상거래에서 계약 조건을 이행하지 못하면 위약금을 무는 것처럼 조직과의 계약을 어긴 조직원은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조직원은 조직과의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의 갈등은 조직 내에서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어떤 계약이든 계약서 조항으로 완벽하게 해석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

특히 명시적이 아닌 암묵적인 관계적 계약이라면 더욱 그렇다. 부하가 술자리에서 상사로부터 ‘좋은 소식’이란 말을 들었다면 그 자리에서 좋은 소식의 내용이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 그 자리에서 확인하지 못했다면 머릿속에서 좋은 소식이라는 단어를 지움으로써 쓸데없는 상상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당사자끼리 해결하기 어렵다면 회사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회사에서는 조직원이 힘들 때 찾아가 어려움을 털어놓을 수 있도록 조직을 만들고, 담당자를 배치해야 한다. 이렇게 조직원이 회사에 자신의 억울하거나 답답한 마음을 쉽게 말할수록 문제 해결은 쉬워지고, 조직에 대한 조직원의 신뢰는 높아지면서 내부 문제가 외부로 유출되는 사례 또한 사라진다.

조직은 어려움을 호소하는 조직원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일부 조직에서는 조직원이 상사나 동료에 대한 어려움이나 갈등을 호소하면 갈등 당사자에게 제보한 조직원의 신원을 알려주면서 해결하라고 통보하는 조직도 있는데,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하면 제보자는 조직에 대한 믿음을 잃고, 조직 내에서 도움을 받지 못한다고 판단해 외부에 회사의 부당함을 호소하면서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이런 대처 방법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라는 속담처럼 상황만 악화시키고 조직원의 신뢰만 잃을 뿐이다.

계약서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이다. 조직의 리더가 조직원에게 믿어달라고 호소해도 리더의 말과 행동이 다르면 조직원의 불신이 커지고 그 조직은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조직의 리더는 조직원이 자신들을 믿고 따르도록 행동하고, 조직에 불만이 있는 조직원은 조직 내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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